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와 별도의 연봉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에게 임금피크제를 적용해 감액된 급여를 지급했더라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노사협상을 통해 도입된 임금피크제가 이후 체결된 근로자의 개별 연봉계약 보다 우선이라는 취지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A씨 등 근로자 19명이 B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임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그대로 확정했다.
지방자치단체 소속 B공단은 2015년 노사합의로 정년 3년 전부터 임금을 감액하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취업규칙을 신설해 이듬해부터 적용해왔다. A씨 등은 임금피크제 도입에 반대해 동의서를 제출하지 않았고, 사측과 별도의 연봉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사측은 A씨 등에게 연봉계약된 금액에서 임금피크제 규정을 적용해 감액된 급여를 지급했다.
이에 A씨 등은 "자신들에게 적용된 임금피크제 규정은 무효"라며 미지급된 임금 지급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임금피크제와는 별개로 회사와 별도의 연봉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그에 따른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회사 측은 "임금피크제 시행 이후 체결된 연봉계약은 임금피크제와 무관하게 무조건 계약서에 기재된 금액을 지급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해당 근로자가 임금피크제 규정의 적용대상일 경우 임금피크제에 따른다는 의미"라고 반박했다.
쟁점은 임금피크제 시행 이후 회사와 일부 근로자가 체결한 연봉계약이 임금피크제를 배제할 만큼 유리한 내용인지 여부다. 1, 2심 재판부는 회사 측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피고가 임금피크제 시행 후에 작성한 연봉계약서의 의미는 연봉금액란에 기재된 정액의 기본연봉, 피고의 규정에 따라 사후적으로 금액이 정해지는 성과급과 부가급여를 무조건 지급한다는 것이 아니라 근로자가 피고의 신설 임금피크제 규정이 정한 임금피크제 적용 대상일 경우에는 임금피크제를 적용한 연봉을 지급한다는 것이라고 봄이 타당하다"고 봤다. 연봉계약이 임금피크제 적용을 배제할 만큼 유리한 개별계약이라고 볼 수 없다는 취지다.
대법원 역시 A씨 등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 사건은 임금피크제 시행 이후 개별적으로 체결된 연봉계약 자체가 임금피크제 적용을 기반으로 한 내용이라고 판단한 것"이라며 "개별 근로자의 근로계약이 임금피크제보다 근로자에게 유리하다면 개별 근로계약이 취업규칙에 우선한다는 '유리한 조건 우선 원칙'은 그대로 적용되지만 이 사건은 유리한 조건 우선원칙을 적용할 약정이 없는 경우라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