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중기·벤처

"중기 5곳중 4곳 납품가 연동 못해 한계상황"

연동제 절박함 호소하는 中企

'조정협의'는 보복 우려 유명무실

'연동제' 발의 14년에도 변화 없어

21대 국회서 민생특위 안건 선정에

중소기업들 이번엔 꼭 제도화 기대


“철강 공급 대기업은 지난해 사상 최대 영억이익을 기록한 반면 볼트·너트 등 파스너 제조 중소기업의 영업 이익률은 1%에 불과합니다. 철강 등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인해 중소기업들은 말 그대로 사지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원자재 급등으로 인해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을 늦출 수 없다는 여론이 힘을 얻고 있는 가운데 26일 서울경제와 만난 파스너 제조 중소기업 대표 A씨는 이같이 토로했다. 그는 “납품단가 연동제가 입법 발의된 지 14년이 됐지만 달라진 것은 없고 여야 모두 제도화를 공약했지만 선거가 끝나자 미온적인 태도로 바뀌었다"고 지적했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주요 파스너 업계 조합원 14개 사 중 인상분이 반영된 곳은 3곳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창호·커튼월 제조 중기 대표 B씨는 “알루미늄 가격이 1년 새 2배 가량 폭등해 큰 손실이 발생해도 인상분 반영이 안됐다"며 “이미 계약을 했기 때문에 납품을 거부할 수도 없어 손해를 보며 납품을 이어가고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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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미콘을 비롯해 건설 중기의 경우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레미콘의 경우 시멘트, 골재 등 재료비, 유류비, 운반비 모두 급등한 탓에 구매 건설사 사이에 끼어 최악의 상황을 버텨내고 있다. 실제로 2016~2020년 5년 동안 수도권 레미콘 운반비는 35.6% 상승했다. 레미콘 업체를 운영하는 C씨는 “레미콘산업은 시멘트사와 건설사 사이에 위치한 산업으로 원자재, 운반비 등이 인상됐지만 레미콘가격 인상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실정”이라며 “2016년 ~ 2019년 레미콘 가격이 6.7% 인상됐지만 2020년에는 가격이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중소 건설사는 자재비가 30~40% 가량 치솟아 건설사에 계약금 증액을 요구했지만 반영된 사례는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납품단가 연동제가 정부의 지나친 시장 개입이라는 일각의 지적에 중기업계는 납품단가 조정협의제도라는 자율 협의 제도가 있지만 한번도 조정신청이 이뤄지지 않는 등 유명무실하기 때문에 제도화를 해야한다는 입장이다. 중앙회의 한 관계자는 “2009년 이후 협동조합을 통해 납품단가 조정 협의를 신청한 건수는 0건으로 실효성이 없다는 것이 드러났다”면서 "조정협의를 위한 요건도 지나치게 까다롭고, 거래단절 등의 보복조치 우려로 인해 인상요청도 쉽지 않아 제도 활성화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납품단가 조정협의제도는 원자재 가격이 올라 대금 조정을 해야 할 경우 수급사업자가 원사업자에 대금 조정을 신청할 수 있는 제도다. 그러나 ‘을’인 수급사업자가 ‘갑’인 원사업자에게 거래 단절을 무릅쓰고 조정을 요구하기는 사실상 어렵다는 게 업계의 호소다.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에 대한 정치권의 약속은 이미 14년 전부터 있었다. 2009년 납품단가 연동제 입법 과정 중 조정협의제를 1년 시행한 후 효과가 없을 경우 연동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결정이 2009년 2월 정무위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했다.

일부에서는 납품단가 연동제가 시장 원리를 거스르는 제도라고 지적하지만 미국을 비롯해 독일에서는 이미 유사한 제도가 시행 중이다. 미국은 물가가 변동될 경우 계약대금조정을 명시한 표준계약서를 보급하고 있다. 또 연방정부 조달시 물가변동으로 인한 계약금액 조정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정해진 가격에 기초한 조정, 실제 재료비(노무비)에 기초한 조정, 재료비(노무비) 지수에 기초해 조정을 하는 것이다. 독일도 계약체결 후 비용 상승과 같은 시장 상황에 따라 조정할 의무를 명시하고 있다. 독일 기업 기본 계약서에는 합의된 가격은 계약 체결 후 발생되는 비용 상승과 같은 시장 상황에 따른 조정을 의무화했다.

21대 국회 후반기 원구성이 완료되고 민생경제안정특별위원회 안건으로 납품단가 연동제가 선정되면서 업계에서는 기대감이 높은 상황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기가 국내 전체 기업의 99%를 차지하며, 전체 기업 종사자의 83%가 중기에 다니고 있는데 납품단가 연동제가 제도화되지 않아 중기가 무너질 경우 경제뿐만 아니라 일자리까지 무너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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