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투자의 창] 노후자산 대비 '마지노선'

◆ 오원석 한국투자신탁운용 연금마케팅1부장

오원석 한국투자신탁운용 연금마케팅1부장오원석 한국투자신탁운용 연금마케팅1부장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프랑스 육군장관 마지노는 독일의 침공에 대비해 스위스에서 벨기에까지 강력하고 긴 방어선인 ‘마지노선’을 구축했다. 독일이 선뜻 프랑스를 침공할 수 없도록 막강한 포대를 지닌 거대 요새들과 이를 연결하는 지하 터널과 수많은 벙커를 만든 것이다. 마지노선은 전쟁 초기에 강력한 방어망으로 독일의 침공을 막는 데 큰 공을 세웠지만 독일이 결국 프랑스의 군사력이 몰려 있는 마지노선을 우회해 침공함으로써 프랑스가 무너지는 계기도 됐다. 이 같은 역사로 마지노선은 현대에 이르기까지 ‘최후의 보루’ 또는 ‘절대적 방어선’이라는 의미로 통용되고 있다.



올해 도입된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는 적정한 노후 자산을 형성하기 위한 마지노선이다. 디폴트옵션은 근로자 자신이 운용을 못하게 되거나 운용하는 것을 잊어버려 퇴직연금이 방치되는 경우 자동적으로 운용을 하게 해주는 연금 자산 운용의 마지막 보루인 것이다. 마지노선은 앞서 사례에서 본 바와 같이 강력한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구축한다. 연금 자산 운용에 있어 가장 강력한 위험은 충분한 노후 자산을 만들지 못하는 것이다. 특히나 회사 업무에 바빠서 또는 빠듯하게 돌아가는 가정사로 연금 자산을 운용하지 못하고 방치하는 경우라면 더욱 그러할 것이다. 더구나 방치 기간이 수 년에서 길게는 은퇴까지 30여 년에 달하는 시간이 된다면 노후 자산 형성에 지대한 악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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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디폴트옵션을 선택하는 것은 현재의 무관심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장래 노후 생활의 경제적 위험을 헤지하는 최후의 상품을 정해 놓는 것이다. 그럼 어떤 상품을 선택해야 할까. 연금의 목적을 감안하면 ‘긴 시간 동안 내가 신경을 쓰지 않더라도 먼 미래에 가장 높은 확률로 적정한 자산을 만들어줄 수 있을 만한 상품’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시행령에 따르면 디폴트옵션은 크게 정기예금과 같은 ‘원리금 보장형’ 디폴트옵션과 타깃데이트펀드(TDF) 또는 자산배분형펀드(BF)가 포함된 ‘포트폴리오형’ 디폴트옵션으로 나눌 수 있다. 최근 주식시장이 하락하고 금리는 상승하고 있어 금리도 높고 방어적이기까지 한 원리금 보장형 디폴트옵션이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이 영원히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고 과거에도 그랬듯이 향후 수십 년 동안 시장에는 예측하기 힘든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데 많은 분들이 동의할 것이다. 얼마 전까지 지속됐던 초저금리 시대가 다시 도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반면 자본시장은 단기적으로는 등락을 겪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우상향의 역사를 지속해왔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펀드가 포함된 포트폴리오형 디폴트옵션을 추천한다. 다행히 펀드로 구성된 포트폴리오형 디폴트옵션에는 글로벌 자산 배분형 상품인 TDF와 BF를 포함하도록 돼 있다. 포트폴리오형 디폴트옵션은 광범위한 글로벌 자산 배분과 리밸런싱을 기반으로 장기적으로 자본시장을 통해 적정한 이익을 낼 수 있다. 다만 초기 공격적인 운용과 은퇴 시기 보수적인 운용을 선호하는 근로자는 TDF가 포함된 디폴트옵션을, 은퇴 시기와 무관하게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운용을 선호하는 근로자는 BF가 포함된 디폴트옵션을 선택하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

마지노선은 최고의 방어책이었지만 상황에 따라 변화하지 않으면 큰 위험이 도래할 수 있다는 역사적 사실에서 알 수 있듯이 노후 자산 형성의 마지노선인 디폴트옵션도 초장기 운용임을 감안해 다양한 시장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형 디폴트옵션을 선택하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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