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97그룹 '단일화' 군불에…불편한 이재명측 "가치·비전 경쟁할 때"

[재선 주최 당권주자 토론회]

강병원·박용진 "컷오프전 추진"에

강훈식·박주민도 여지 남겨 주목

본선서 1대 1 성사땐 태풍 될 수도

이재명 사법리스크 놓고는 온도차

"강강박박 공통분모 필요" 지적도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재선의원 모임 주최 당 대표 후보자 토론회에서 후보자 및 참석 의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사회자 정춘숙 의원, 후보자 박주민, 강병원, 강훈식, 박용진 의원. / 성형주 기자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재선의원 모임 주최 당 대표 후보자 토론회에서 후보자 및 참석 의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사회자 정춘숙 의원, 후보자 박주민, 강병원, 강훈식, 박용진 의원. / 성형주 기자




당권 도전에 나선 더불어민주당 97그룹(90년대 학번, 70년대생) 주자들이 당 대표 선거가 본격화되자 공동전선과 분화의 갈림길에 놓였다.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을 흔들 변수로 꼽혔던 ‘강강박박(강병원·강훈식·박용진·박주민 의원)’ 의원들 간에 단일화를 두고 묘한 긴장감이 흐르는 한편 이재명 의원의 사법 리스크에서도 결이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어 각자도생에 빠지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다만 28일 예비경선(컷오프)까지 이어질 당권 레이스에서 전격적인 ‘비명’ 전선을 구축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 분위기다. 본선에서 1 대 1 성사 때는 태풍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97그룹 4인방은 2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재선의원 모임 주최 토론회에 참석해 당 대표 출마 이후 차기 총선 승리와 5년 뒤 정권 교체를 이룰 적임자라고 자처했다. 그러면서도 단일화 및 사법 리스크와 관련해 온도 차를 보였다. 강병원·박용진 의원은 이 의원을 제외한 ‘비명 단일화’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용진 의원은 “이 의원은 혁신의 주체보다는 쇄신의 대상”이라며 “설훈·김민석·이동학 후보까지 단일화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병원 의원도 “컷오프 이전에 단일화 추진을 선언했으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반면 박주민 의원은 “단일화가 논의되려면 기본적으로 가치나 당 혁신 방향 등에서 접점이 있어야 된다”며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이재명 페이스메이커가 아니냐’는 지적에도 “이기기 위해 나왔다”며 강하게 반박했다. 강훈식 의원은 “예비경선 기간은 후보들의 비전을 보여주는 시간”이라고 말을 아꼈다. 당장 단일화의 물꼬가 트이지는 않았지만 강훈식·박주민 의원 역시 여지를 남겨둬 단일화의 첫 시동이 걸렸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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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의원의 사법 리스크를 두고서는 결이 좀 달랐다. 강훈식 의원은 “전당대회에서 쓰지 말아야 할 용어가 나오는 것 같아 걱정이다. 바로 사법 리스크”라며 “당 대표 후보자의 언어는 달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병원 의원은 “이 의원이 당 대표가 되면 민주당이 책임지지 않는 정당으로 낙인 찍힌다”면서 “이 의원의 리스크가 민주당 전체의 문제가 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잇따른 선거 패배에 대한 이재명 책임론을 두고서도 공방이 있었다. 강훈식 의원은 “제가 모든 걸 걸었던 대선 후보는 연고도 없는 곳에 출마했다”며 책임론을 인정했지만 박주민 의원은 “한두 명이 모든 책임을 지는 평가는 편한 방식”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한 의원은 “97그룹의 역할에 따라 당 쇄신의 활로가 열릴 수 있다”며 “공학적인 단일화는 역풍이 불 수 있지만 감동이 없는 ‘어대명’ 전대의 흥행을 위해서라도 97그룹 간 공통분모를 찾는 모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첫 토론회인 만큼 공동전선을 형성할 만한 가치 연대를 점진적으로 형성해나가야 한다는 얘기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담론을 만들고 새로운 어젠다를 내면서 경쟁을 하는 가운데 ‘이재명의 대체재’ 인물로서 부각된다면 가능성이 열리게 된다”고 평가했다.

특히 이 의원에 맞설 마땅한 카드가 없었던 비명계에서는 단일화 시동만으로도 당내 여론 흐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강강박박 누구든 이 의원 외 2장의 컷오프 카드를 쥘 경우 전대 흥행 몰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가치 연대 등의 단일화와 컷오프 탈락 의원의 지지까지 이어질 경우 이재명 불가론에 세몰이까지 가능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이 의원 측은 공식 반응은 하지 않았지만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친이재명 측의 한 의원은 “지금은 가치와 비전을 두고 경쟁해야 당 쇄신과 혁신을 국민에게 설득할 수 있다”고 잘라 말했다.

이처럼 97그룹 간 경쟁이 가열되는 가운데 이 의원은 중앙위원의 표심을 다지는 로키(Low-key·이목을 끌지 않도록 절제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즉 ‘돌다리도 두들기고 가겠다’는 것이다. 특히 2016년 당 대표 예비경선에서 송영길 전 대표가 컷오프에서 탈락한 점을 반면교사로 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2강 주자로 꼽혔던 송 전 대표는 중앙위원 표심 관리에 실패해 결국 본선행 티켓을 잡지 못했다. 이 의원 측 관계자는 “낮은 자세를 유지하며 중앙위원들을 설득하고 민생·통합·개혁 청사진을 설명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며 “대정부질문과 교섭단체 연설 등 국회 일정 역시 소화하며 의정활동에 집중하는 모습도 병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종호 기자·정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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