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자산가의 전유물이었던 절세, 이제는 평범한 직장인들도 외면할 수 없는 이슈가 됐습니다. 부동산 보유세나 양도세, 종합소득세, 연말 정산까지 전문가처럼 잘 알고 계시는 분들도 많죠. 하지만 여전히 미지의(?) 영역처럼 느껴지는 분야, 바로 증여와 상속입니다. 저 역시 증여와 상속이야말로 ‘그들만의 리그’라고 생각했는데요, 장원세무사의 이장원 세무사님을 만나고 생각을 고쳐먹었습니다. 최근 <부의 이전>이라는 제목으로 상속·증여 절세에 관한 책을 내신 이 세무사님은 “증여와 상속을 ‘남의 일’로만 생각했다간 큰 일 난다”며 “30대 직장인이라도 상속과 증여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당부하셨는데요. 과연 어떻게, 무슨 관심을 가져야 하는지, 이 세무사님과 만나 얘기 나눠봤습니다.
30대 직장인은 증여·상속과 상관없다고? 그러다 큰코다쳐요
“세무 상담을 하다 보면 아무런 대비 없이 부모님 중 한 분이 돌아가시고 나서 억단위의 상속세 고지서를 받고 패닉에 빠지는 분들이 정말 많습니다. 비교적 이른 나이에도 증여를 받거나 상속인이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한 증여와 상속에 대한 기본 지식이 있다면 어린 자녀를 위한 증여 플랜을 짤 수도 있죠.”
이런 조언과 함께 그가 예시로 든 사례는 부모님으로부터 결혼 자금을 지원받은 케이스였습니다. "결혼할 때 어머니가 전세자금 3억 원을 보태주는 경우를 생각해봅시다. 대부분의 직장인분들은 혼례 관례상 이런 부분을 감사히 받아들이고 당연히 증여세 신고 같은 것은 생각도 하지 않아요. 그런데 증여자인 모친이 대략 9년 후에 돌아가셨다고 가정해볼까요?" 이 세무사가 내민 계산서는 이와 같았습니다. 당시 미납 증여세 4,000만 원 + 당시 미납 증여세에 대한 가산세 4,400만 원 + 타 상속재산과 합산한 추가 상속세와 가산세 1억 4,300만 원 =합계 2억 2,700만 원
이 세무사는 "현재 우리나라의 30대 근로소득자는 평균적으로 증여와 상속에 대해 너무나도 무지하다"며 "신용카드보다 체크카드가 소득공제율이 높다는 것, 주택청약종합저축에 납입한 금액은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는 것, 월세에 대해서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는 것 등 연말정산에 대해서는 누구나 어느 정도 지식이 있다. 이와 비슷하게 증여와 상속에 대해서도 기본적인 사항은 알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증여·상속의 핵심 키워드 '10년'
이 세무사는 위와 같은 아찔한 상황을 마주하지 않으려면 ‘10년’이라는 키워드를 반드시 기억해야한다고 말했는데요. 그의 저서 <부의 이전>에도 등장하는 ‘10년 증여 플랜’이 그것입니다. 10년 단위로 플랜을 짜야 하는 이유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 증여재산공제가 10년의 기간을 두고 갱신되기 때문입니다.증여재산공제는 증여를 받는 사람이 배우자라면 6억 원, 직계존비속은 5,000만 원(미성년자 직계비속은 2,000만 원), 기타 친족은 1,000만 원이며 이 증여재산공제액은 10년 주기로 갱신됩니다. 10년 동안 최대한 이 한도 내에서 증여를 하는 것이 증여세 절세의 핵심인 거죠.
