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인력을 3년가량 힘들게 키워놓으면 자꾸 대기업들이 뽑아가 비슷한 일을 하려고 해 고민이 많습니다. 봉급을 많이 올려준다고 하나 대기업만큼 하기는 힘들지 않습니까. 이렇게 해서는 뉴스페이스를 위한 우주 생태계를 키울 수 없습니다.”
류장수(70·사진) AP위성 회장은 25일 서울 가산디지털단지 본사에서 서울경제와 인터뷰를 갖고 “정부가 대학에서의 핵심 인재 양성뿐 아니라 대·중소기업 간 인력 상생 생태계 구축에도 많은 관심을 뒀으면 한다”며 이같이 호소했다. 대기업이 자체적인 인력 양성에 더 신경을 쏟고 기존 우주 벤처·스타트업들이 하지 않는 일을 해야 뉴스페이스 시대를 만들 수 있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는 국방과학연구소(ADD)에서 미사일 개발을 한 데 이어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서 국내 최초의 실용위성인 아리랑1호 총괄책임을 맡은 뒤 2000년 현대전자(현재 SK하이닉스)의 위성사업부 출신 연구원들과 함께 AP위성을 창업했다.
그는 “현재 컨텍 등 우주 스타트업이 수십 개 있는데 AP위성뿐 아니라 이들 스타트업에서 힘들게 키워놓은 인력을 큰 기업에서 손쉽게 빼가면 어떻게 되겠느냐”며 “큰 기업이 벤처·스타트업과 겹치지 않게 우주 시장을 키워 상생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회사는 매년 매출의 30% 이상을 R&D에 쏟아 부으며 위성 분야에서 풍부한 경험과 장기 근속 베테랑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더욱이 글로벌 시장을 적극적으로 개척하는 상황이어서 인력 유출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국우주기술협회장을 지낸 그는 정부에 대해서도 “국가적으로 볼 때 창의적인 사업 아이디어는 대기업보다 오히려 벤처·스타트업에서 더 많이 나온다”며 “대·중소기업 간 인력 생태계에 대해서도 신경을 많이 써달라”고 역설했다.
류 회장은 중장기적으로 위성통화·인터넷 시장 진출 추진과 관련해서도 “현재 위성인터넷 시장은 스타링크나 원웹 등 추진하는 글로벌 기업마다 표준이 달라 제각각”이라며 “우리나라가 5세대(5G)를 세계 최초로 시현한 것처럼 위성인터넷에서도 글로벌 표준화를 선도해 관련 시장에 뛰어들어야 한다”고 정부의 더 많은 관심을 요청했다. 국제전기통신연합(ITU)에 우리가 강점을 갖고 5G NTN 방식으로 위성인터넷의 글로벌 표준화를 시현하는 데 다같이 힘을 모으자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현재는 인공위성의 규격도 다 달라 안드로이드라든지 여러 소프트웨어를 위성에 쓰기 위해서는 일일이 수정해야 돼 위성도 5G로 규격을 통일하자는 게 그의 소신이다.
그는 “우리나라는 우주 개발은 늦었지만 정보기술(IT)·통신이 잘돼 있다”며 “미국·중국·유럽·러시아·일본·인도 등 우주 강국처럼 아날로그에서 시작하는 게 아니라 디지털에서 바로 시작할 수 있어 유리한 측면이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우리가 반도체에서 진공관 시절을 건너뛰고 바로 시작했던 게 주효했던 것처럼 우주도 IT를 바탕으로 본격적으로 산·학·연·정이 힘을 모으면 경쟁력을 크게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류 회장은 “세계에서 극소수에 불과한 이동 위성통신 단말기의 핵심 기술을 갖고 있을 정도로 기술력을 쌓았다”며 “최근 한국형 발사체(누리호)의 성능검증위성 개발뿐 아니라 8월 3일 발사하는 탈 탐사선의 플라잉 모델 납품에 이어 앞으로 차세대 중형 위성 3~5호와 한국형위성항법시스템(KPS) 개발에도 참여한다”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