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앤드루 베일리






우크라이나 전쟁이 세계 식량 시장을 강타하던 5월 중순. 앤드루 베일리 영국중앙은행(BOE) 총재는 하원 재무위원들과 만나 ‘종말론적 상황’이라고 표현하며 “심화하는 인플레이션 앞에 속수무책”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통화정책의 고충을 얘기한 것이지만 그의 발언은 곳곳에서 비판을 받았다. 통화정책 실기 논란에 휩싸인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처럼 영국의 베일리 총재도 인플레이션 수준을 과소평가하다 사후약방문식 처방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정통 통화정책보다 규제에 장점을 지닌 베일리 총재의 한계를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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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리 총재는 1959년 영국 레스터에서 태어나 케임브리지대 역사학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런던정경대(LSE) 연구원을 거쳐 1985년 BOE에 몸담은 뒤 은행 담당 임원, 최고출납책임자 등을 지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부실 처리 등 금융 시스템이 무너지지 않도록 하는 데 결정적 기여를 했다. 2013년 BOE의 건전성 규제 정책을 총괄하는 부총재 자리에 올랐다. 이후 2016년 금융감독청(FCA) 수장을 맡았지만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 부당 행위 의혹 보고서를 공개하지 않고 잇따른 금융사 스캔들에 휘말리면서 하원 의원들로부터 사임을 요구받았다. 영국 재무부는 2020년 3월 마크 카니 BOE 총재의 후임자로 베일리를 점찍어놓고도 스캔들 때문에 막판까지 고민했다.

베일리 총재가 다음 달 기준금리를 한꺼번에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단행하면 BOE가 독립적인 통화정책 결정 기관이 된 1997년 이후 최초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인플레이션이 우려만큼 지속되지 않을 수 있다”고 했는데 방향이 완전히 바뀌었다. 미국은 다음 주 또다시 자이언트스텝(0.75%포인트 금리 인상)을 실시할 가능성이 높고 다른 국가들도 추가 인상 대열에 합류하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이달 빅스텝을 밟았지만 자본 유출과 경기 침체 등 후폭풍이 거세질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과 정부 부처들이 통화·재정을 아우르는 정교한 정책 조합을 구사해야 할 시점이다.

김영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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