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러시아가 전쟁 일으키지 않았다면 서방이 일으켰을 것"…푸틴 편 든 이란

신중 지지 넘어 '反美연대' 강화

에르도안은 이란서 푸틴과 만나

러 원유대금 비달러 결제 논의도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과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가 19일(현지 시간) 테헤란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AP연합뉴스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과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가 19일(현지 시간) 테헤란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가 우크라이나 전쟁은 러시아가 아닌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때문에 발발한 것이라고 밝히며 러시아에 밀착했다. 서방의 제재를 받는 두 나라가 '반미(反美) 전선'을 강화하는 모양새다.

19일(현지 시간) 폴리티코 등 외신에 따르면 하메네이는 이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나 "전쟁은 폭력적이고 힘겨운 시도이며 이슬람공화국은 전쟁이 전혀 달갑지 않다"면서도 "하지만 우크라이나의 경우 만약 당신(푸틴)이 시작하지 않았다면 상대방(서방)이 전쟁을 일으켰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토가 크림반도를 우크라이나에 돌려주기 위해 전쟁을 선포했을 것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뉴욕타임스(NYT)는 푸틴의 주장을 되풀이한 이번 지지가 "러시아의 주요 동맹국인 중국이 나타낸 신중한 지지를 훨씬 더 뛰어넘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한 이날 발언은 이란이 러시아와 마찬가지로 서방의 전방위 제재를 받는 상황에서 러시아와의 연대를 강화하려는 의도를 담은 것으로 해석된다.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첫 해외 방문국으로 옛 소련이 아닌 이란을 택한 것도 같은 이유다. 비영리단체인 국제위기그룹(ICG)의 알리 바에즈 이란담당자는 “러시아와 이란은 서로를 신뢰하지 않지만 어느 때보다 서로를 필요로 한다”며 “이는 선택의 파트너십이 아니라 필요에 의한 동맹”이라고 분석했다.

관련기사



양국은 경제 협력도 이어가기로 했다. 이날 이란 국영석유회사(NIOC)와 러시아의 국영 에너지 기업 가스프롬은 400억 달러(약 52조 5000억 원) 규모의 천연가스 개발·투자 관련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세계 천연가스 매장량 1, 2위인 러시아와 이란이 손잡고 이른바 '반서방 에너지 연대'에 나선 것으로 볼 수 있다.

한편 이란을 방문 중인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터키)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 대금을 미국 달러 외의 통화로 지불하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담에 앞서 블룸버그통신은 튀르키예 관리들을 인용해 양국이 이미 에너지 거래 등 무역에서 현지 통화를 사용하는 방안을 준비해왔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튀르키예 정부 관계자는 “튀르키예가 에너지 수입 대금을 리라화로 지불할 수 있으면 보유외환을 덜 사용하게 된다”며 리라화뿐 아니라 루블화도 이번 협정의 일부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5년 전 약 970억 달러였던 튀르키예의 외환보유액은 이달 1일 기준 590억 달러를 밑돌고 있다. 하메네이는 “세계가 미국 달러에 대한 신뢰를 잃은 만큼 각국이 무역에서 미국 달러 사용을 줄여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연하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