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한국서도 뉴욕서도…백남준의 혼, 다시 깨어나다

■탄생 90주년 특별전 잇따라 개막

백남준아트센터 '바로크 백남준'

레이저 작품·시스틴채플도 선봬

불꺼진 최대규모 유작 '다다익선'

국립현대미술관, 9월15일 재가동

세계 최정상 화랑으로 꼽히는 뉴욕 가고시안갤러리에서 19일(현지시간) 개막한 백남준 개인전 전경. /사진제공=Gagosian Gallery세계 최정상 화랑으로 꼽히는 뉴욕 가고시안갤러리에서 19일(현지시간) 개막한 백남준 개인전 전경. /사진제공=Gagosian Gallery




‘비디오아트의 창시자’ ‘한국이 낳은 최고의 예술가’ 등의 수식어는 백남준(1932~2006)을 설명하기에 한없이 모자라다. 백남준 탄생 90주년의 해인 올해는 그간 만날 수 없던 백남준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특별전이 유난히 잦고, 보존·관리상의 문제 때문에 꺼졌던 주요 작품이 다시 깨어나거나 제자리를 찾아가는 등 반가운 소식이 많다.




백남준 탄생 90주년 기념일인 20일 경기문화재단 백남준아트센터가 개막한 특별전 '바로크 백남준' 전시 전경. /사진제공=백남준아트센터백남준 탄생 90주년 기념일인 20일 경기문화재단 백남준아트센터가 개막한 특별전 '바로크 백남준' 전시 전경. /사진제공=백남준아트센터


◇다시 보는 백남준=백남준의 탄생 90주년 기념일인 20일에 맞춰 경기문화재단 백남준아트센터가 개막한 특별전 ‘바로크 백남준’은 작가의 진면목을 깊이 파고들었다. 1995년의 백남준은 독일의 바로크 건축가 요한 슐라운의 탄생 300주년 기념작을 의뢰받았고, 슐라운이 건축한 로레토 교회에서 레이저·비디오 설치작업 ‘바로크 레이저’를 선보였다. 이후로 다시 볼 수 없었던 ‘바로크 레이저에 대한 경의’가 첫 작품으로 관객을 맞는다. 늘어뜨린 전선과 작은 LED전구로 텔레비전을 장식한 ‘비디오 샹들리에 No.1’, 촬영한 촛불의 이미지를 벽에 투사해 빛에 대한 근원적 물음을 던지는 ‘촛불 하나’도 전시됐다. ‘삼원소:원,삼각형,사각형’은 가장 기본적인 도형 안에서 빠른 속도로, 매번 다른 각도로, 끊임없이 움직이는 레이저 광선이 이루는 무한한 깊이감을 경험하게 한다.

'바로크 백남준'에서 만날 수 있는 백남준의 '찰리 채플린' /사진제공=백남준아트센터'바로크 백남준'에서 만날 수 있는 백남준의 '찰리 채플린' /사진제공=백남준아트센터



백남준에게 베니스비엔날레 황금사자상을 안겨준 작품 ‘시스틴 채플’을 서울과 가까운 수도권에서 감상할 수 있다는 것도 반가운 소식이다. 1993년 독일관 대표작가로 베니스비엔날레에 참가한 백남준이 현지 공간을 활용해 제작한 비디오 설치작 ‘시스틴채플’은 국내에서 단 한번도 소개되지 못했다. 지난해 울산시립미술관이 소장품으로 확보했고 지난 5월 개막한 특별전을 끝내자마자 백남준아트센터로 옮겨왔다.전시는 내년 1월24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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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준에게 1993년 베니스비엔날레 황금사자상을 안겨준 '시스틴채플'이 울산시립미술관 소장품으로 30년 만에 국내에 처음 공개됐고, 내년 1월24일까지 열리는 '바로크 백남준' 전시에서도 만날 수 있다. /사진제공=백남준아트센터백남준에게 1993년 베니스비엔날레 황금사자상을 안겨준 '시스틴채플'이 울산시립미술관 소장품으로 30년 만에 국내에 처음 공개됐고, 내년 1월24일까지 열리는 '바로크 백남준' 전시에서도 만날 수 있다. /사진제공=백남준아트센터


◇깨어나는 백남준=세계 최고의 화랑으로 꼽히는 뉴욕 가고시안갤러리가 지난 19일(현지시간) 백남준 개인전을 개막했다. 백남준은 업적에 비해 작품값이 저평가된 작가다. 가고시안은 백남준의 유족과 저작권관리 협약을 맺고, 전속작가로서 백남준을 적극 알리는 중이라 재평가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지난 2018년 2월 전격적으로 ‘전원이 꺼진’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소장의 ‘다다익선’은 5년에 가까운 복원기간을 거쳐 오는 9월 15일 재가동 될 예정이다. 1003대의 텔레비전을 탑처럼 쌓아 올린 ‘다다익선’은 백남준의 최대규모 유작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은 ‘다다익선’ 재가동에 맞춰 오는 11월 기획전 ‘백남준 효과’를 선보일 계획이다. 또다른 대표작 ‘프랙탈 거북선’을 소장한 대전시립미술관은 오는 10월 개관 예정인 ‘열린 수장고’에 백남준 작품의 전용 전시공간을 마련했다. ‘프랙탈 거북선’은 백남준이 1993년 대전엑스포를 기념해 제작한 것이나 한동안 방치됐다 미술관으로 옮겨지면서 작품 일부가 축소·변형됐다. 복원 프로젝트를 맡아 온 김환주 학예연구사는 “보존·복원작업의 과정과 결과가 모두 성공적인 선례가 될 수 있도록 책임감을 갖고 임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오는 9월 재가동을 앞두고 복원작업이 한창인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소재의 백남준 작품 '다다익선' /과천=조상인기자오는 9월 재가동을 앞두고 복원작업이 한창인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소재의 백남준 작품 '다다익선' /과천=조상인기자


공간이 협소한 대전시립미술관 2층으로 옮겨지면서 날개 등이 축소되고 모니터 일부가 작동하지 않던 백남준의 '프랙탈 거북선'이 2019년 초 복원작업 후 재가동하기 시작한 모습. /사진제공=대전시립미술관공간이 협소한 대전시립미술관 2층으로 옮겨지면서 날개 등이 축소되고 모니터 일부가 작동하지 않던 백남준의 '프랙탈 거북선'이 2019년 초 복원작업 후 재가동하기 시작한 모습. /사진제공=대전시립미술관


반가운 소식들이 많지만 과제도 산적했다. 청와대 이전과 함께 관심이 쏠린 청와대 컬렉션 중 하나인 ‘비디오 산조’는 꺼진 채 방치돼 있다. 진지한 활용방안이 수립돼야 한다. 한국 미술계에 대한 반감을 쉽게 지우지 못하는 백남준의 저작권 상속자 하쿠다 켄 백과의 관계개선도 시급하다. 이에 대해 국립현대미술관 측은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울산시립미술관은 ‘시스틴채플’의 소장을 계기로, 백남준아트센터는 최근 공개된 ‘백남준의 비디오 아카이브’ 운영과 관련해 유족의 거리감을 좁히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조상인 미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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