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문재인 정부가 내놓은 ‘15억 원 주택담보대출 금지’ 조치로 부동산 시장이 왜곡됐다고 평가했다. 규제 후 15억 원 미만 아파트에 수요가 몰리면서 가격이 빠르게 올라 주택시장가격 안정이라는 정책 도입 목적에 반하는 현상이 나타났다는 지적이다.
KDI는 28일 ‘선별적 주택금융의 영향: 15억원 주택담보대출 금지를 중심으로’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2019년 15억 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주택담보대출을 전면 막았는데, 보고서는 이에 따른 주택 시장 가격 변화를 다뤘다.
KDI는 규제 도입 직후 15억 원 미만 주택 거래량이 급증했다고 분석했다. KDI에 따르면, 14억 원~15억 원 미만 가격 구간에서는 거래량이 약 20.4% 늘어난 반면 15억 원이상~16억 원 미만에서는 거래량이 10.0%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15억 원을 넘는 주택 가격을 잡겠다며 대출을 조이자 15억 원 아래로 수요가 몰리는 시장 왜곡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수요가 쏠리면서 15억 원 이하 주택 가격이 더 가파르게 올라 서민의 부담은 가중됐다. 11억2000억 원~15억 원 미만인 주택과 15억 원 이상인 주택을 나눠 살펴보면, 규제 전(2019년)에는 가격 상승률이 각 19.2%와 19.9%로 비슷한 수준을 기록했다. 하지만 규제 도입 이후 1년간 15억 원 미만 주택은 15.2% 올라 15억 원 이상 주택의 가격상승률(7.8%)을 두 배 가까이 웃도는 것으로 집계됐다.
다만 2021년부터는 갭투자 등을 통해 대출 규제를 우회하는 사례가 잦아지면서 15억원 전후 아파트 간 가격 상승률의 격차 자체는 줄었다고 KDI는 봤다. KDI는 “‘15억 원 주택담보대출 금지’는 상대가격 분포의 왜곡을 야기했으며 전체적으로 가격 안정화 효과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한편 KDI는 이날 ‘2분기 부동산시장 동향’ 보고서를 통해 “주택 매매 및 전세 가격은 전분기에 이어 전국적으로 둔화됐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금리 인상이 거듭되면서 전국적으로 매매와 전세가격 상승률이 둔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KDI는 금리 인상 추세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당분간 매매 가격이 다소 하락할 것이라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