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투자의 창] 추세 상승 쉽잖은 하반기 증시

최석원 SK증권 지식서비스부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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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내내 이어진 증시 하락 추세가 마무리되지 못한 채 상반기가 끝났다. 지난해 말부터 6월 말까지 코스피 하락률은 22%, 코스닥 하락률은 무려 28%에 달한다. 이로써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기 전 2019년 말을 기준으로 2년 반 동안의 상승률은 코스피 6%대, 코스닥 11%대로 내려왔다. 코스피 3000선을 넘으며 새로운 시대를 환호하던 목소리는 이미 사라졌고 투자자별로 상황은 다르겠지만 2020년 이후에만 국내 증시에서 160조 원 이상을 사들인 개인투자자들 대부분은 상당한 손실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해외 증시도 마찬가지다. 특히 미국은 우리 이상의 하락 폭을 보여 미국 주식에 투자했던 국내 투자자들이 큰 타격을 받았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올 들어 6개월 동안 21%, 나스닥 지수는 30% 떨어졌다. S&P500 지수는 1970년 이후 52년 만에 최대 하락률이고 나스닥 지수는 지수 발표 이후 최대 하락률이다. 상반기 원·달러 환율 상승 폭이 9% 넘어 헤지하지 않은 미국 주식 투자의 원화 평가 수익률은 이보다 높지만 헤지 비용을 감안할 때 대체로 20%~30% 수준의 하락률을 기록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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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글로벌 주가 하락의 근본 요인은 결국 고물가와 긴축이었다. 4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은 물가는 각국 중앙은행이 경기 침체를 감수하더라도 강한 긴축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으로 이어졌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계속된 경기 확장과 풍부한 유동성이라는 주가 상승의 연료가 바닥난 셈이다. 특히 현재 나타나고 있는 물가 상승이 정책 과잉과 함께 지정학적 위험, 자원 무기화, 탈세계화 등 구조적인 이유를 배경으로 한다는 점이 투자자들을 더 위축시켰던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상당 기간 손실을 만회하는 글로벌 증시의 상승 추세를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과거 경험을 보더라도 경기 침체를 이유로 떨어진 주가가 이전 고점을 회복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다. 오일쇼크, 닷컴버블 붕괴와 금융위기 등 극단적인 경우에는 전고점 회복에 5년 이상의 시간이 걸렸고 그보다 완만한 경기 수축기에도 1~2년의 시간이 필요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코로나19 전까지는 그 기간이 짧아졌지만 저물가를 바탕으로 한 반복적인 통화 완화 정책에 힘입은 바 크다고 보면 물가가 높은 지금과는 분명 상황이 다르다.

물론 단기적으로는 증시 반등을 이끌 만한 요인들이 생긴 것도 사실이다. 첫째는 가격이다. 주식시장은 기본적으로 물가와 경기·금리, 그리고 이를 반영한 실적과 할인율의 영향을 받지만 때로는 가격 그 자체의 영향을 받기도 한다. 지금은 단기 낙폭이 커지면서 가격 매력이 생겼다. 게다가 최근 들어 유가 등 원자재 가격 하락과 경기 침체 우려로 장기 시장금리가 크게 떨어졌다. 어찌 보면 주식, 채권, 원자재 시장이 중앙은행에 긴축 속도를 늦추라고 압박하는 모양새다. 이렇게 보면 열쇠는 다시 물가와 중앙은행의 손에 넘겨졌다고 할 수 있다. 원자재 가격의 하락이 지속되며 물가 기대가 안정될 것인지, 자산시장이 주장하는 경기 침체 우려를 공유해 긴축의 속도를 조정할 것인지 여부가 단기적인 증시 흐름을 결정할 것이다.

그러나 경기 둔화에도 불구하고 지정학적 요인에 영향을 받는 원자재 가격이 하락 추세를 유지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확실하고 물가 전망과 긴축 행보에서 신뢰를 잃은 중앙은행들이 바로 말을 바꿔 정책 기조를 변경할 가능성 역시 크지 않다는 점에서 증시의 추세 상승은 쉽지 않은 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기업 실적이 나빠질 것이기 때문이다. 상반기보다는 낫겠지만 하반기에도 증시에 큰 기대를 걸기는 어려운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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