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약 생산량을 대폭 늘렸다는 제약사들을 뜯어보면 정작 가격이 저렴한 조제약보다 일반 약을 중심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하루 30만 명의 신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면 아마 병원에서 약을 처방해도 약국에서는 감기약이 모자랄 것입니다.”
한 감기약 제약사 관계자는 기자에게 이렇게 고백했다. 최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더블링(1주 사이 확진자 수 2배 증가)’이 이어지면서 올 초에 이어 또다시 ‘감기약 대란’ 조짐이 나타나는 상황에 대해 묻자 돌아온 답이다.
이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감기약 제조사들은 올 초부터 꾸준히 공장을 ‘풀가동’하고 있지만 수급 불균형 사태를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미 병원의 처방 없이 시중에서 살 수 있는 ‘타이레놀’ 등 일반 감기약들은 구하기 힘든 상황이다. ‘6차 재유행’에 돌입하자 올해 초 감기약 대란을 경험한 소비자들이 미리 상비약 확보에 나섰기 때문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도 이 같은 상황을 인지하고 이달 4일 중단했던 감기약 수급 현황 모니터링을 8월 1일부터 재개하기로 했다.
감기약 품절이 재연될 위기 속에 살펴봐야 할 포인트는 전문의약품보다 비싼 일반의약품의 유통 상황이다. 제약사들은 조제약, 처방 약보다 단가가 비싼 일반의약품 생산 비중을 늘려왔다. 의약품 전문 유통 업체와 약국들도 일반의약품 감기약을 중심으로 ‘사재기’에 나서는 분위기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병원에서 처방하는 전문의약품은 벌써 품귀 직전이다.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일반의약품은 재고가 있지만 아세트아미노펜 관련 조제약은 벌써 수급 부족이 턱까지 차올랐다”고 전했다.
‘과학 방역’을 내세우는 윤석열 정부가 가장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은 역설적이게도 시장의 심리다. 시장의 흐름을 가까이서 지켜보며 디테일한 정책으로 개입해야만 환자 손에 감기약이 부족한 사태의 재발을 막을 수 있다. 감기약 생산을 독려하는 행정 지원보다 움직이는 시장의 수요가 증산을 유도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