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리드 명가’로 불리는 렉서스가 드디어 국내 시장에 전기차를 내놨다. 그동안 토요타는 프리미엄 브랜드인 렉서스와 함께 하이브리드 시장에서 막강한 존재감을 발휘해왔지만 전기차 분야에서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다. 전 세계 시장에 출시된 토요타와 렉서스의 전기차 모델이 아직까지 단 2종에 불과하다는 점도 발목을 잡았다. 하지만 글로벌 완성차 시장의 전동화 전환이 본격화하는 상황에서 토요타 역시 언제까지 전기차 라인업 구축을 미룰 수만은 없었다.
렉서스가 지난달 15일 출시한 첫 전기차 UX300e는 전동화 시대를 향한 토요타의 전략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모델이다. 앞서 렉서스는 2030년까지 모든 라인업에 전기차 모델을 도입해 전 세계적으로 100만 대를 판매하겠다고 선언했다. 2035년까지는 모든 렉서스 모델을 전기차로 전환한다는 목표다. 공격적인 전동화 전략을 발표하고 나선 여타 완성차 브랜드와 비교할 때 렉서스가 전동화 전환을 예고한 시기는 절대 빠른 편은 아니다. 오히려 주도권을 잡고 있는 하이브리드 모델로 수요에 대응하면서 전기차 시장으로 서서히 옮겨가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차근차근 미래를 대비하겠다는 전략이었을까. 첫 전기차 UX300e는 렉서스 브랜드 고유의 기본기를 갖췄지만 아쉬움도 적지 않은 모델이다.
외관은 기존의 UX 모델과 별 차이 없이 렉서스 브랜드의 이미지를 그대로 담고 있다. 크기는 전장 4495㎜, 전폭 1840㎜, 전고 1525㎜로 국내 모델 중에서는 현대차 코나, 기아 니로 등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견줄 만하다. 다만 실내 공간은 최근 출시된 경쟁 차종들과 비교할 때 아쉬움이 남는다. 무엇보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2년여 전에 선보인 구형 모델인 탓에 미래지향적이고 디지털화된 디자인과 기술을 기대한다면 실망할 수밖에 없다. 중앙의 7인치 디스플레이는 크기가 작을 뿐 아니라 내비게이션도 사용할 수 없다. 디스플레이를 통해 각종 기능을 조작하려면 센터 콘솔의 터치패드를 활용해야 하는데 주행 중에는 불편하게 느껴졌다. 기존 하이브리드 모델을 기반으로 만든 전기차라는 점을 감안해도 1회 충전시 주행거리가 233㎞에 불과하다는 점도 약점으로 꼽힌다.
주행감은 렉서스가 최대 강점으로 내세우는 요소 중 하나다. 실제 주행에서도 UX300e는 전기차 특유의 가속력에 렉서스 브랜드의 안정감을 발휘했다. 코너링이 반복되는 시승 구간에서도 쏠림이 크게 느껴지지 않고 도로를 단단하게 움켜쥐고 주행이 가능했다. UX300e는 최고출력 204마력, 최대토크 30.6㎏·m의 성능을 발휘한다. 특히 스포츠 모드를 적절하게 활용하면 전기차로도 ‘달리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이번 UX300e로 렉서스의 전동화 비전이 본격화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내년에 출시 예정인 두 번째 순수전기차 ‘RZ 450e’가 전동화 전략의 선봉장에 선 모델이라고 보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 RZ 450e는 토요타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적용한 렉서스의 첫 전용 전기차다.
렉서스 특유의 부드러운 승차감과 주행감을 선호하고 도심 출퇴근용으로 활용할 전기차를 찾는 운전자라면 UX300e도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가격은 5490만 원으로 전기차 보조금을 100% 지원 받을 수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보조금을 받으면 4500만 원대 안팎으로 구매가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