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하루하루가 오늘보다 낫도록 행동하는 그것이 인생이니라.’
시인 헨리 워즈워스 롱펠로(Longfellow, Henry Wadsworth)의 대표 시 ‘인생 찬가’의 한 구절이다. “우리가 왜 생애설계를 해야 하느냐”란 질문에 최성재 한국생애설계협회장은 이 인생 찬가의 구절로 답을 대신했다. 내일의 하루가 오늘보다 낫도록 하는데 생애설계를 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최 회장은 서울대 사회사업학과 졸업 후 워싱턴대 사회복지학 석사를 거쳐 케이스웨스턴리저브대에서 사회복지학 박사를 받은 국내 최고의 노인문제 전문가다. 서울대 교수에서 퇴임한 이후에는 한양대 석좌교수와 박근혜 정부 초대 고용복지수석비서관 등을 지내기도 했다. 그런 그가 말하는 생애설계는 인생의 꿈을 실현하기 위한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계획이다. 생애설계에 대한 나름의 정의를 내리고 있어서일까, 최 회장은 고령화 사회 진입으로 인생 후반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진 점은 고무적이지만, 생애설계가 단순히 인생 2막 재취업을 위한 과정으로 여겨지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그는 생애설계가 인생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 필요하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지난 2013년 한국생애설계협회를 만들었다. “은퇴 후 재취업도 생애설계를 기반으로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하는 최 회장을 만나 생애설계에 대해 들어봤다.
- 한국생애설계협회에 대한 설명 부탁드린다.
“생애설계협회가 공식적으로 출범한 것은 2013년 12월이다. 법인등록은 2014년에 했다. 현재 생애설계사 전문 컨설턴트 교육을 주로 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누구나 손쉽게 생애설계를 할 수 있도록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하고 있다.”
- 생애설계협회를 만드는 데 직접 참여한 건가.
“맞다. 마음이 맞는 노인문제 및 생애설계 관련 전문가 10여명과 함께 모여 만들었다.그리고 2015년부터 지금까지 협회장을 맡고 있다.”
- 생애설계협회를 만든 목적이 있나.
“고령화사회에 진입하면서 정부와 기업에서 하는 퇴직예정자나 퇴직자 대상 교육이 많아졌다. 너무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우리보다 앞서 이런 교육을 시작한 나라에 비하면 많이 뒤처져 있는 상태다. 또한, 그 교육이라는 게 재취업이나 전직지원서비스에만 국한된 부분이 있어 삶 전체를 준비하는 생애설계 문화를 확산시키고자 협회를 만들게 됐다.”
- 협회를 만들고 내서 가장 애썼던 부분이 있다면.
“생애설계관련 교육을 하려면 교재가 필요했다. 당시에는 생애설계에 대한 학술적인 연구가 제대로 이뤄져 있지 않아 관련 서적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협회 설립 후 생애설계에 주로 관심 갖는 연령이 중장년인 점을 고려해 그들에게 맞는 생애설계 교육 교재 5권을 만들었다. 그 과정에서 사람마다 다르게 내리는 생애설계에 대한 정의나 내용을 통일시키려 노력했다. 2015년부터는 생애설계사 자격증을 등록해 교육 후 시험을 통해 발급해주고 있다.”
- 생애설계사 자격증을 발급받으면 협회에서 지원해주는 게 있나.
“강사로 활동할 수 있도록 훈련시켜주는 프로그램이 있다. 또한, 강연에 도움이 되는 생애설계 관련 자료 등을 지원해주고 있다.”
- 요즘 은퇴 이후의 삶에 대한 준비가 중요해지면서 ‘생애설계’라는 말이 자주 등장한다. 그런데 정작 중장년들은 생애설계에 대한 명확한 의미를 모르는 듯하다. 전문가가 생각하는 생애설계란 무엇인가.
“우리 삶에는 영역이 있다. 생애설계는 그 영역을 직업 및 경력, 학습 및 자기개발, 건강, 가족 및 사회관계, 주거, 사회참여, 여가활동 등 8가지로 나누고 있다. 이 생활 영역별로 가지고 있는 인생의 꿈을 실현하기 위한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계획이 바로 생애설계다.”
- 생애설계는 언제하면 가장 좋은 건가.
“사실 생애설계는 말 그대로 인생을 설계하는 일이다. 그렇다 보니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아동기에는 아동이 올바르게 꿈꾸고 그 꿈을 가꾸는 데 필요하며, 청소년기에는 진학이나 직업선택, 자아정체성 확립을 위해 생애설계가 필요하다. 성인이 되고 나서는 앞서 말한 8대 생활 영역의 꿈을 계속 실현해 나가면서 발달하기 위해 생애설계를 해야 하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초등학교 정규과정에 라이프 플랜을 짜는 과정이 포함돼 있으나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다.”
- 이야기를 들어보니 50대에 들어선 중년들은 생애설계를 하기엔 늦었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을 듯한데, 중년에도 생애설계를 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면.
“중년이라고 해도 남은 삶이 있지 않나. 지금까지 살아온 날이 아니라, 앞으로 살날을 위한 인생 드라마를 쓰기 위해선 생애설계가 꼭 필요하다. 중년이라는 인생 두 번째 드라마에서 생애주기의 각 단계의 선택과 행동이 노후까지 계속 좋은 영향을 미치게 하려면 생애설계를 잘 해야한다.”
- 중년의 생애설계에 있어 삶의 8가지 영역 중 가장 중요한 두 가지 꼽자면.
“아무래도 건강과 재무가 아니겠나. 중년이 되면 노화로 인한 다양한 질병이 생긴다. 이 질병을 잘 관리해야 나머지 영역을 제대로 설계할 수 있다. 한마디로 중년의 생애설계에서 건강은 기본이다.”
- 현재 인생 2막을 넘어 3막을 살고 있는데, 시니어가 돼서도 활발히 활동할 수 있는 원동력이 궁금하다.
“내가 40여 년간 생애설계를 연구한 결과물이 바로 내 삶이다. 77세에도 현역처럼 강의하며 활동할 수 있는 것은 일찍이 생애설계를 한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내가 받은 것을 사회에 돌려주겠다는 생각이 지금까지 활동할 수 있게 해주는 원동력이다.”
- 앞서 중년에게 있어 건강이 중요하다고 했는데, 자신만의 건강관리의 팁이 있다면.
“나는 20여 년 전부터 아침 5시에 일어나 그 자리에서 30분간 근력운동을 한 후 활동을 시작한다. 그리고 아무리 바빠도 하루에 30~40분 정도는 꼭 걸으려고 한다. 이렇게 운동 루틴을 만들어 매일 실천하면 몸의 변화를 느낄 수 있다.”
-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다.
“지금의 교재를 청년들이 볼 수 있도록 쉽게 다시 만들고 싶다. 여력이 생기면 청소년들도 손쉽게 생애설계를 할 수 있도록 그들을 위한 생애설계 어플리케이션을 만들려한다. 그게 남은 저의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