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반도체 장비 수입 상반기 27% 뚝…설비투자 축소에 하반기도 먹구름

공급망 붕괴에 3년 만에 하락세






올 상반기 반도체 장비 수입액이 3년 만에 줄었다. 사상 초유의 장비 공급망 마비 현상으로 제품 수급이 제때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반기에도 경기 침체에 따른 반도체 수요 위축으로 반도체 업체들의 설비투자가 감소하면서 장비 수입 역시 계속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0일 관세청에 따르면 올 상반기 한국으로 들어온 반도체 장비 수입액은 68억 8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98% 줄었다. 2019년 사상 초유의 메모리 반도체 불황 이후 줄곧 오름세를 보이던 수입액이 올 상반기 하락세로 돌아선 것이다.



반도체 장비 수입액은 국내 반도체 생산 설비투자가 얼마나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국내 양대 반도체 제조사 생산 라인에 설치된 제조 장비의 60% 이상이 미국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램리서치·KLA, 네덜란드 ASML, 일본 도쿄일렉트론 등 해외 업체의 제품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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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반도체 장비 수입이 쪼그라든 가장 주요한 원인은 공급망 마비로 분석된다. 현재 반도체 업계는 장비 공급이 상당히 불안정하다. 반도체 수요 폭증으로 한국·미국·중국 등 선진국 공장 투자가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장비 발주부터 입고까지 걸리는 시간(리드타임)이 최소 1년 이상 소요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장비에 활용되는 부품 구하기가 너무 어려우니 온라인 쇼핑몰에서라도 구매해 보자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수급이 심각하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삼성전자·SK하이닉스도 적기에 장비를 공장으로 들이지 못하는 문제가 생겼다. 노종원 SK하이닉스 사장은 4월 열린 SK하이닉스 1분기 실적 발표회에서 “장비 리드타임 이슈는 매우 실제적인 문제”라며 “사업 계획을 기존 일정보다 상당히 앞당겨 수립하며 대응하는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상반기까지는 공급망 불안이 문제였다면 하반기에는 반도체 업체들이 설비투자를 줄이면서 장비 수입은 지속적으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 29일 SK하이닉스는 이사회를 열고 4조 3000억 원을 투입해 건립할 예정이었던 청주 M17 공장 착공을 보류했다. 미국 메모리 업체 마이크론테크놀러지는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열린 실적 발표회에서 기존에 계획했던 설비투자를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대만 TSMC는 장비 리드타임 증가와 재고 상황을 고려해 시설 투자 계획을 기존 400억∼440억 달러에서 400억 달러로 하향 조정했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는 “인플레이션, 공급망 이슈, 수요 악화 등으로 2022년 하반기와 2023년에는 세계 반도체 시장의 설비투자 기조가 움츠러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해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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