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일본, 또 '나홀로 금융 완화' 고수…엔저에 상반기 무역적자는 역대 최대

BOJ 기준금리 -0.1%로 동결

올 물가상승 전망 2.3%로 상향

미일 금리차 확대에 엔저 가속

엔·달러환율 145엔까지 올라야

시장선 긴축 기조로 전환 전망


일본은행이 전 세계에서 펼쳐지는 금리 인상 행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0.1%로 동결하면서 ‘나 홀로 금융 완화’를 고수했다. 오랜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 물가를 안정적인 2%대로 끌어올리겠다는 판단에 따른 결정이다. 내년부터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물가 상승률이 둔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영향을 미쳤다. 향후 미국과의 금리 차가 더욱 벌어지면서 1달러당 139엔대까지 치솟은 엔저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행은 21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단기금리를 -0.1%, 장기금리 지표인 10년물 국채금리를 0% 정도로 유도하는 현행 대규모 금융 완화를 이어가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4월 회의에서 1.9%로 예측했던 올해 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2.3%로 올려 잡았다. 일본은행의 물가 전망치가 2%를 넘어선 것은 소비세율이 인상됐던 2014년을 제외하면 2003년 이후 처음이다. 세계적 인플레이션과 코로나19 재확산 등의 영향을 고려해 올해 실질 성장률 전망치는 종전 2.9%에서 2.4%로 하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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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긴축 추세 속에서 일본이 금융 완화를 고집하는 데 대해 구로다 하루히코 총재는 “일본은 오랜 디플레이션 경험으로 저물가에 익숙하며 임금 인상도 더딘데 이 관행이 전환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대규모 금융 완화가 물가 상승 효과를 분명히 발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저물가 국가'인 일본은 다른 나라들처럼 물가를 잡기 위한 금리 인상이 필요하지 않다는 의미다. 그는 또 “내년부터 에너지 가격 하락으로 물가 상승세가 진정될 것”이라며 일본 경제가 금융 완화를 수용할 여력이 있음을 강조했다.

이에 따라 미일 금리 차로 촉발된 엔저 현상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1달러당 115엔대로 출발한 엔·달러 환율은 최근 장중 139엔대까지 오르며(엔화 가치 하락) 24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구로다 총재는 이날 “요즘 같은 급속한 엔저는 경제에 부정적”이라고 밝혔지만 시장에서는 엔·달러 환율이 145엔 수준으로 오르지 않는 이상 일본은행이 금융 완화를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급격한 엔저와 원자재 가격 상승의 영향으로 일본의 올해 상반기 무역수지는 반기 기준 역대 최대 폭의 적자를 기록했다. 수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15.2% 늘어났지만 수입액이 37.9%나 증가해 수출 확대 효과를 상쇄하면서 적자 규모는 7조 9231억 엔에 달했다.


김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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