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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운 우리말로 문화재 읽기] '칙령'은 법령으로 '교서'는 문서로…창덕궁 내 관청 설명도 쉽게

<3>창덕궁





서울 창덕궁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5대 궁궐 모두에서 대부분 훼손된 ‘궐내각사’가 여기서는 일부라도 복원됐다는 점이다. 궐내각사는 궁궐 내 있었던 일반 관청이다. 즉 많은 숫자의 관료들이 궁궐 내에서 생활했다는 것이다. 궐내각사의 존재는 궁궐이 임금의 방탕이나 음모술수가 아니라, 정치의 중심이었음을 보여준다.



창덕궁 안내판에서 궐내각사에 대해서 “왕실과 직접 관련이 있는 여러 관청들이 궁궐 안에 설치되었고 이를 궐내각사(闕內各司)라고 부른다”고 간단히 씌여 있다. 세부 기관에 대한 내용도 쉽지 않다.

예문관을 “왕의 칙령과 교서를 보관하던”이라고 정리했는데 여기서 칙령은 법령, 교서는 일반 문서를 의미한다. 홍문관은 ”정치를 보좌하는”이라는 데 오히려 ‘조정 내 문서관리와 처리, 국왕에 자문하는’이라고 하는 게 나을 듯하다. "정신문화를 담당하는 규장각”이라는 표현도 어색하다.



이어 “가운데 흐르는 금천을 경계와 경관 요소로 삼았고”라는 말이 있는데 ‘경관 요소’ 자체가 쉽지 않은 말이다. 그냥 ‘금천을 주요 시설로, 내외의 경계로 삼았다’고 하는 것이 어떨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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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창덕궁에 대해 “중국을 비롯한 동양의 궁궐 예제는 남북 중심축을 따라 엄격하게 배치되는 것이 일반적이며 경복궁 역시 이 제도를 따랐다. 그러나 산자락에 자리잡은 창덕궁은 인위적인 제도를 벗어나 주변 자연 지형에 순응하고 변화를 거듭하면서 가장 한국적인 궁궐이 되었다”는 표현은 과장됐다.

창덕궁은 바로 근처의 창경궁과 함께 응봉(매봉) 자락에 있으면서 자연스러운 궁궐배치가 특징이다. 다만 경복궁조차도 북악산 구릉에 맞춰 정남향이 아닌 3.5도 정도 서쪽으로 기울어졌다. 경희궁과 덕수궁도 마찬가지다. 지형을 중요하게 고려해야 했던 국내 궁궐에서 남북 중심축 개념은 없다고 볼 수 있다.

문장 10개가 연속으로 이어져 있다. 한번 읽기도 숨차다.문장 10개가 연속으로 이어져 있다. 한번 읽기도 숨차다.


창덕궁 내 대부분 안내판의 문장들은 대부분 문단 나누기 없이 연속돼 있다. 일반인들이 읽기에는 아주 불편한 방식이다. ‘창덕궁’을 설명하는 안내판은 10개 문장이 문단 구분 없이 연속으로 이어진다.

중요한 개념을 설명 없이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 인정전의 안내판은 “창덕궁의 정전으로 신하들이 임금에게 문안도 하고 정사를 아뢰며 외국의 사신을 접견하는 등 중요한 의식을 행하는 곳”이라고 표현한다. 정전은 의례적인 공식행사를 하는 곳이고 편전은 실제 회의 등 업무, 그리고 침전은 숙소다.

/글·사진=최수문기자 chsm@sedadily.com


최수문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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