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김태기의 인사이트]경제위기와 대통령의 리더십

김태기 일자리연대 집행위원장(전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김태기 일자리연대 집행위원장김태기 일자리연대 집행위원장




경제위기는 영웅을 만들었다. 세계 대공황을 극복한 미국의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 석유위기를 극복한 미국의 로날드 레이건 대통령과 영국의 마가렛 대처 수상이 그랬다. 우리나라도 정치적 논쟁이 따라 다니지만 무에서 유를 창조한 박정희 대통령과 석유위기와 외채위기를 극복한 전두환 대통령의 경제 치적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민주주의 하에서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를 각각 극복한 김대중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들이 경제위기를 해결하는 길은 순탄하지 않았다. 지지율의 하락은 물론 생명의 위협까지 받으면서 국가 지도자로서 책무를 수행했다. 경제위기 극복에 성공한 대통령의 리더십에는 공통점이 있다.



당면한 글로벌 경제위기의 충격은 불확실하다. 하지만 과거의 경제위기 경험을 보면 대비가 없거나 해결책이 우왕좌왕하면 피해가 그만큼 커진다는 것은 분명하다. 루즈벨트 대통령은 대공황을 해결하기 위해 야당의 공약을 반영해 뉴딜정책을 내걸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헌 소송 등으로 제동이 걸렸고 개인적으로는 암살의 위험에도 처했다. 루즈벨트 대통령은 이러한 상황을 국민과 솔직한 대화를 통해 극복해 나갔다. 저녁 라디오 방송을 이용해 뉴딜정책의 필요성을 설득하고, ‘내일을 실현하는 유일한 장애는 오늘에 대한 의심이고, 실천하는 강한 믿음으로 앞으로 나아가자’며 호소했다. 덕분에 대통령에 4번이나 당선되었다.

관련기사



정부는 경제위기를 극복하지만 자초하기도 한다. 석유위기는 고용을 늘리고 복지국가를 만든다며 정부가 기능을 확대하고 개인의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위축시킴에 따라 충격은 더 컸고 오래 지속되었다. 레이건 대통령은 정부의 기능을 축소하려고 했지만 반발은 컸다. 하지만 반대 세력은 물론 국민을 설득하는데 적극 나섰다. 고금리정책을 통해 물가를 조기에 진정시켰고, 세금과 보조금을 줄임으로써 소비와 투자가 살아나고 일자리가 생기는 것을 국민이 느끼게 만들었다. 원칙에 충실한 정책은 대처 수상도 마찬가지였다. 레이건 대통령은 암살될 뻔했고, 대처 수상은 지지율이 23%까지 떨어졌지만, 가장 존경받는 대통령과 최장수 총리로 기록되었다.

인기없는 정책이 경제위기의 해법이었기에 처음에는 지지율이 낮았다. 하지만 이러한 딜레마를 정치력으로 해결했다. 레이건 대통령은 특유의 유머 감각을 살려 소통을 강화했고, 경제위기의 본질과 해법을 국민에게 단순명쾌하게 알렸다. “경기침체는 이웃이 일자리를 잃는 때, 공황은 자신이 일자리를 잃을 때”라고 표현했고, 경제자유화를 “사람의 지능, 상상, 감탄에는 한계가 없기 때문에 경제성장에는 한계가 없다”고 강조했다. 마가렛 대처 수상은 ‘철의 여인’으로 불릴 정도로 과감하고 단호했다. 경제자유화에 대한 비판이 야당은 물론 여당 일각에서 제기될 때마다, “대안은 없다(TINA, there is no alternative)”며 줄곧 반박해 티나라는 별명이 생겼다.

우리나라도 경제위기를 극복한 대통령은 특별한 리더십을 보였다. 군 지휘관 출신인 전두환 대통령은 위기 처방에 대한 갑론을박 와중에 김재익 수석에게 ‘당신이 경제대통령이다’며 콘트롤타워를 맡겼다. 연합정권으로 탄생한 김대중 대통령은 “경제는 서생적 문제 의식과 상인적 현실 감각이 필요하다”며 보수와 진보의 비판을 이겨냈다. 이명박 대통령은 “내가 현대를 해봐서 아는데 위기에는 현금부터 챙겨야 한다”며 고금리를 감수하더라도 달러 확보에 선제적으로 나섰다. 경제위기 주의보가 켜졌다. 공무원은 책임 때문에 미적지근한 태도를 보이기 쉽기에 대통령의 결단이 중요하다. 윤대통령은 어떤 리더십으로 위기를 극복할 것인가.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