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외교·안보

한미에 윽박지른 北, 친중노선은 강화…“피로써 맺어져 계승발전”

김정은 위원장 "고귀한 피를 흘린 中 열사에 경의"

전날 한미에 '전멸', '응징' 등 언급한 것과 대조적

한반도 둘러싸고 한미일 VS 북중러 구도 뚜렷해질 듯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정전협정 체결 69주년을 맞아 지난 28일 북중 우의탑에 헌화하며 양국 친선관계를 강조했다./연합뉴스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정전협정 체결 69주년을 맞아 지난 28일 북중 우의탑에 헌화하며 양국 친선관계를 강조했다./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한미에 강한 어조로 적대적인 메시지를 보낸 뒤 중국과는 친선관계를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피로써 맺어지고 더욱 굳건해진 조중친선은 대를 이어 계승 발전될 것”이라고 우의를 다졌다. 대외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한반도 정세가 ‘한미일 VS 북중러’의 대립구도가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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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9일 “김정은 동지께서 28일 북중 우의탑을 찾으셨다”면서 “제국주의 침략을 물리치며 고귀한 피를 아낌없이 흘린 중국인민지원군 열사들에게 숭고한 경의를 표했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조국해방전쟁에서 중국인민지원군 장병들의 빛나는 전투적 위훈과 공적은 불멸할 것”이라며 “피로써 맺어지고 역사의 온갖 격난 속에서 더욱 굳건해진 조중 친선은 사회주의 위업의 줄기찬 전진과 더불어 대를 이어 계승 발전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김 위원장은 조용원·박정천·리병철 당 정치국 상무위원 등을 대동한 뒤 우의탑에 자신의 명의로 헌화도 진행했다. 화환에는 ‘중국인민지원군 열사들은 영생할 것이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김 위원장이 정전협정 체결일인 ‘전승절’에 우의탑을 참배한 것은 이번이 세 번째이다. 김 위원장은 앞서 지난 2019년 6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 당시에 처음으로 참배·헌화했고 작년과 올해 연이어 이곳을 찾았다.

김 위원장은 전날에는 한미를 향해 거침없는 발언을 쏟아냈다. 전승절 기념행사 연설을 통해 “남조선 정권과 군부 깡패들이 군사적으로 우리와 맞서볼 궁리를 한다면 천만에”라며 “그러한 위험한 시도는 즉시 강력한 힘에 의해 응징될 것이며 윤석열 정권과 그의 군대는 전멸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김 위원장이 윤석열 대통령의 이름을 거론하며 강도 높은 비난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위원장은 또 미국을 향해서 “그 어떤 군사적 충돌에도 대처할 철저한 준비가 돼 있다”며 “미국이 우리 국가의 영상을 계속 훼손시키고 우리의 안전과 근본이익을 계속 침해하려 든다면 반드시 더 큰 불안과 위기를 감수해야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 위원장이 한미와 중국에 대해 대조적 외교 행보를 보임에 따라 앞으로 ‘한미일 대 북중러’의 대립구도는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일은 북핵 위협 등에 대비하기 위해 최근 협력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미국 역시 북핵과 미사일 등을 대비해 한반도 내 전략자산 배치 등을 우리 정부와 논의 중이다. 북한은 이와 반대로 올 초 중국과 열차 운행을 재개하는 등 물적 교류를 코로나19 이전 상황으로 회복하도록 준비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다만, 지난 4월 이후 북한 내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으로 인해 열차운행 등은 다시 중단됐다. 또 러시아와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옹호하는가 하면 러시아가 점령한 친러 도네츠크공화국의 독립을 인정하며 ‘친러노선’을 확실히 했다. 한 대외 전문가는 “북한은 한미와 강한 대립각을 세우는 만큼 친중, 친러 노선을 확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세계적으로 ‘신냉전 구도’가 거세지는 가운데 한반도를 둘러싼 한미일 대 북중러의 정세는 더욱 확고해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강동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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