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해 3.3%로 내다봤던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1월과 4월 두 차례에 걸쳐 각각 3.0%, 2.5%로 순차 조정했다. 이어 26일 발표한 수정 세계경제전망(WEO)에서는 또다시 2.3%로 낮춰 잡았다. 올 들어서만 세 차례 연속 성장률을 내린 것이다.
IMF는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한 이유를 별도로 설명하지 않았다. 다만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6%에서 3,2%로 내려잡으며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예상보다 높은 인플레이션이 나타나고 있다”며 “중국의 성장 둔화와 전쟁 등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결국 한국 경제도 인플레이션에 발목이 잡히는 모습이다. 올 1월 3.6%였던 한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달에 6.0%까지 치솟았다. 1998년 11월 이후 24년 만에 최고치다. 인플레이션은 곧 국민의 실질 소득이 줄어드는 것을 의미한다. 이 때문에 국민의 소비 여력이 감소하면 기업도 고용과 투자를 줄일 수밖에 없다. 소비와 기업 활동이 위축되는 경기 둔화의 출발점인 것이다. 한국경제학회가 경제학자 39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54%가 한국 경제를 ‘징후가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 초기 진입 단계’라고 평가했다.
관건은 앞으로의 물가상승률이다. 물가상승률 정점을 언제로 보느냐에 따라 오는 10월 IMF가 발표할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날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현재의 유가 흐름과 여러 상황을 보면 9월 말 또는 늦어도 10월 정도가 물가 정점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근 국제 유가와 곡물 가격이 다소 안정세를 찾고 있고,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는 추석(9월 10일)이 지나면 물가도 차츰 진정될 것이라는 의미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진단은 다소 다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의 전망이 다소 긍정적인 면이 있다”며 “소비자물가의 선행 지표로 활용되는 생산자물가를 보면 물가 정점은 정부 예상보다 더 늦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6월 생산자물가지수는 120.04로 6개월 연속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1300원대까지 오른 환율도 물가를 계속 자극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김태준 동덕여대 국제경영학과 교수는 “고환율로 수입물가 자체가 진정되지 않으면 정부의 민생대책이 효과를 보기 어려울 것”이라며 “미국이 긴축을 가속화하며 강(强)달러가 여전해 환율이 안정되기까지는 한참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IMF가 연내 추가로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조정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기에 중국의 성장 둔화도 한국 경제 전망을 어둡게 만드는 요인이다. 성태윤 교수는 “물가는 오르는데 (중국의 성장세 약화로) 수출은 둔화하고 있다”며 “거리 두기 해제 조치에 따른 펜트업(보복소비) 효과마저 가시면 경기 둔화가 더욱 뚜렷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부도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수정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 6월 새정부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며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2.6%로 제시한 바 있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물가상승률이 연내 안정된다고 해도 한국은행의 목표치인 2%대로 내려오려면 한참 멀었다”라며 “경제 둔화 조짐이 점점 커질 것”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