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최수문기자의 트래블로그] 청와대를 베르사유처럼? …경복궁 빠진 몰역사성 유감

'경복궁 후원 부지' 역사성 외면

조선 총독 관저 모형 논란 불러

靑 관리, 경복궁 복원과 맞춰야


최근 서울 광화문광장 재조성 사업이 8월 초 완성을 목표로 한창인 가운데 이 광장 북단의 ‘광화문 월대’ 복원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월대는 궁궐의 격을 높이는 구조물이다. 지면에 기단을 쌓아 그 위에 건물을 짓는데 기단을 앞으로 넓게 낸 것이 월대다. 보통 궁궐 건축에서만 나온다.

궁궐에 들어가려면 월대를 올라가야 하니 당연히 대상 건물을 우러러보게 된다. 조선왕조 법궁인 경복궁이 전통 문화재(문화유산) 가운데 최고 위치라는 의미다. 다행히 현재까지 남아 있던 창덕궁의 ‘돈화문 월대’를 보면 이해하기가 쉽다.

일제에 의해 훼손됐던 광화문 월대의 복원은 경복궁 바로 세우기의 상징이 된다. 경복궁 건물의 절반 이상이 여전히 훼손된 상태로 남아 있다. 경복궁이 서울(한양도성) 전통문화의 중심이라는 점에서 경복궁 바로 세우기는 중요하다.



그러는 와중에 윤석열 정부 들어 개방한 옛 청와대를 리모델링하는 작업이 시작됐다. 프리미엄 근현대 미술 전시 공간으로 랜드마크로 조성한다는데 하필 프랑스 ‘베르사유궁전’처럼 만들겠다고 한다. 이는 지난주 대통령 업무 보고와 관련해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기자회견은 물론 문체부 보도 자료에도 적시돼 있다.

관련기사



청와대 운영을 멋있게 하는 것은 좋지만 베르사유궁전 비유는 아쉽다. 대통령이 빠져나간 청와대는 이제 역사성을 갖고 문화유산 지위 속으로 들어간다. 청와대 부지는 경복궁의 후원이었다. 이런 후원을 통해 경복궁은 서울의 주산인 북악산을 품었다. 북악산 아래 좁은 이 지역은 독자적인 영역이나 생활공간이 아니었다. 이러한 구조를 파괴한 것은 일제였고 일부러 총독 관저를 지음으로써 누구나 아는 것처럼 조선왕조 법통과 경복궁을 억눌렀다.

결국 ‘경복궁 후원(청와대)’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는 곧 경복궁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와 연결된다. 하지만 문체부의 대통령 업무 보고 발표 자료는 전체의 3분의 1인 3쪽에 걸쳐 청와대 리모델링 내용을 빼곡히 적고 있음에도 ‘경복궁’과 관련된 언급은 하나도 없다.

정부는 과거 일제가 조선 총독 관저를 어디 물 좋은 곳에 따로 지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이러한 몰역사성이 터무니없는 청와대 구본관(조선 총독 관저) 모형 복원 논란을 불렀다고도 볼 수 있다. 청와대가 ‘베르사유궁전’처럼 된다면 앞에 있는 경복궁은 뭔가. 옛 청와대 관리는 경복궁 복원 과정에 맞추는 것이 옳다는 생각이다.

/최수문기자 chsm@sedaily.com

최수문기자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