증권 국내증시

단기차입 늘린 상장사 22% 증가…투자 경고등

금리올라 회사채 발행 어려워지자

올 단기 차입금 증가한 기업 94곳

자칫 유동성 위기에 빠질 가능성

일부 기업은 적자속 거래 중단도





불안한 금융 환경 속에서 회사채 발행이 어려워지자 단기 차입금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상장사들이 부쩍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금리 인상기에 접어들고 있는 지금 단기 차입금 비중이 높아지는 기업은 추후 자금 경색 등의 위험에 놓일 수 있으므로 투자에 유의할 것을 조언했다.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6월 이후 단기 차입금 증가를 공시한 코스피 상장사는 8곳, 코스닥 상장사는 15곳이다. 올 들어서만 총 94곳의 상장사(코스피 39곳, 코스닥 55곳)가 단기 차입금 증가를 결정했는데 지난해 같은 기간(코스피 35곳, 코스닥 42곳)보다 22.07%가 늘어난 수치다.



단기 차입금은 상장사가 1년 이내에 갚아야 하는 자금이다. 일반적으로 재무 상태가 안정적인 기업은 차입 구조를 장기화할 수 있는 회사채 발행 등을 선호하고는 한다. 일시적인 유동성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경우가 아니라면 단기 차입은 기업이 통상 선호하는 자금 조달 방식은 아닌 셈이다. 그러나 최근 국내외 기준금리 인상으로 회사채 금리 역시 급등하면서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들은 자금 조달 환경이 불리해졌다. 3년 만기 신용등급 AA- 무보증 회사채 금리가 이날 기준 4.0910%에 달해 연초(2.4600%) 대비 1.631%포인트나 오르다 보니 기업이 부담해야 할 비용이 너무 높아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기업들이 단기 차입이라는 고육지책을 쓰고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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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다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며 하반기 기업들의 신용등급이 하락할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도 영향을 미쳤다. 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개별 업종, 기업에 따라 배경이 다르겠지만 최근 기업의 자금 조달 비용이 늘어나면서 1년 이상 장기 채권을 발행할 수 있는 정도의 신용점수를 받기 어렵다고 판단한 기업들이 단기 차입 비중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단기 차입금 비중이 늘어난 상장사에 대한 투자에는 신중을 기할 것을 조언하기도 했다. 단기성 자금으로 연명하다가 대출 연장 등에 실패할 경우 유동성 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금리 인상기에는 특히 취약한 자금이기도 하다. 특히 변제 능력이 없는 기업이 과도한 단기 차입을 낼 경우 재무 안정성을 저해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무엇보다 상장사의 단기 차입금 증가는 그 자체로 재무 건전성의 적신호로 받아들여지는 경우도 많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단기 차입금 비중이 높다는 것은 재무 상태가 불안하다는 의미로 기업가치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투자자들은 이를 주의 깊게 살펴보고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례로 이달 12일 300억 원 규모의 단기 차입을 늘리기로 한 네패스(033640)는 올해 1분기 10억 7300만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네패스는 자기자본 대비 단기 차입금 규모가 32.4% 수준으로 통상 적정 수준으로 평가하는 30%를 넘어섰다. 네패스의 주가는 올 들어서만 49.41% 추락한 상태다. 또 지난달 17일 125억 원 규모의 단기 차입 증가 결정을 공시한 이즈미디어(181340)는 지난해 적자를 기록한데다 최근 감사의견 거절을 받아 거래가 정지된 상황이다.

이 밖에도 4월 663억 원 규모의 단기 차입금 증가를 결정한 부방(014470)은 3년째 적자를 거듭하고 있으며 1월 290억 원의 단기 차입금을 늘린 에이디칩스(054630)도 4년 연속 영업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에이디칩스 역시 올 들어서만 65.63%의 주가 하락을 기록하고 있다.


성채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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