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외계+인'에는 과거, 현재, 미래가 있다. 시공간을 초월해 유기적으로 얽힌 이야기는 각각의 에피소드처럼 보이다가 어느 순간 하나의 뿌리로 도달한다. 현재의 마지막이 과거의 시작이 되는 복잡한 세계관을 갖고 있지만,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친절함도 놓치지 않았다.
'외계+인'(감동 최동훈) 1부는 고려 말 소문 속의 신검을 차지하려는 도사들과 2022년 인간의 몸속에 수감된 외계인 죄수를 쫓는 이들 사이에 시간의 문이 열리며 펼쳐지는 이야기다. 2022년 현재, 외계인에 의해 만들어진 로봇 가드(김우빈)와 썬더는 인간의 몸에 가둬진 외계인 죄수를 관리하며 지구에 살고 있다. 어느 날, 서울 상공에 우주선이 나타나고 형사 문도석(소지섭)은 기이한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
630년 전 고려에선 얼치기 도사 무륵(류준열)과 천둥 쏘는 처자 이안(김태리)이 엄청난 현상금이 걸린 신검을 차지하기 위해 서로를 속고 속이고 있다. 여기에 신선 흑설(염정아)과 청운(조우진), 가면 속의 자장(김의성)도 신검 쟁탈전에 나선다. 그러던 중 우주선이 깊은 계곡에서 빛을 내며 떠오른다. 2022년 인간 속에 수감된 외계인 죄수를 쫓는 이들과 1391년 고려 말 사이 시간의 문이 열리고 모든 것이 바뀌기 시작한다.
작품에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공존한다. 도사들이 살던 고려가 과거, 2022년이 현재, 그리고 외계인과 우주선은 미래를 상징한다. 한마디로 작품에는 과거, 현재, 미래가 전부 담긴 거대한 세계관이 담긴 것이다. 시공간을 초월하고 로봇과 외계인이 등장하는데, 이 모든 것을 하나로 모으는 건 이야기다. 2022년 지구가 외계인에 의해 위협받는 내용으로 출발해 고려 시대 도사들의 싸움까지 물 흐르듯 이어지는 엄청난 이야기가 작품을 감싸고 있다. 어디로 튈지 모르지만, 그렇다고 말도 안 되는 곳으로 가지 않는 이야기. 최동훈 감독의 거대한 상상력과 세계관이 빛을 발한다.
세계관 안에 들어 있는 캐릭터들도 유기적으로 얽혀 있다. 세계관이 크고 등장인물이 많을수록 캐릭터 각각이 입체적으로 움직여야 전체적인 조화가 살아난다. 이야기 자체가 방대한데 캐릭터마저 평면적이면 그야말로 중구난방. 극중에는 나오지 않지만, 캐릭터의 전사가 궁금해지거나 다음 행동이 예측되지 않을 때 관객들은 비로소 작품에 몰입하고 애정을 느낀다. '외계+인'은 영리하게 이 점을 파고든다. 인간들 머리에 죄수를 가두지만 지구를 사랑하는 가드, 얼치기처럼 보이지만 정의로운 무륵, 정체를 알 수 없는 이안, 그리고 사랑스러운 흑설과 청운까지 다채로운 캐릭터는 작품의 묘미다.
다양한 세계관과 이야기, 그리고 캐릭터가 있는 만큼 작품은 여러 영화를 떠올리게 만든다. 도심 한복판에 외계인이 등장해 건물들 사이로 액션을 펼치는 장면은 영화 '어벤져스' 시리즈처럼 시원하다. 도인이 등장해 도술을 사용하는 장면은 최동훈 감독의 전작인 '전우치'를 연상시키고, 무륵이 줄을 타고 신검을 차지하려고 하는 장면은 최동훈 감독의 전작 '도둑들'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하다. 거장 최동훈 감독의 필모그래피를 압축해서 보는 인상을 준다.
이 모든 세계관은 환상적인 CG로 구현된다. 오직 국내 기술을 이용해 구현된 작품은 할리우드 영화를 방불케 한다. 우주선과 외계인의 움직임은 섬세하고 로봇인 썬더 역시 이질감 없이 화면에 섞인다. 큰 스크린을 가득 채우는 화려한 비주얼은 작품을 보는 재미를 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