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IB&Deal

[단독] 대치타워·에스원빌딩…알짜 부동산 담은 '삼성리츠' 나온다

■ 삼성SRA운용 첫 공모리츠 추진

상장리츠로 자금조달 채널 다양화

잠실빌딩 등 기초자산 편입 저울질

IFRS17 도입에 자본확충 필요성

한화생명도 장교빌딩 담은 리츠 준비






삼성생명(032830)이 보유한 알짜 부동산을 기초자산으로 삼는 리츠(Reits·부동산 투자회사) 설립이 추진된다. 생명보험 업계가 내년 신회계기준(IFRS17)과 감독(K-ICS) 제도 시행을 앞두고 자본 확충의 필요성이 커진 가운데 삼성생명이 상장 리츠를 통해 자금 조달 채널을 다양화하기 위한 포석이다. 삼성생명은 공모 흥행과 배당률을 감안해 현금 흐름이 좋은 오피스빌딩을 리츠가 인수하고 증자를 통해 추가적인 자산 유동화를 진행할 계획이다.

2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자회사인 삼성SRA자산운용을 통해 서울 강남 대치타워(옛 하이닉스빌딩)와 태평로 에스원빌딩 등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리츠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리츠는 기관 및 개인 투자가들로부터 자금을 모아 빌딩·물류센터 등의 부동산을 사들이고 이후 임대료나 매각 차익으로 얻은 이익을 정기적으로 배당하는 부동산 금융투자 상품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삼성SRA는 삼성생명이 100% 출자한 부동산 전문 자산운용사로 10조 8700억 원의 자산을 운용 중이며 리츠 자산관리회사(AMC) 인가도 보유하고 있다. 삼성SRA는 사모 부동산 펀드가 40여 개에 달하지만 공모 리츠를 선보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리츠 AMC 인가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 가능한 내년 상반기 내 상장을 모색하고 있다.



삼성리츠는 삼성생명이 보유한 부동산들을 바탕으로 설립될 예정인데 삼성생명은 올 1분기 말 기준 장부가액만 약 3조 4000억 원에 달하는 투자용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다. 삼성리츠의 기초자산으로 우선 검토 중인 부동산은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에 위치한 삼성생명 대치타워와 중구 태평로 에스원 빌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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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치타워는 과거 LG반도체와 SK하이닉스를 거쳐 2004년 삼성생명의 품에 안겼다. 당시 취득가는 887억 원이었지만 지하철 2호선 선릉역 인근인 데다 테헤란로 중심 대로변에 위치해 몸값이 급등한 상태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치타워 인근의 멀티캠퍼스 빌딩이 올 들어 3.3㎡(평)당 4500만 원에 거래됐다”면서 “대치타워가 더 크고 위치도 좋아 상당한 가격에 거래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태평로 에스원빌딩은 삼성생명이 2002년 신축했다. 지하 9층~지상 19층 규모로 이뤄졌고 연면적은 8352평 수준이다. 20년간 삼성생명이 계속 보유해 시가 평가를 받은 적은 없지만 인근의 을지로 유안타증권 사옥이 올해 3.3㎡당 3700만 원에 거래된 것을 감안하면 에스원빌딩도 비슷한 수준에서 매매가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 측은 아울러 송파에 위치한 잠실 빌딩 등도 리츠의 기초자산으로 편입할 것인지 저울질하고 있다. 이번 딜에 정통한 관계자는 “올 들어 시중금리가 계속 올라 시장 변동성이 큰 만큼 자본 지출이 적은 부동산을 중심으로 (기초자산 편입을) 검토 중”이라며 “리츠 영업 인가를 위한 서류를 정부에 제출하기 전에는 자산 구성과 수익 구조가 바뀔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생명은 최근 수년간 보유 부동산을 지속적으로 매각하며 현금화했다. 저금리와 코로나19 여파 등으로 운용 자산의 수익성이 떨어진 반면 고금리 확정형 보험 영업에 따른 역마진 부담에 선제 대응하기 위해서다. 삼성생명의 자산수익률(ROA)은 지난해 0.27%로 생보 업계 평균(0.38%)보다 낮다.

특히 올해 증시 침체로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005930)의 지분(8.5%)마저 4조 4210억 원의 평가 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아직은 보험사의 재무 건전성을 보여주는 지급여력(RBC) 비율이 250%에 육박하며 재무 지표가 우수하지만 내년부터 보험사가 쌓아야 하는 충당금이 늘어나는 신회계기준과 감독 제도가 시행되는 만큼 자본 확충의 필요성은 적지 않다는 관측이다.

한화생명(088350)도 비슷한 이유로 한화자산운용을 중심으로 리츠를 설립해 보유 중인 부동산의 유동화를 추진하고 있다. 한화생명은 올해 1조 원이 넘는 후순위채(영구채)를 발행해 자본을 확충했지만 추가로 재무 건전성을 개선할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화 리츠는 그룹 본사인 장교빌딩을 중심으로 한화금융센터·프라자호텔·한화리조트 등 다양한 부동산을 기초자산 편입 대상에 올려놓고 있으며 상장을 위해 KB증권과 기업공개(IPO) 주관 계약도 최근 체결했다. 한화생명과 한화손해보험(000370)이 보유한 부동산의 장부가액은 올 3월 말 기준 2조 6000억 원에 달한다. 한화생명과 한화손해보험은 한화 리츠 지분의 약 40%를 인수할 계획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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