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前 통일교 2인자’ 곽정환씨 “아베 피살에 통일교 지도부 책임”

곽정환 전 세계회장 “통일교 본래 자리 벗어나 생긴 일”

현 지도부 정면 비판… “나도 책임, 진심으로 사죄”

일본 내 헌금 문제는 언급 없어… “난 담당자 아니었다”

곽정환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 전 세계회장이 19일 오전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피격 사망사건 관련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뉴스곽정환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 전 세계회장이 19일 오전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피격 사망사건 관련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과거 통일교(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이하 가정연합)의 2인자로 불렸던 곽정환(84) 가정연합 전 세계회장이 최근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피살 사건에 대해 통일교 지도부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그는 일각에서 제기된 통일교와 일본 자민당의 유착 의혹에 대해서는 “무언가를 주고 받는 이권이나 종교적인 믿음의 관계가 전혀 아니다”며 부인했다.



곽 회장은 19일 서울 종로구 코리아나호텔에서 기자 회견을 갖고 “통일교회에서 가장 오랫동안 최고위 지도자로 있었기 때문에 스스로 아베 총리의 죽음에 책임이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같이 말했다. 곽 전 회장은 “최근 아베 (신조 전) 총리 저격 사건은 안타깝게도 통일운동(통일교 활동)이 본래 있어야 할 자리에서 완전히 벗어났기 때문에 벌어진 사건”이라며 “이것이 진실”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현) 교회 지도부는 책임을 회피할 생각을 하지 말고 하나님께 회개하고 일본 국민은 물론 모든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잘못을 스스로 드러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하나님의 뜻을 거역하고 문선명 총재의 지시마저 거부한 교권 세력이 통일운동을 가로채 이 지경까지 만들었기 때문에 머리 숙여 애도를 표한다”고 추모의 뜻을 전했다.

‘문선명 총재의 오른팔’로 불렸던 곽 전 회장은 1958년 세계기독교통일신령협회(옛 통일교)에 입교한 이래 천주평화연합 초대 의장, 세계일보 초대 사장, 프로축구팀 성남 일화 구단주 등 교단 최고위직을 거쳤다. 한국프로축구연맹 회장을 맡기도 했다. 고(故) 문선명 통일교 총재의 셋째 아들인 문현진 씨 장인이기도 한 그는 현진 씨가 내부 갈등 끝에 교회에 등을 돌리면서 2009년 자신도 통일교에서 나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곽정환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 전 세계회장이 19일 오전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피격 사망사건 관련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연합뉴스곽정환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 전 세계회장이 19일 오전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피격 사망사건 관련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연합뉴스


그는 일본 통일교회와 자민당 정치인들 관계에 대해서는 “우리 문선명 총재는 기시 노부스케 전 일본 수상과 가까웠다. 아베 수상의 외할아버지 아닌가. 외무상이었던 아베 수상의 아버지도 총재님하고 가까웠던 것으로 안다”고 기억했다.

이어 “분명 밝히고 싶은 것은 기시 전 수상이나 (아버지인) 아베 (전) 장관이나 총격으로 숨진 아베 전 수상이나 이런 분들과 종교적이거나 정치적인 관계 이런 것은 전혀 아니라는 점”이라며 언론을 중심으로 제기돼온 통일교와 일본 자민당 간 유착관계 의혹을 부인했다.

곽 전 회장은 이날 회견에서 아베 전 총리 살해범 야마가미 데쓰야(41)의 모친이 통일교 신도로서 실제 교단에 얼마나 헌금을 냈는지, 통일교회 내 활동은 어떠했는지 등 총격 살해사건의 배경으로 짐작해볼 만한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1998년 문현진 씨가 부친에 이어 통일교 세계회장에 오른 뒤 교회 내 교권세력의 저항과 공격에 직면했고, 이는 모친인 한학자 현 총재, 형제들인 4남 문국진, 7남 문형진 씨가 전면에 등장하면서 갈수록 거세졌다는 주장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곽 전 회장은 일본 통일교회에서 억 단위 등 과도한 헌금이 있는지, 이런 헌금행태가 아베 전 총리 살해사건과 관련이 있는지에 대해 의견을 묻자 “일본에서 거둬들인 헌금이 얼마인지, 저는 담당자가 아니어서 전혀 모른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한국에도 (문선명) 총재님 성화(죽음) 이후에 (일본 헌금이) 많이 왔다고 생각한다. (경기) 청평에서 진행되는 건축공사가 돈이 엄청나게 들 텐데 어디서 오겠느냐 생각을 해봤는데, 구체적인 것은 모르겠다”고 했다.



