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정책

"귀금속 업체, 코인 거래소 거쳐 해외 송금"… 은행권, 검사·제재에 '촉각'

금감원, 중간 검사결과 발표

이상거래 대부분 코인 관련

은행권 이상거래 53.7억달러 추정

"환치기 관련 여부는 파악 불가"






암호화폐 거래소를 통한 코인 거래 자금이 귀금속 업체, 여행업체, 화장품업체 등을 통해 홍콩·일본·미국 등으로 흘러 들어간 것으로 드러났다. 대표가 동일인이거나 사촌관계 등 특수 관계인 업체들이 거액의 외환거래를 하는 동안 국내 은행들은 이상 정황을 파악하지 못했다. ‘김치 프리미엄(국내 암호화폐 시세가 해외 시세보다 높은 현상)‘을 노린 ‘환치기’에 국내 은행들이 뚫렸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면서 금융 당국이 엄중 조치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27일 금감원이 발표한 거액 해외송금 관련 검사 진행상황에 따르면 현재까지 금감원이 확인한 이상 외환거래가 이뤄진 은행은 신한·우리은행 두 곳이다. 두 은행에서만 총 4조1000억 원(33억7000만달러) 규모의 이상 외화송금 거래가 이뤄진 것으로 파악했다. 당초 은행이 금감원에 보고한 2조5000억원보다 1조6000억원이 많다. 관련된 업체 수도 당초 보고된 8곳에서 22곳(중복 제외)으로 늘었다.



이상 거래의 대부분은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로부터 이체된 자금이 국내 무역법인의 대표이사 등 다수의 개인, 법인 계좌를 거쳐 해당 무역법인의 계좌로 집금된 후 수입대금 지급 등의 명목으로 해외 법인에 송금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이 과정에 연루된 국내 법인은 귀금속을 취급하는 업체부터 여행업, 화장품업 등 다양했다. 국내 무역법인으로 송금되기 전 이용된 계좌들과 국내 법인 간에는 대표가 같거나 사촌 관계 등 특수관계인 것으로 확인됐다. 최종 돈을 받은 해외법인은 암호화폐거래소가 아닌 일반 법인인 것으로 파악됐다. 거래 대금 기준 홍콩이 25억 달러로 가장 많았고 일본(4억 달러), 미국(2억 달러), 중국(1억 달러) 순이었다. 그 외 일부 거래는 정상적 상거래와 암호화폐거래소로부터의 이체 자금이 뒤섞여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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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은 중간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전체 은행을 대상으로 유사 거래가 있었는지 자체 점검을 요청한 상황이다. 특히 2021년 신설된 업체 중 외환송금액이 5000만 달러 이상이면서 자본금의 100배가 넘는 경우, 암호화폐거래소 연계계좌를 운영하는 신한·전북·농협은행·케이뱅크와 입금 거래가 빈번한 경우, 특정 영업점의 외환송금 실적에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경우 등을 중점 점검 대상이다. 현재 금감원이 점검 대상으로 보는 전체 이상 외환거래 규모는 53억7000만 달러로 상당 부분이 암호화폐와 관련돼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금감원은 이달 말까지 은행으로부터 자체 점검 결과를 받아 살펴본 뒤 추가 검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은행권에서는 금감원의 검사 및 제재 수위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비정상적인 거액의 해외송금이 사전에 걸러지지 않은 데 대해 은행권의 내부통제 시스템이 붕괴됐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지면서다. 시중은행들은 이상 해외송금과 관련해 자체조사 결과 현재까지 특이 사항은 나오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금감원의 검사에서 우리은행은 2021년 5월 3일부터 2022년 6월 9일까지 5개 지점에서 931회에 걸쳐 1조6000억 원 규모의 이상 외화송금이 취급됐다. 신한은행은 2021년 2월 23일부터 2022년 7월 4일까지 11개 지점에서 1238회에 걸쳐 2조5000억 원 규모의 이상 외화송금이 거래됐다. 암호화폐 거래소가 연루된 게 확인됨에 따라 이들 거래소에 실명계좌를 내준 은행들까지 검사가 확대될 수 있다.

이준수 금감원 부원장은 “은행에서 내부통제를 강화해 이런 일들이 이뤄지지 않게끔 해야 하는데 결과적으로 그런 거래가 계속 있던 것이 아쉽다”며 “은행권 시스템, 내부통제 문제는 이번에 검사 끝나고 나서 전체적으로 진단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증빙 서류를 확인하지 않고 송금해주거나 특정금융거래정보법상 고객확인 의무 등을 지키지 않았는지를 확인해 엄중 조치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금감원은 현재 검사만으로 김치 프리미엄을 노린 환치기인지 여부는 파악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이 부원장은 “가상자산거래소를 통해 드러난 자금이 출발점이 되는데 그 이전 자금에 대해서는 (금감원이) 파악할 수 없다”며 “신용장 없이 송금 거래를 한 자체만으로 은행에 잘못했다고 말하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검사 결과를 검찰 및 관세청에 통보해 수사 등에 참고하도록 조치할 계획이다.


김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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