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이준석 '싸움닭'스타일, 지역 순회서 확 바뀌나

부산 이어 전날 춘천서 모임 가져

가처분 접고 목소리 안 내며 잠행

싸움닭 스타일 바꿨단 관측 나와

당대표 적합도 조사에서 1위 굳건

수사 무혐의 받으면 본격 활동 전망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9일 강원도 춘천을 방문해 김진태 강원도지사와 만찬 회동을 하고 있다./사진=김진태 강원도지사 페이스북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9일 강원도 춘천을 방문해 김진태 강원도지사와 만찬 회동을 하고 있다./사진=김진태 강원도지사 페이스북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당 윤리위원회에서 징계를 받은 뒤 목소리를 죽이고 잠행을 이어가자 ‘싸움닭’ 스타일을 바꾸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 대표는 홍준표 대구시장과 이재명 의원, 장제원 의원 등과 함께 대표적인 싸움닭 스타일 정치인으로 꼽힌다. 이 대표가 당 내에서 신망을 잃고 코너에 몰린 작금의 상황은 당 내 인사들과 걸핏하면 설전을 주고받은 것이 한 이유로 꼽힌다. 앞서 김근식 전 국민의힘 비전전략실장은 윤리위 징계 전 한 라디오에서 “이 대표가 지금까지의 싸움닭 그리고 여기저기에서 모든 사람과 함께 전선을 확대해서 자기를 비판한 사람에 대해서 한 번도 쉬지 않고 계속 반박을 하는, 전선을 확대하는 접근 방법을 이제 그만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대표는 평소와는 다른 태도를 보인다는 게 당 내외의 분석이다. 징계에 가처분 신청을 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별다른 메시지를 내놓지 않은 채 잠행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 당 내에서는 2030세대의 지지를 끌어낸 이 대표의 공은 분명한 만큼 경찰 수사에서 무혐의를 받고 성숙해져 돌아온다면 다시 대표로서 신임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 대표는 당분간 지역을 돌며 세 결집을 도모하다 경찰 수사에서 무혐의가 나오면 공개 행보를 본격화할 전망이다.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표는 지역을 돌면서 비공개로 당원과 지지자들을 만나는 행보를 당분간 이어갈 예정이다. 이 대표는 전날 강원 춘천의 한 닭갈비 집에서 지지자 약 30명을 만났다. 김진태 강원도지사도 이 자리를 찾았다. 이 대표와 김 지사는 막걸리 가게로 옮겨 만남을 이어갔다. 김 지사는 이 대표와 ‘국정운영 지지도에 대한 우려, 앞으로의 행보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느냐’는 서울경제의 질의에 “그런 것 없다”며 “시민들과 인증샷 찍느라 정신 없었다”고 말했다. 김 지사 측 관계자는 “지방선거 때 강원도가 우리 당 입장에서 중요한 곳인데 이겨서 참 좋았다는 등의 이야기를 나눴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징계 뒤 잠행에서 지지자를 만난 것은 이번이 두번째다. 이 대표는 앞서 페이스북에 광주 무등산에 오른 사진을 공개한 뒤 만남 신청을 받았다. 이후 부산에서 처음 지지자 모임을 가진 뒤 전날 춘천을 찾아 모임을 했다. 이 대표는 이날 원주에 모임을 잡았다가 언론에 알려지자 취소하고 다른 지역에서 모임을 갖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가 지금까지 받은 만남 신청이 1만 명에 육박하는 만큼 당분간 ‘로우키’ 지역 만남 행보를 이어갈 전망이다. 자신을 지지하는 청년 위주의 당원과 지지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자신이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는 한편 세도 구축해놓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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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는 징계위 당일 한 라디오(KBS) 인터뷰에서 강경 대응을 시사했으나 이후 가처분 신청을 안한 것은 물론이고 관련 사안을 일체 언급하지 않고 있다. 윤리위 관련 언급은 전날 김성태·염동열 전 의원의 윤리위 징계 건과 관련해 “윤리위원회의 판단에 대해서 따로 말하고 싶지 않다. 그들이 한 판단에 대해서 국민들에게 잘 해명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 전부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 대표의 행보를 두고 “지금 상황에서 불가피한 선택일 것”이라면서도 목소리를 내지 않는 데 대해서는 호평하는 분위기다. 윤리위 징계에 가처분 등으로 불복하지 않고 낮은 자세로 지지자들을 만나는 행보에서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 대표가 징계를 계기로 자중자애한 뒤 싸움닭 스타일을 버리고 더 큰 정치인의 면모로 돌아오길 바라는 눈치다. 이 대표에겐 정치적 감각과 순발력이란 장점이 있고 국민의힘에 2030 세대의 관심을 끌어온 한 공도 분명한 만큼 변화한 모습으로 돌아오면 당을 다시 한 번 믿고 맡겨볼 만할 것이란 이야기도 나온다.

이 대표 지지세는 국민의힘 지지자는 물론 국민들 사이에서도 여전히 굳건하다. 스트레이스뉴스가 조원씨앤아이에 의뢰해 7월 16~18일 전국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국민의힘의 차기 당 대표 적합도를 조사한 결과 이 대표가 25.2% 1위, 다음이 안철수 의원이 18.3%, 나경원 전 의원 9.2%, 김기현 의원 4.9%, 장제원 의원 4.4%, 권성동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3.1%, 권영세 통일부 장관 2.4% 순이었다. 국민의힘 지지층으로 좁히면 이 대표 지지율은 32.6%로 더 높아졌다. 다음으로 안 의원은 20.8%, 나 전 의원 15.1%, 김 의원 6.9%, 장 의원 5.9%, 권 대행 4.1%, 권 장관 4.0% 순이었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워윈회 홈페이지 참조)

이 대표가 순조롭게 복귀한다면 차기 당권 구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징계 전 주변에 차기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에서 자신과 방향성이 맞는 후보를 밀어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고 한다. 이 말을 뒤집어보면 자신이 지지하지 않는 후보가 선두를 차지하면 이를 뒤집기 위해 전폭적으로 지원할 것이란 취지로 풀이된다.

관건은 경찰 수사다. 이 대표는 경찰 수사에서 무혐의가 나면 복귀를 위한 본격적인 공개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이날 춘천 만남 뒤 페이스북에 강원 지역 공약을 거론하며 “잊지 않고 지켜나가겠다”고 말했다. 당 대표 복귀 의지를 우회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경찰 수사에서 기소 의견으로 송치되기라도 하면 대표직 복귀가 무산되는 것은 물론이고 정치적 재기도 검찰에서 무혐의나 재판에서 무죄를 받기 전까진 요원해진다.


조권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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