다만 그는 인사말을 통해서는 “문(현진) 회장은 일본 교회를 현금을 만들어내는 ‘경제부대’에서 참된 가정 이상을 실천하고 확산하는 정상적인 섭리운동 조직으로 점진적으로 바꾸어 나가려 했다”며 “출발부터 저항과 암초에 부딪혔고, 결국 그(현진씨)는 이후 일본에 더 이상 손을 쓰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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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 전 회장은 일각에서 제기된 고 문선명 총재의 7남 문형진 씨가 이끄는 ‘생추어리 협회’가 아베 전 총리 총격사건과 관련이 있는지를 묻자 “이번 사건이 생츄어리 교회, 다시 말해 문형진을 따르는 사람들과 관련 있다는 것인데, 거기와 연관돼 있는지는 확인된 사실은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다음은 곽 전 회장의 기자회견 발언을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내용이다.

- 통일교와 일본 집권 여당 자민당 소속 정치인들과의 관계는.

▲ (고) 문선명 총재는 (1957∼1960년 총리를 지낸) 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와 가까웠다. 아베 신조 전 총리의 부친과도 가까웠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분명히 밝히고 싶은 것은 종교적이거나 정치적인 관계는 전혀 아니라는 점이다. 문 총재께서는 한국과 일본에서 ‘국제승공연합'(國際勝共連合)을 만들었는데 여러 지도자가 그 운동에 감화를 받았고, 세계 평화 혹은 동남아 지역의 안정 차원에서 공감대를 형성한 것이다. 무언가를 주고받는 이권(이 오가거나) 혹은 종교적인 믿음의 관계는 전혀 아니다.

- 입장문에서 ‘일본 교회를 헌금을 만들어내는 경제부대’라고 언급한 부분이 있다. 일본에서 활동한 목적이 자금 획득에 있다고 보나.

▲ 아니다. 일본 (에서 모인) 헌금이 세계적인 활동을 크게 뒷받침하고 기여한 부분도 많다. 그러나 문 총재님은 일본 청년들이 세계 무대에서 활동하도록 강조했고 선교사로도 파송했다. 문 총재님은 앞으로 인류는 한 가족이 되고, 하나의 사회로 묶일 것이기에 일본인들이 온 세계로 흩어져서 큰 꿈을 갖고 큰 지도자가 될 수 있도록 교육을 하라고 하셨다. 헌금이 크게 기여했다는 점을 전제로 했지만 (통일교가) 일본에 기여하는 점도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 이번 사건을 계기로 과도한 헌금 문제가 부각되고 있다. 일본에서 걷은 헌금이 한국 본부에도 건너간다고 알려져 있는데 알고 있는 바는.

▲ 일본에서 거둬들인 헌금이 얼마인지는 담당자가 아니기에 전혀 모른다. 문 총재님이 2012년 성화(타계)하신 뒤 한국에도 많이 왔다고 생각된다. 예를 들어서 경기 청평에서 진행 중인 건축물 공사의 경우 돈이 엄청나게 들 텐데 어디서 오겠느냐 생각을 해봤다. 구체적인 것은 모르겠다.

- 통일교 내의 헌금 철학이나 관리 절차는.

▲ 헌금은 물질에 자기 성의와 정성을 모아 하나님께 바치는 거룩한 의식이다. 하는 사람은 정성을 모아서 하고, 본인들에게는 하나님의 은혜가 돌아가는 것이다. 문 총재님의 가르침 가운데 귀한 부분은 그러한 헌금을 어떻게 쓰느냐, 헌금을 받는 자가 어떻게 관리하느냐 하는 부분이다. 지도자든, 개인이든, 혹은 조직장이든 헌금을 잘못 쓰면 '독약'이라고 하셨다. 공적 자금이나 헌금을 잘못 쓰는 일은 금해야 한다고 누누이 가르쳐주셨다.

- 문선명 총재의 셋째 아들인 문현진 씨의 장인으로 문 총재와는 사돈 관계인 것으로 알고 있다. 아베 전 총리 사건에 대한 내용보다 승계에 대한 입장이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 엉뚱하게 짚어 나가지 않기를 바란다. 남의 심정을 함부로 짓밟으면 안 된다. 이른바 ‘왕자의 난’이라는 건 잘못된 지도자 그룹이 (3남인) 문현진 회장을 쫓아내면서 만들어낸 말이다. 문 총재의 모든 역사가 있지만 자녀를 세워 후계자요, 하나님의 섭리를 맡을 전권을 상속하는 의식을 갖춘 것은 1998년 행사가 전무후무하다. 1998년에 내린 승계는 하나님과 문 총재님과 문현진 회장 사이의 약속이고 공적인 선언이다.


최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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