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해외 칼럼]기후변화 대응,지금 시작해야

탄소배출 없앨 완벽한 해법 없지만

위험 줄인 소형 핵발전소 신설부터

천연가스 대체·1조 그루 식목 등

당장 실천 가능한 방법들 찾아야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스탠리 로빈슨의 SF 소설 미래부(The Ministry for the Future)는 이렇게 시작된다. 소설의 첫 장은 인도 전역에서 수백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폭염과 더위에 지친 우타르프라데시 주민들의 극단적인 행동을 실감나게 묘사한다.

현 시점에서 소설에 담긴 기후변화 경고는 조금 지나치게 들릴지 모른다. 그러나 지금 지구촌 곳곳은 폭염을 겪고 있고 시간이 지나 상황이 악화되면 얼마든지 소름끼치는 결과가 따라올 수 있다. 하지만 그 결과는 대량 사망보다 대량 이주로 표출될 가능성이 크다. 빌 게이츠가 지적하듯 적도 인근 지역은 너무 더워 야외 노동이 불가능해질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저소득 국가들의 가장 흔한 생계 수단인 영농 활동이 크게 위축된다. 결국 더위, 물 부족과 극심한 취업난에 진저리가 난 수백만 명이 유럽과 미국 등 온대 지역으로 이동하기 시작할 것이다. 많은 기후 운동가들은 먼 미래의 탄소 순배출 제로와 새로운 에너지원의 완전 그린화 약속에 매달린다.

그러나 우리는 당장 지금부터 배출 가스를 줄여야 한다. 기후협약 회원국들이 목표 달성의 해로 정한 2030년까지 기다릴 여유가 없다. 현실적으로 우리에게는 깨끗한 핵융합이라든지 장기 에너지저장시스템(ESS) 등 화석연료를 완전히 대체할 그린 테크놀로지가 없다. 완벽한 그린 테크놀로지가 나올 때까지 아무리 빨라도 10~15년은 기다려야 한다.



하지만 지난 10년간 화석연료 투자는 줄었지만 이로 인한 공백을 채울 완벽한 그린 테크놀로지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서둘러 핵 에너지를 축소한 독일은 석탄 발전소를 재가동하게 됐다. 원전을 단계적으로 폐쇄하고 천연가스 사용을 줄이기로 한 캘리포니아에서는 에너지 소모가 심한 백업용 디젤 발전기 숫자가 크게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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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이제 우리가 이미 갖고 있는 기술을 이용해 향후 5년간 배기가스 축소에 진전을 이룰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보자. 먼저 가장 심각한 오염 원인 화력 발전소의 연료를 석탄에서 천연가스로 바꿔야 한다. 전 세계 2만 9,000개의 발전소를 대상으로 실시한 서베이에 따르면 전력 생산 부문에서 나오는 탄소 배출량의 73%를 전체 발전소의 5%가 내뿜는다. 다시 말해 대략 1,500개의 석탄화력 발전소의 연료를 천연가스로 대체할 경우 현재 논의 중인 가장 과감한 계획과 맞먹는 배출 가스 축소 효과를 낼 수 있다. 만약 서방 측이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과 경쟁하고 싶다면 이런 노력에 자금을 지원할 연합체를 구성하는 것이 어떨까.

천연가스 추출, 농업, 쓰레기 매입 과정에서 발생하는 메탄가스 누출도 문제다. 이런 문제는 엄격한 규정만 있으면 기술적으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 또한 우리는 핵 발전소의 수명을 연장하고 더욱 안전한 소형 핵 발전소를 신설해야 한다. 핵 에너지는 어두운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지만 사실과는 거리가 있다. 21세기 들어 핵 안전사고로 숨진 사망자는 전 세계를 통틀어 몇 명 되지 않는다. 반면 2008년부터 2017년 사이에 오일과 가스 추출 작업 중 숨진 사망자 수는 미국에서만 1,500명에 달한다. 매년 석탄에서 나오는 오염 물질로 인한 폐 질환 사망자는 어림잡아 수백만 명으로 추산된다. 물론 기후변화 효과를 배제한 추정치다.

또한 우리는 과거 원자로 폭발 사고를 낸 원전들과 달리 안전하게 디자인된 새로운 소형모듈원전(SMR) 개발에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다시 한 번 말하거니와 핵 발전소는 배출 가스가 거의 나오지 않는다.

여기에 덧붙여 1조 그루의 나무를 심도록 하자. 이유는 간단하다. 나무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 이제 더 이상 우물쭈물하지 말아야 한다. 먼저 삼림 파괴를 억제하고 가능한 한 많은 나무를, 가능한 한 빨리 심는 데서 출발하자.

전혀 하자가 없는 완벽한 해법이란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나무 심기는 일부 과학자들이 당초 주장했던 것만큼 효과적인 방법이 아닐지 모른다. 핵 발전은 비용이 많이 든다. 천연가스는 석탄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역시 탄소를 배출한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이런 조치들이 탄소 배출량을 대폭 축소할 뿐 아니라 지금 당장 시작할 수 있는 일이라는 사실이다. 지금 우리는 반쪽짜리 조치를 취해야 할지, 한꺼번에 문제를 해결해줄 테크놀로지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필요가 없다.

옛말에 이르길 완벽함이 좋음의 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완벽을 고집한 나머지 그에 못 미칠지 모르지만 그래도 역시 좋은 선택을 배척해서는 안 된다는 경고다. 이것이 오늘 당장 실질적이고 긍정적이며 완벽한 변화를 보고 싶어하는 모든 환경보호 단체의 좌우명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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