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불법 요양병원 설립 목적으로 투자한 돈…대법 "횡령죄 성립 안 돼"

불법투자금 형사상 보호가치 없어

투자금 반환, 민사로 해결할 문제

대법원 전경. 연합뉴스대법원 전경. 연합뉴스




불법으로 투자했다가 돌려받지 못한 돈은 횡령죄를 적용해 보호받을 수 없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범죄를 목적으로 한 투자금은 형사상 부당이득으로 볼 수 없어 반환할 의무도 없다는 의미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횡령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0일 밝혔다. A씨는 노인요양병원 사업을 하면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며 B씨, C씨로부터 투자금 명목으로 2억5000만원을 받아 이 중 일부를 개인채무 변제에 사용한 혐의다.



A씨는 투자금을 의료법인 설립을 위한 협동조합 출자금으로 받아 자신은 조합장으로 나머지 투자자들은 이사 등의 직위를 부여했다. 의료기관을 개설할 자격이 없는 무자격자가 의료기관을 개설하거나 운영하는 행위는 의료법에 따라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1억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되는 불법행위다.



A씨 측은 재판에서 "B씨와 C씨가 협동조합에서 탈퇴했기 때문에 출자금을 임의로 썼더라도 민사상 채무를 질 뿐 횡령죄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이 사건의 쟁점은 A씨에게 횡령죄를 적용할 수 있는지 여부였다. 횡령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재물의 보관자와 재물의 소유자 사이에 법률상 또는 사실상의 위탁신임관계가 인정되어야 한다.

1, 2심 재판부는 A씨의 횡령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과 피해자들 사이에 동업약정은 의료법을 위반해 무효이지만 피고인이 주도해서 병원을 운영하고 피해자들은 자본금을 투자해 이익을 분배하기로 한 사정에 비춰보면 보호 받을 수 없는 불법원인급여가 아니다"라며 "따라서 부당이득으로 반환할 의무를 지는 피고인이 투자금을 임의로 소비한 것은 횡령죄 위반에 해당한다"고 봤다.

다만, 2심 재판부는 앞서 B씨가 동일한 내용으로 A씨를 사기죄로 고소한 사건에서 무죄 확정판결을 받음에 따라 면소 판결하고 징역 1년을 선고한 1심 형량을 징역 6개월로 줄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A씨에게 횡령죄를 적용할 수 없다고 봤다. 대법원은 "횡령죄가 성립하려면 재물의 보관자와 재물의 소유자 사이에 횡령죄로 보호할 만한 가치가 있는 신임에 의한 위탁관계가 존재해야 한다"며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에 횡령죄로 보호할 만한 신임에 의한 위탁관계는 인정되지 않는다"고 했다. 투자금은 범죄를 위해 오간 것으로 불법원인급여 봐야 한다는 의미다. 불법원인급여는 불법적인 원인을 목적으로 금전을 지급한 자에 대해 법적보호를 받지 못하도록 한 민법상 규정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피해자의 민사상 반환청구권이 허용된다고 해서 무조건 형사상 보호가치 있는 위탁관계에 해당하는 것도 아니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최성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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