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은행

"더 오르기 전에 빚부터 갚자"…이달 신용대출 1조원 줄었다

26일 기준 5대 은행 신용대출 잔액 129조

한 달 새 1.5조 감소…주담대 감소액의 3배

이자 부담 커지자 고금리 대출부터 상환

대출 1억 초과 적용 DSR규제 강화도 영향





은행 대출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대출을 받은 사람들이 서둘러 상환에 나서고 있다. 기준금리가 앞으로 더 오르게 되면 대출금리도 덩달아 오를 가능성이 높은 만큼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신용대출을 중심으로 불필요한 대출을 선제적으로 줄이려는 모습으로 풀이된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26일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신용대출 잔액은 129조 1848억 원이다. 6월 말 기준 5대 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130조 6789억 원으로 약 한 달 만에 1조 4941억 원 줄었다. 올해 들어 1월(2조 5151억 원)과 3월(2조 4579억 원) 이후 가장 큰 감소 폭으로 이달 말이 되면 감소액은 더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이다.



주택담보대출도 줄기는 하지만 신용대출 감소 폭이 더 크다. 같은 기간 5대 은행의 주담대 잔액은 506조 7714억 원에서 506조 3631억 원으로 4083억 원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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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에서는 최근 대출금리가 빠르게 오르면서 주담대보다 금리가 높은 신용대출부터 상환하려는 차주들이 늘어났다고 설명한다. 이날 일부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금리는 지표 금리에 따라 상단이 6%를 훌쩍 넘어섰다. 이날 금융채 12개월 기준 국민은행의 신용대출 금리는 5.29~6.29%로 5대 은행의 주담대 고정형(혼합형) 상단 금리인 6.028%보다 높다. 5대 은행의 금융채 6개월물 기준 신용대출 금리는 4.344~5.71%다.

지표 금리인 금융채 AAA 등급 6·12개월물의 금리 움직임도 차주들의 불안감을 키우는 요인이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13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한 뒤 14일 3.020%였던 6개월물 금리는 전날 3.055%까지 올랐다. 한 시중은행 여신 담당자는 “대출금리가 계속 오르다 보니 여유가 생기면 있는 대출부터 갚자는 분위기”라면서 “주로 주식 투자용으로 신용대출을 받는 고객이 많았지만 최근 주식시장 분위기가 좋지 않아 투자 수요가 줄고 정기 예적금 등 안전자산에 몰리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여기에 이달부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강화한 것도 신용대출 감소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그간 총대출액 2억 원을 초과하는 차주에게 은행권은 40%, 제2금융권은 50%로 DSR 규제가 적용됐지만 이달부터는 총대출액 1억 원 초과로 강화됐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출이 여러 개 있다면 주담대 대출 한도도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에 예전처럼 투자용이나 예비용으로 신용대출을 이용하기 어렵게 됐다”고 했다.

올해 들어 가계대출 총량 규제가 사실상 사라지면서 신용대출 문턱을 앞다퉈 낮췄던 은행들의 노력도 무색하게 됐다. 금융 당국의 ‘신용대출 연 소득 이내 취급 제한 규정’ 행정지도가 지난달 말로 종료되면서 이달부터 DSR 기준을 충족한 차주라면 은행에서 연봉 이상의 신용대출을 받을 수 있다.


윤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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