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 국민의힘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의 ‘원톱 체제’가 출범 열흘 만에 흔들리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지지율이 여전히 30%대에 머물고 있는 가운데 ‘사적 채용’ 논란까지 더해지며 지지율 반등의 발목을 잡고 있고 차기 당권 주자인 김기현·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의 모임에 당내 의원들이 몰리며 세 불리기가 가시화되는 모습이다.
유력한 차기 당권 주자로 꼽히는 김 의원과 안 의원은 20일 각각 공부 모임·토론회를 열고 세력 확장에 나섰다. 이날 김 의원이 주최한 모임에는 56명이, 안 의원 토론회에는 35명이 몰렸다.
특히 ‘윤핵관’인 장제원 의원과의 연대설로 주목 받은 김 의원은 첫 모임보다 10여 명이나 많은 의원을 모았고 안 의원 역시 일부 의원들이 의원총회·본회의 일정 참석 이후 돌아와 자리를 지키는 등 지지 기반을 다져가고 있다는 평가다.
김 의원과 안 의원은 당 안팎의 현재 상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권 대표 대행의 비상 체제에 부정적인 의견을 밝혀왔던 김 의원은 “지지율이 날이 갈수록 떨어지고 국정동력도 점점 약해지고 있다. 당내 어려운 사정 때문에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현 체제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표시하기도 했다. 안 의원 역시 “코로나19 사태에 인플레이션, 우크라이나 사태에 이르기까지 총체적인 난국에 처해 있다”며 “이런 상황을 뚫고 나가 정책적으로 올바른 판단을 하고 국민을 설득하는 것이 정부 여당의 책임 있는 자세”라고 강조했다.
권 대표 대행의 직대 체제에 대한 견제론이 커지면서 당내에서는 차기 당권 주자들을 중심으로 조기 전당대회를 열자는 목소리가 점차 힘을 받고 있다.
김 의원은 앞선 18일 한 언론 인터뷰에서 “정권 출범 초기에 집권당이 제 역할을 하려면 임시 체제인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조기 전당대회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안 의원 역시 토론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당내 사정에 대해 여러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그 문제에 대해 내일 저의 입장을 밝힐까 한다”고 전해 조기 전당대회에 힘을 실을 가능성이 점쳐진다.
국민의힘의 한 의원은 국민의당 출신인 안 의원이 당 대표에 출마할 경우 ‘당심’에서 불리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 “국민의당에서 (국민의힘으로) 넘어온 당원들은 절대적으로 안 의원 쪽으로 가는 만큼 분산 가능성이 큰 다른 후보들에 비해 유리할 수도 있다. 결국 의원들이 누구를 미느냐에 따라 구도가 달라지지 않겠느냐”며 당권을 둘러싸고 고조되고 있는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과 동반 하락세를 걷고 있는 것도 권 대표 대행의 원톱 체제를 흔드는 또 다른 요인으로 꼽힌다. 알앤써치가 16~18일 전국의 만 18세 이상 남녀 1025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19일 발표한 결과를 보면 국민의힘 지지율은 37.2%, 민주당은 35.9%로 두 정당 간 격차가 1.3%포인트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4주 전 조사에 비해 국민의힘 지지율이 13.0%포인트나 급감한 결과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최수영 정치평론가는 “여당이 대통령 지지율의 방파제 역할을 해야 하는데 오히려 같이 쏠려 떨어지는 상황”이라며 “지금까지는 권 대표 대행의 한두 번 실언으로 볼 수 있지만 반복되면 불안정한 리더십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럼 정치권에서는 반드시 리더십 교체 요구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