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방 시대 추격자에서 벗어나 기술 패권 시대 선도자가 되려면 정부출연연구기관 등 연구 현장에서 사회나 기업의 수요를 잘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채영복 전 과학기술부 장관)
18일 대전 대덕연구단지 한국화학연구원에서 열린 ‘제1회 국가연구소 기업가정신 토크콘서트’ 화학연편에서 전문가들은 산학연의 협력이 미흡하다며 유기적인 생태계 조성을 거듭 강조했다.
채 전 장관은 “기술 패권 시대에 연구개발(R&D)을 설계할 때 기업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파악해 방향을 잡아야 한다”며 “독일은 후발국들의 추격에 대비해 산학연이 합심해 인더스트리 4.0을 내놓으며 4차 산업혁명의 모태가 됐다”고 말했다.
국양 대구경북과학기술원 총장은 “연구 현장에서 굉장히 열심히 하지만 크게 내놓을 것은 없는 게 현실”이라며 “1000억 원이나 1조 원짜리 기술은 있지만 50조 원이나 100조 원짜리 핵심 기술은 없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대학은 기초연구, 출연연은 기반기술, 민간은 산업기술을 하라고 했는데 요즘은 기초부터 산업화 연구까지 간극이 좁아져 이런 임무 정의는 맞지 않다고 했다. 구글이 응용수학을 활용해 검색 알고리즘을 개발한 것처럼 기초·응용·개발연구에서 융합을 꾀해야 한다는 것이다.
OLED·회로·반도체 소재 기업을 운영하는 장경호 코스닥협회장(이녹스첨단소재 회장)은 “벤처기업들이 글로벌 가치를 높이고 신성장 동력을 확충하기 위해서는 출연연과 대학의 기술이 필요하다”며 “현재는 산학연 협력이 쉽지 않은데 미래 첨단산업 클러스터를 만들어 융합하도록 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장 회장은 이어 “연구기관별로 기술 이전 노력을 하고 있으나 기업 입장에서 보면 부족하다”며 “정부가 출연연과 대학의 기술을 데이터베이스화해 기업들이 쉽게 찾아 활용할 수 있도록 해줬으면 좋겠다”고 건의했다.
유석환 로킷헬스케어 회장은 “지금은 물리적으로 클러스터를 구축하는 것보다 산학연의 R&D 플랫폼을 효과적으로 고도화해 실질적으로 유기적 협력 생태계를 구축하는 게 필요하다”고 힘줘 말했다. 김복철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이사장은 “퍼스트 무버가 나올 수 있는 국가 R&D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며 “국가혁신체계(NIS)와 지역혁신체계(RIS)가 잘 조화된 R&D 시스템으로 바꿔나가야 한다”고 했다.
이광복 한국연구재단 이사장은 “우리 연구자들의 역량이 대단하지만 선도 경험이 부족하다”며 “정부와 산학연이 힘을 합쳐 국가 R&D 시스템을 재설계할 때 공동 연구와 융합 연구, 국제 협업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이 이사장은 이어 “출연연과 대학에서 최첨단 연구를 위한 예산을 확보하려면 잘해야 1~2년을 예측할 수 있는데 5년·7년을 예측해 제안서를 내야 한다”며 비현실적인 사례를 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