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은행

[기자의 눈] 은행, 실질적인 이자부담 경감 방안 고민해야






최근 금리 상승으로 대출금리가 요동치면서 금융 산업을 담당하는 기자라면 국내 은행별 금리 추이를 살피는 게 일상이 됐다. 그러던 중 한 가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대개 은행들이 신용대출의 준거 금리로 금융채 6·12개월물을 사용하는데 농협은행은 신잔액 코픽스를 추가로 활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은행에 그 이유를 묻자 신잔액 코픽스 기준 금리가 더 낮아 고객이 금융채 6개월물을 잘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실제로 이날 농협은행의 신잔액 코픽스(6개월) 기준 신용대출 금리는 3.37~3.77%로 금융채 6개월 기준(5.01~5.41%)보다 1.64%포인트 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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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다소 의아했다. 정작 대출 규모가 더 크고 소비자가 많이 몰리는 주택담보대출에는 신잔액 코픽스를 지표금리로 사용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선택하는 변동형 주담대의 경우 준거 금리로 신규 코픽스나 신잔액 코픽스가 사용되는데 지난달 기준 신잔액 코픽스가 신규 코픽스보다 0.96%포인트나 금리가 더 낮아 대출 이자 부담을 줄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당 은행은 아직 신잔액 코픽스 연동 주담대 상품 운영 재개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는 비단 농협은행만의 일이 아니다. 5대 은행 중 일부 은행도 지난해 함께 운영을 중단한 후 재개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은행이 겉으로는 소비자들의 이자 부담 완화에 대한 노력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하는 데는 소극적이라는 쓴소리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이런 행태가 결국 은행들이 주된 수익원인 이자 이익 감소를 최소화시키려는 의도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금리가 2%대인 신규 코픽스보다 1%대인 신잔액 코픽스를 준거 금리로 하면 대출금리가 낮아져 은행들의 이자 수익도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신용대출 한도는 주담대보다 많지 않아 은행의 부담은 크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때마침 이날 금융감독원은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 보고에서 상대적으로 금리 상승 폭이 완만한 신잔액 코픽스 대출 취급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유도하겠다고 표명했다. 은행들이 먼저 소비자의 금융 부담 경감을 위한 실질적인 방안에 대해 고민해봐야 할 때다.


윤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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