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실

[단독] 대우조선, 경영진·원청 노조에 모두 책임 묻는다

대통령실 "이번 사태는 부실 경영

다단계식 하청 구조가 근본적 원인"

산은, 내달초 고강도 쇄신안 전망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윤석열 대통령이 22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대우조선해양의 경영진과 원청노조에 고강도 쇄신책을 요구할 방침이다. 11조 원의 혈세를 받고도 7조 원이 넘는 누적 손실을 자초한 무능한 경영진에 강도 높은 자구책을 요구하기로 한 것이다. 또 이 과정에서 높은 임금과 고용 안정성을 누린 본청노조도 희생에 동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이르면 8월 초 고강도 쇄신안을 내놓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24일 서울경제와의 통화에서 “이번 사태는 부실 경영과 다단계식 하청 구조가 근본적인 원인”이라며 “노동시장 이중 구조는 사회적 공감대가 이뤄진 만큼 노동 개혁 차원에서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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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청노조의 불법 파업으로 8000억 원의 손실을 남긴 이번 사태는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매듭지은 측면도 있다. 윤 대통령이 “기다릴 만큼 기다렸다”며 법과 원칙을 통한 사태 해결을 강조했고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노조와 협상에 나서 공권력 투입 사태는 막았다. 대통령실은 개별 사업장의 파업에 윤 대통령이 수차례 구두로 개입한 만큼 근본적인 해결책을 통해 재발을 막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당연히 구조적인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정부는 경영진과 원청노조 모두에게 큰 사회적 혼란을 야기한 책임을 물을 예정이다. 우선 부실 경영으로 사태의 씨앗을 만든 경영진에게 고강도 자구안을 요구할 방침이다. 대우조선해양은 현대중공업과의 합병이 무산된 뒤 경영을 정상화하기 위해 옥포 업무단지와 비영업자산을 매각하는 자구책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파업 사태로 손실액이 더 커졌기 때문에 추가 유동성 확보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대주주이자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외부기관을 통해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컨설팅을 4월에 마친 것으로 파악됐다. 이를 토대로 이르면 8월 초 대우조선해양을 쇄신하기 위한 종합 로드맵을 내놓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여권 고위관계자는 “6~7월 파업으로 인한 피해액이 있어 재산정 후 대책이 마련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노든 사든 불법이 있으면 엄정 대처하겠다는 윤 대통령의 기조에 맞춰 경영진의 불법 행위가 드러나면 강도 높은 책임을 물을 수 있다.

임금의 이중 구조 개선 등 노동 개혁에도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대우조선은 1만 2000여 근로자 가운데 70%가 하청 노동자다. 하청은 물류팀 형식의 재하청으로 이어지는 다단계식 구조다. 특히 위험 작업인 ‘발판(족장)’ 작업은 거의 100% 하청이 담당한다. 하지만 임금은 상대적으로 안전한 일을 하는 원청 노동자가 두 배 가까이 높다. 위험한 일을 하는 하청이 저임금에 시달리는 ‘이중 구조’가 가장 심각한 곳이 조선업 현장인 셈이다. 원청 노동자들이 하청의 처우 개선을 위해 고통 분담을 해야 한다는 게 정부의 생각이다. 노동 개혁의 하나로 대우조선해양에 정규직의 임금 인상분 가운데 일부를 하청에 배분하는 ‘연대임금제’를 요구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번 일로 이중 구조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보고 있다”며 “조선업황이 나아질 상황일 때 구조적인 문제에 손을 대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경우 기자·김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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