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외교·안보

김정은, 19일째 잠행… 핵실험 시기 조율하나

北 '전승절' 기념행사에 당초 예상과 달리 불참해

김덕훈 총리 등 나와 "이 땅서 전쟁 안 끝나" 강조

윤석열 정부서 대북 강경노선 펴는 가운데

김정은, 민심 추스리기 위한 무력행보 예상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8일 조직간부 특별강습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이 행사 이후 19일째 공개행사에 나오지 않고 있다./연합뉴스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8일 조직간부 특별강습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이 행사 이후 19일째 공개행사에 나오지 않고 있다./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당초 예상과 달리 전날 노병대회에 불참했다. 최근 19일째 공개활동을 하지 않고 있는데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 백악관이 최근 북한의 7차 핵실험 준비가 끝났다는 평가를 다시 제기한 가운데 북한의 핵실험 시기와 관련성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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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북한이 ‘전승절’로 칭하는 정전협정 체결 69주년 기념 노병대회에 김 위원장이 불참했다. 이 행사에는 김덕훈 내각 총리와 조용원·최룡해·박정천·리병철 당 정치국 상무위원 등이 참여했다. 당초 김 위원장이 참석해 핵실험 가능성과 대남·대미 전략에 대해 발언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평가됐는데 얼굴을 드러내지 않은 것이다. 김 위원장은 집권 이후 총 7번의 노병대회 가운데 3번 참석한 바 있다. 지난해에도 주석단에 서서 발언했는데 올해는 남측의 정권 교체로 핵 무력과 대결 의지 등을 밝히는 발언을 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평가됐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불참하면서 노병대회 연설은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명의의 축하문으로 대체됐다. 당 중앙위는 축하문에서 “이 땅에서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세대를 이어가야 할 혁명의 길은 제국주의와의 첨예한 대결을 동반한다”고 투쟁을 강조했다.

김 위원장이 전날 노병대회를 비롯해 19일째 잠행을 이어가면서 숨은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말에도 한 달 가량 잠행을 이어가다 북한 정권의 ‘혁명성지’로 여기는 삼지연에 돌연 등장해 눈길을 끈 바 있다. 김 위원장은 당시 “삼지연에서 축적한 경험을 장려해 사회건설을 다그쳐야 한다”며 내치를 강조하는 발언을 했었다. 이번에는 남측에서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이후 첫 잠행인 만큼 대남 전술을 의식한 행보일 수 있다는 평가가 제기된다. 윤석열 정부는 대북 강경노선을 펴는 가운데 전 정권에서 발생한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 북한어부 강제북송 사건 등도 들춰내고 있다. 북한 입장에서는 달가운 상황이 아닌 만큼 어떤 식으로든 남측에 경고 메시지를 보낼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한 대북 전문가는 “김 위원장의 잠행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있었는데 재등장할 때 의미 있는 메시지가 나오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며 “이번에도 수해와 코로나19 확산 등으로 인한 북한 민심을 추스르고 남측과 미국을 압박하는 경고성 행보가 나올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의 잠행이 핵실험과 관련성이 있을 수 있다고 평가한다. 존 커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26일(현지시간) 언론 브리핑에서 “북한이 핵실험을 실행할 준비가 돼 있다는 점을 매우 분명히 했다”며 “시기에 대해선 추측하지 않겠다”고 언급했다. 북한이 핵실험 준비를 마치고 시기만 조율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또 다른 대북 전문가는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고 북한으로선 불편한 행보들이 이어지고 있지만, 김 위원장이나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1부부장 명의의 담화문이 아직 나오지 않았다”며 “북한이 엄포성 담화보다 핵실험 등 행동으로 보여주겠다고 나설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내다봤다.


강동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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