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로 여는 수요일]밥 이라는 앞


- 박해람



앞 뒤 없는 곳에

밥 차려 놓고 한 벌 수저 놓으면

따끈따끈한 앞이 생긴다 뒤로 밥 먹는 사람 없다

등 뒤에서도 알 수 있는 밥 먹는 몸짓

그런 앞을 보려고 누구나 살아서 밥을 벌려 한다

뒷걸음질 치는 고양이



쉬지 않고 도는 기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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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앉아 훌쩍훌쩍 우는 사람

밥 차려 놓으면

그 모든 뒤쪽들이 돌아앉는다





오죽하면 밥에 대한 속담이 그리 많겠는가? ‘고운 일 하면 고운 밥 먹는다’고 한다. 미운 일 하고도 고운 밥 먹는 이가 있는지 모르지만, 밥의 찰기와 윤기가 아니라 양심을 말하는 것일 게다. ‘밥은 굶어도 속이 편해야 산다’고도 한다. 청렴한 이의 기개지만, 밥 굶는 일은 없어야겠다. ‘밥 빌어다가 죽 쑤어 먹는다’고도 한다. 제 밥으로 죽 쑤는 거야 괜찮지만, 남의 밥까지 말아먹으면 안 될 것이다. ‘익은 밥 먹고 설은 소리 한다’고도 한다. 희극배우야 박수를 받겠지만, 책임 있는 사람이 설은 소리 하면 손가락질 받을 것이다. 밥은 모든 생명을 생명답게 하는 것이다. 생계를 짐 진 모든 이에게 땀의 보상은 밥이어야지, 눈물이어선 안 될 것이다.

-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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