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애플·알파벳·아마존 등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2분기 실적 발표가 예고된 가운데 시장의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주 미국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와 나스닥이 각각 2.55%, 3.3% 반등한 상황에서 이들 기업들이 호실적으로 추가 반등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에 촉각이 곤두섰다. 미국 기준금리를 결정할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와 경기 침체 강도를 가늠할 2분기 GDP(국내총생산) 발표도 금주 예정돼 있다. 글로벌 증시를 짓눌렀던 긴축과 불황의 공포가 다소 완화될 수 있을지도 관심을 모은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번 주 뉴욕 증시에서는 S&P500 기업 175곳 가량이 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실적 발표 기업들의 업종은 IT와 금융, 제약·식음료 등 필수소비재와 방산업체 등을 총망라한다. 그중에서도 특히 주목받는 것은 글로벌 시가총액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애플과 알파벳,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등의 대형 기술기업들이다. 최근 뉴욕 증시의 반등장을 이들 대형 기술 성장주들이 이끌었기 때문이다. 실제 19일(이하 현지시간) 넷플릭스가 시장의 예상치에 비해 적은 수준의 가입자 감소 폭을 공개하며 증시를 달궜고 20일에는 테슬라가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순이익을 발표하며 다음날 9% 이상 급등, 지수를 끌어올렸다. 반면 21일 소셜미디어 스냅챗을 운영하는 스냅이 기대 이하의 온라인 광고 실적을 발표해 경기 불황에 대한 위기감을 재차 부각하며 한 주간 이어진 반등장의 발목을 잡았다.
이번 주 실적 발표를 하는 기업들에 대해서도 시장은 기대와 경계심을 함께 보이고 있다. 현지 시간으로 △26일 마이크로소프트·알파벳 △27일 메타 △28일 애플·아마존·인텔 등이 분기 실적 발표를 예정한 가운데 이들 대형 기술주의 실적 눈높이는 대체로 예년 대비 낮아졌다. 일례로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애플의 2분기 주당순이익(EPS) 전망치는 1.15달러로 지난해 1.30달러를 밑돌고, 아마존은 0.14달러로 관측돼 지난해(0.76달러)에 크게 못 미칠 전망이다.
하지만 눈높이가 낮아진 만큼 기대 이상의 호실적이 나온다면 위축된 투자 심리가 급격히 살아나리라는 기대감도 크다. 특히 메타와 알파벳은 주가수익비율(PER)이 12~18배 수준까지 내려와 ‘매우 저렴하다’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는 만큼 주목도가 높다는 분석이다.
스냅의 충격이 있기는 하지만 아직까지 미국 실적 시즌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22일(현지시간) CNBC와 레피니티브에 따르면 지금까지 실적을 발표한 S&P500기업들 중 75%는 예상치보다 나은 실적을 내놨다. 또 S&P500 기업의 이익 전망치는 여전히 전년 동기 대비 6.2%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한 주 전 5.6%보다 소폭 개선된 수치다. 금융투자 업계 한 관계자는 “공급망 차질과 강달러 등으로 대형 기업에 대한 이익 전망치조차 엇갈리는 상황에서 실적 발표일을 전후해 증시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며 “다만 실적 둔화에 대한 악재와 불안을 주가가 선반영해 밸류에이션(PER·주가수익비율)이 이미 크게 낮아진 상황에서 이익의 질만 훼손되지 않는다면 오히려 ‘안도 랠리’가 나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주는 미국 기준금리 인상을 결정할 연방준비제도의 7월 FOMC도 열린다. FOMC 결과는 한국 시간으로 28일 새벽 발표된다. 시장에선 현재 연준이 ‘자이언트 스텝(0.75% 기준금리 인상)’을 밟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한 때 ‘울트라스텝(1%포인트 인상)’에 대한 공포가 시장에 번졌던 점을 고려할 때 ‘자이언트 스텝’은 시장에 큰 악재가 되지 않으리라는 관측이 높다. 또 28일 저녁에는 미국의 2분기 GDP도 발표되는데 역시 시장의 불안은 비교적 적은 편이라는 분석이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2분기에도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할 경우 기술적으로 경기 침체에 빠지게 되는 셈이지만 금융시장은 이미 얕은 침체를 상정하고 조정을 받은 만큼 시장이 이를 새로운 악재로 받아들일 여지는 적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