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K반도체' 총력전…세액공제 2%P·공장용적률 1.4배 높인다

[반도체 초강대국 전략]

정부 전방위 규제완화 카드 꺼내

용적률 늘려 고용·생산성 제고

산단 인허가 신속 처리 의무화

주64시간까지 R&D 근무 허용

시스템 반도체 경쟁력 강화엔

2029년까지 1조 2500억 지원

이창양(왼쪽 네 번째)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1일 오후 경기도 화성시 동진쎄미켐에서 열린 ‘반도체 산학협력 4대 인프라 구축 협약식’에서 참석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이창양(왼쪽 네 번째)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1일 오후 경기도 화성시 동진쎄미켐에서 열린 ‘반도체 산학협력 4대 인프라 구축 협약식’에서 참석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1일 정부가 내놓은 반도체 초강대국 전략 발표를 보면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꺼내 들 수 있는 카드는 모두 동원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는 반도체 단지 용적률을 최대 1.4배 높이고 반도체 연구개발(R&D) 분야 종사자는 주 64시간 근무가 가능하도록 했다. 여기에 반도체 설비투자 시 세액공제율을 기존 대비 2%포인트 상향했다. 수도권 집중 완화, 적정 근로시간 보장, 경제력 집중 방지 등을 이유로 이전 정부에서 손대기 힘들었던 규제를 과감히 해제한 셈이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1일 경기도 화성시 동진쎄미켐에서 열린 '반도체 산학협력 4대 인프라 구축 협약식'을 마친 후 반도체 소재 생산 시설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1일 경기도 화성시 동진쎄미켐에서 열린 '반도체 산학협력 4대 인프라 구축 협약식'을 마친 후 반도체 소재 생산 시설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의 이 같은 반도체 ‘올인’ 전략은 미중 무역 분쟁으로 촉발된 각국의 공급망 재편 및 한국 경제의 저성장 문제 등에 대응하기 위한 사실상의 승부수다. 정부가 ‘K반도체 전략’을 내놓은 지 불과 1년 2개월여 만에 또 새 대책을 내놓았다는 점에서 반도체 육성에 대한 강한 의지를 읽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21일 경기도 화성 동진쎄미켐 공장에서 공개한 반도체 전략의 핵심은 투자 활성화 유도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가 미국 등 해외 공장 건설을 늘리는 와중에 정부는 이들 기업의 국내 투자를 촉진해 공급망 안정화는 물론 국내 일자리까지 늘리겠다는 복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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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이를 위해 반도체 단지 용적률을 기존 350%에서 최대 490%로 상향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평택 캠퍼스의 반도체 공장(클린룸) 개수는 기존 12개에서 향후 최대 18개까지 운용이 가능해진다. SK하이닉스의 용인클러스터 클린룸도 기존 9개에서 최대 12개까지 늘릴 수 있다. 정부는 클린룸 1개 건설 시 1000여 명의 고용 효과가 발생한다는 점에서 최대 9000여 개의 일자리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 산업단지 조성 시 ‘중대한 공익침해’ 등의 사유만 없다면 인허가 신속 처리를 의무화해 보다 빠른 공장 건설이 가능하도록 한 점도 눈에 띈다. 반도체 투자 계획이 정부 허가 지연 등으로 몇 주만 늦춰져도 ‘반도체 수요·공급 사이클’에 적절한 대응이 힘들어 수조 원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 조치다.

중국, 미국, 유럽연합(EU) 등 각국이 반도체 공장 유치를 위해 사활을 건 상황에서 정부의 직접 지원 방안도 확대했다. 정부는 전력이나 용수 등 반도체 단지 필수 인프라 구축 비용을 향후 국비로 지원할 방침이다. 반도체 기업을 비롯한 대기업 설비투자 시 세액공제율은 기존 6~10%에서 8~12%로 상향한다. 삼성전자가 2000억 원에 달하는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들여올 경우 1대당 최대 40억 원을 추가로 돌려받을 수 있게 된다.

반도체 R&D 부문은 노동시간 제약이 없는 실리콘밸리 업체와의 경쟁을 위해 ‘특별연장근로제’를 적용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반도체 R&D 업종 종사자들은 올 9월부터 최대 주 64시간 근무가 가능하다. 이외에도 화관법상 유해화학물질 취급 시설 개선 등으로 반도체 산업의 발목을 잡던 각종 규제를 없애기로 했다. 정부는 이를 통해 향후 5년간 누적 340조 원의 반도체 부문 투자를 이끌어낼 방침이다.

메모리반도체에 편중된 국내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시스템반도체 기술 확보에도 박차를 가한다. 최근 몇 년간 수급이 어려웠던 차량용 반도체 기술 개발(5000억 원)과 전력반도체 기술 고도화(4500억 원) 관련 예산 확보를 위해 대규모 예비타당성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구글·마이크로소프트 등이 선도하고 있는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술 선점을 위해서는 2029년까지 1조 2500억 원을 지원하게 된다.

반도체 기술 자립을 위한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생태계 구축도 강화한다. 제3판교 테크노밸리와 용인 플랫폼 시티에 반도체 소부장 클러스터를 구축해 소부장 업체 간 기술 교류 등을 활성화할 방침이다. 또 3000억 원 규모의 민관 합동 ‘반도체 생태계 펀드’를 조성해 소부장 분야 자금줄 역할을 한다는 계획이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이날 반도체 전략 발표 이후 기자들과 만나 “향후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나 시스템 혁신 등 인프라 구축 방안에 대한 정책을 계속 추진할 것”이라며 “정부 내에서도 반도체 산업 활성화를 최우선 과제로 생각 중이며 국회 반도체 특위를 통해 입법 사안 등은 국회와 논의해 해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글로벌 수요 둔화로 반도체 기업의 투자가 지지부진할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이번 대책이 기업의 중장기적 투자 계획 수립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국가 간 경쟁에 뒤처지지 않게 반도체 세액공제 상향 등을 정부 내에서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종=양철민 기자·화성=우영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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