이 세무사는 “갓 태어난 아이에게 2,000만 원을 증여한 후 10년마다 증여재산 공제액 범위 만큼 현금을 증여한다면 아이가 만 30세가 되는 해까지 증여세 한 푼 발생하지 않고 1억 4,000만 원을 증여할 수 있다”며 “아이에게 증여한 금액은 아이 명의로 예금을 들거나, 주식계좌를 만들어 가치상승을 꾀할 수 있다. 아이가 만 30세가 될 때까지 증여재산공제액 범위 만큼 증여한 금액은 연 4%의 수익을 보는 경우 약 2억 3,000만 원이 될 수 있다. 이 금액은 만약 일시에 증여하게 된다면 증여세가 약 2,500만 원 발생하는 큰 금액이다. 강남에선 이미 상식이 된 이야기"라고 전했습니다. 또한 "증여자가 증여하고 나서 10년 이내에 돌아가셨다면 상속세 계산할 때 이 증여 금액을 합해서 계산한다"며 "가족간에도 돈이 오고갈 경우 반드시 세무 신고를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부모님 드리는 생활비는 세금 내야할까? 이장원 세무사와의 Q&A
이러한 10년 증여 플랜을 기반으로 3040 직장인들이 궁금해할 만한 구체적인 증여 사례를 이장원 세무사에게 물어봤습니다.
Q. 부모님 드리는 생활비는 증여세 공제된다던데…
A.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 생활비는 비과세 되는 증여재산이 맞습니다. 하지만 여기서도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바로 법에서 보는 생활비의 정의 입니다. 세 가지 조건이 맞아야 하는데요. ①생활비는 생활비로 사용돼야 합니다. 생활비라고 받아서 집 사고 차 사고 주식 사는데 사용하면 이는 공제 대상이 아닙니다. ②부양의무가 있는 관계에게만 줄 수 있습니다. 생활비는 부양의무가 있는 사람 간에 오가는 것입니다. 경제적 자력이 있는 부모가 있는데도 할아버지 할머니가 손주에게 생활비를 준다면 비과세 대상이 아닙니다. ③나눠서 줘야 합니다. 대학 학자금으로 쓰라고 한 번에 1억원을 자녀 통장에 넣어줬다면 이는 사회 통념상 생활비로 보기 어렵습니다. 한 번에 고액이 아닌, 나눠서 소액씩 줘야 합니다.
Q. 가족간에도 차용증 쓰면 증여세 없지 않나요?
A. 차용증은 기본이고 이자도 다달이 이체해야 합니다. 무상 대여나 시중 금리보다 너무 낮아도 증여로 판단하기 때문에 적정 금리를 부담해야 합니다. 세법에서는 적정 금리를 4.6% 정도로 봅니다. 차용증을 쓸 땐 인감증명서를 떼고 공증 사무실에 가서 차용증에 확정일자 도장도 받으면 더욱 확실합니다. 가족간에 돈을 빌려주고 갚을 땐 이체 내역에 ‘아들에게 빌려줌’ ‘어머니께 이자 상환’ 등 정확히 적는게 좋습니다.
Q. 부모님이 혼수 용품을 사주셨는데 물건으로 받았는데 이건 괜찮죠?
A. 혼수 용품을 지원 받는 것도 증여에 들어갑니다. 앞서 소개드린 것처럼 만약 혼수용품 지원 후 부모님이 10년 내에 돌아가시면 상속인과 피상속인의 모든 계좌를 다 오픈하고 증여로 보이는 것은 소명을 요구합니다. 10년 내에 지원 금액이 5000만원이 넘을 경우 무조건 신고하는 것이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는 방법입니다.
Q. 가상화폐도 증여할 수 있다고요?
A. 최근 주식 및 가상화폐 가격이 떨어지면서 증여 문의가 정말 많습니다. 가치가 떨어질 때 낮은 세금으로 증여해 절세 효과를 누리고 나중에 가치가 오르면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주식과 가상화폐는 가치 평가 방법이 비슷한데요. 상장 주식은 증여일 이전과 이후 각 2개월 동안 공표된 매일의 거래소 최종 시세가액 평균액을 시가로 봅니다. 가상화폐는 특정 거래소의 일평균가액의 평균액을 시가로 보아 과세합니다. 물론 훗날 가치가 오를지 말지 판단하는 것은 증여자의 몫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