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의 고강도 긴축으로 경기 침체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미국은 1분기에 이어 곧 발표될 2분기 성장률도 마이너스로 떨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경기 때문에 울트라스텝(1%포인트 금리 인상)을 포기할 형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설문에서 전문가 10명 중 5명은 1년 내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것으로 봤다. 중국은 더 심각하다. 한국은행은 “중국의 ‘V자형’ 회복이 어렵다”고 했다. 2분기 0.4% 성장이 ‘L자형 침체’의 전조라는 분석도 있다.
신흥국에서는 도미노 디폴트가 현실화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스리랑카에 이어 이집트 등 5개국을 ‘디폴트 위기 취약 국가’로 꼽았다. 러시아가 유로존에 천연가스 공급을 전면 중단하면 유럽연합(EU) 경기도 급속히 둔화할 수 있다. 그런데도 최근 끝난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는 위기 탈출을 위한 합의문도 채택하지 못했다. ‘각자도생 시대’가 도래한 셈이다.
G2와 EU·신흥국의 경기가 모두 가라앉으면 우리 수출 길은 사방팔방 막힌다. 환율 방어 때문에 외환 보유액을 소진한 터에 수출 악화로 무역수지 적자도 커지면 실물·금융 전체가 소용돌이에 빠질 것이다. 상상하지 못했던 ‘네온스완’ 상황이 닥치는데도 정부의 대응은 안이하다. 최근 고위당정협의회에서 “위기에서 정부가 안 보인다”는 지적까지 나온 이유다. 18일 당정이 세제 개편안을 논의하는 자리에서도 수출 지원책은 눈에 띄지 않았다. 정부가 이달 초 무역금융 40조 원 확대책을 내놓았지만 이 정도로는 역부족이다. 물류비 지원, 할당 관세 품목 확대 등 미시 대책은 물론 초격차 기술 보유 분야 집중 지원, 수출 유망 품목 발굴, 신시장 개척 등 광범위하고 근원적인 대책이 절실하다. 윤석열 대통령부터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야 한다. 세계 경제가 더 가라앉기 전에 정부의 역량을 끌어모은 특단의 수출 진흥 방안을 내놓지 않으면 모든 대책은 사후약방문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