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실

尹 "과도한 기업 형벌규정 개선"…전자주총도 이르면 내년 도입

[법무-행안부 업무보고]

실세 장관에 경제살리기 강조

중대법 개정 작업 등 속도낼듯

이상민엔 공공부문 수술 주문

韓 "이민정책 컨트롤타워 신설"

李 "덩어리 규제 집중발굴 해소"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집무실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게 업무 보고를 듣고 있다. 사진 제공=대통령실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집무실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게 업무 보고를 듣고 있다. 사진 제공=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게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는 과도한 형벌 규정을 개선하라”며 기업인의 발목을 잡는 규제를 없애라고 지시했다. 이날 업무 보고를 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게도 기업 투자를 가로막는 규제 개혁과 비대해진 공공 부문에 대한 수술을 주문했다. 윤 대통령이 소위 ‘정권의 실세’로 불리는 한 장관과 이 장관에게 각각 법조인의 옷을 완전히 벗어던지고 ‘경제 살리기’에 나서라고 강조한 것이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이날 윤 대통령이 한 장관에게 용산 청사 대통령 집무실에서 업무 보고를 받고 이 같은 지시를 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법무행정의 최우선을 경제를 살리는 정책에 두기를 바란다”며 “산업 현장의 인력 수요를 뒷받침하기 위한 비자 정책의 유연화를 당부했다”고 말했다.

한 장관의 업무 보고도 주요 현안인 부정부패 근절과 서민 범죄 엄단, 인권 보호 등에 더해 경제 분야에 집중했다. 한 장관이 보고한 첫 번째 주제는 ‘미래 번영을 이끄는 일류 법치’다.



한 장관은 “글로벌 스탠더드와 국격에 맞는 국가 대계 차원의 법치 행정으로 대한민국의 미래 번영을 뒷받침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했다. 그러면서 국제표준에 맞춰 민법과 상법을 정비하고 전자 주주총회 도입, 법무부 내에 국제 법무 업무 부서를 통합하겠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특히 전자 주총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는데 다음 달 상법 전문 교수와 변호사 약 10명으로 구성된 '상법특별위원회'를 출범한 뒤 국회 논의 상황에 따라 이르면 내년 주총부터 전면 전자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법무부는 상법을 개정해 '우편'으로만 하게 돼 있는 주총 소집통지 방법을 이메일과 문자메시지 등으로 다양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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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의 특별 주문에 따라 법무부와 국민의힘이 기업인들의 반발을 산 중대재해처벌법 개정 작업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윤 대통령은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의 경우 책임을 논하고 수습하는 차원이 아닌 사고를 예방하는 방향으로 엄하게 운용해야 한다”며 중대재해처벌법의 완화를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한 장관은 “법을 제정하게 되면 대부분 많은 경우에 형벌 규정이 과다하게 포함되는 경우가 많이 있다"며 “다른 식의 과태료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형법 규정에 들어가 있는 경우가 많고 쌓이다 보면 많은 경제 활동 주체들에게 위축 효과를 주기 때문에 그 부분을 좀 개선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한 장관은 특히 법무부가 경제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법제를 정비하는 데서 더 나아가 적극적인 이민 정책을 추진할 조직을 신설하겠다고 보고했다. 우리 경제의 뿌리인 지방 중소기업은 과도한 재산세와 상속세 부담에 기업 수명이 단축되고 있는데 설상가상으로 청년들은 지방 근무를 회피하며 인력난까지 가중되고 있다. 반대로 첨단 기업은 우수 인력이 없다고 호소하고 있다.

한 장관은 국경과 이주·이민 정책을 다룰 ‘컨트롤타워’인 이민청을 신설, 지역특화비자를 도입해 인재들을 국내로 유치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한 장관은 이민 정책이 여성가족부(가정), 고용노동부(외국인 인력), 법무부(출입국 등)로 분산된 점을 지적하며 “10년 뒤에 외국인의 구성이 얼마만큼 될 것이며, 인구 구성 얼마나 될 것이며, 외국인이 얼마나 유입돼야 할 것인지 이런 정교한 분석을 할 컨트롤타워가 없었던 것이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촉법소년(만 10~14세)에 대한 연령을 낮추기 위한 종합 대책도 올해 안에 내놓겠다고 했다. 또 금융·증권, 공정거래, 조세 분야 등 경제 범죄에 대한 엄단 계획도 내놨다. 문재인 정부에서 제대로 된 수사가 이뤄지지 않은 ‘라임·옵티머스 사건’ 등을 겨냥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 장관도 이날 “대규모 인력 증원, 위원회 증가로 국가 재정 부담 및 행정 비효율이 발생했다”며 윤 대통령이 강조한 ‘공공 부문 구조조정’ 방안을 보고했다. 매년 부처별로 기능이 쇠퇴하는 분야의 정원을 1% 감축해 재배치하고 위원회별로 연간 최대 수십 억 원씩 혈세를 썼던 정부 위원회를 200~300개(30~50%), 지자체 위원회는 3000개(30%)를 없애겠다고 밝혔다.

행안부가 지자체와 협의해 규제 혁신에 나서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과감한 규제 개선으로 기업이 지역에 투자할 여건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 장관은 “지방 규제 혁신의 컨트롤타워로서 현장 의견을 적극 수렴해 덩어리 규제 집중 발굴, 신속한 해소를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

한편 광복절 사면에 대한 내용이 있었냐는 질문에 한 장관은 “사면에 관련한 얘기는 나오지 않았다”며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고 말했다.

/박경훈 기자 socool@sedaily.com, 구경우 기자 bluesquare@sedaily.com, 이진석 기자 ljs@sedaily.com


박경훈 기자·구경우 기자·이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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