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中, 홍콩 통해 인재 흡수 주급 7만弗 제안도…이스라엘은 글로벌 400개기업 R&D센터 품어

■팍스테크니카, 인재에 달렸다 < 2 > '한국판 만인계획' 세워라-주요국 첨단인재 유치 살펴보니

中, 정착비에 교육·의료 혜택까지

막강한 자금력 앞세워 인재들 유인

美·싱가포르 경쟁 통해 S급 양성

韓도 철밥통 테뉴어 문화 벗어나야






“중국은 정부 소속의 많은 헤드헌터사들을 통해 글로벌 인재를 흡수하고 있습니다. 중국 시스템에 편입된 홍콩에서 지난 몇 년간 영국·캐나다·싱가포르로 인재가 많이 빠져 나갔으나 오히려 요즘은 중국이 홍콩을 통해 인재를 빨아들이고 있어요.”

조남준 난양공대 재료공학과 석좌교수는 31일 화상 통화에서 지난해 중국의 한 헤드헌터사로부터 받은 e메일과 전화 통화 내용을 전하며 “중국은 천인계획·만인계획 등을 통해 여전히 글로벌 인재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라며 “저도 지난해 연간 3개월 이상 장쑤성의 대학들을 돌며 일하는 조건으로 주당 7만 달러 지급을 제안받았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이어 “미국은 전 세계 인재가 몰려들고, 싱가포르도 아시아의 인재 허브 중 하나이며 이스라엘은 처음부터 글로벌 인재를 양성한다”고 전했다.

서울경제가 중국 헤드헌터사가 해외 교수들에게 보낸 e메일을 확인하니 중국 외국인 인재계획(China Foreign Talents Plan)에 주니어·시니어·은퇴자가 지원하면 매년 11월에 평가하는데 주급은 2500~7만 달러이나 개별 협상을 한다고 돼 있다. 또한 정착비 14만 달러(파트타임은 7만 달러), 다양한 연구 프로젝트에 14만~70만 달러의 연구비 신청, 국가석학(National Distinguished Expert) 타이틀 부여, 국가 핵심 연구개발(R&D) 프로그램(NSFC) 등의 우선 지원, 가족에 대한 의료·교육·주거 혜택 지원이 명시돼 있다. 그러면서 이 프로그램을 통해 지원받은 해외 연구자 중 유럽·미국 대학 교수 7명의 이름과 활동 대학도 나와 있다.

조남준 싱가포르 난양공대 석좌교수조남준 싱가포르 난양공대 석좌교수




조 교수는 “중국 정부는 칭화대에 연 6조 원대, 베이징대에는 약 4조 5000억 원 등 36개 클래스A 대학에 어마어마한 지원을 한다”며 “중국 대학의 성장 속도를 보면 무서울 정도”라고 고백했다. 서울대가 올해 예산이 1조 3387억 원, KAIST가 1조 1105억 원인 현실에 비해 중국 대학의 투자가 엄청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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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통인 그는 지난해 조지아·텍사스·플로리다 3개 주에서부터 대학 이사회에 학교 발전에 기여하지 않는 테뉴어(대학에서 필요한 경우 종신 보장) 교수들을 해고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고 소개했다. 실례로 미국은 우수 교수조차 국립과학재단(NSF)에 연 10개의 제안서를 내면 1개가량 채택될 정도로 경쟁이 치열한데 경쟁을 더욱 촉발하겠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조지아주의 19개 대학에서 테뉴어를 받은 교수 5800여 명 중 일부가 “학문의 자유가 위협받을 것”이라며 시위를 하기도 했다. 그는 이어 “싱가포르도 영어를 공용어로 쓰고 글로벌 인재에게는 과감하게 지원하되 피 튀기는 경쟁을 유도한다”며 “이스라엘은 400여 개 글로벌 기업 R&D센터를 유치하는 등 처음부터 글로벌 인재 양성에 초점을 맞춘다”고 전했다.

중국 정부의 헤드헌터사가 해외 우수 교수들에게 보낸 China Foreign Talents Plan 내용 중 일부.중국 정부의 헤드헌터사가 해외 우수 교수들에게 보낸 China Foreign Talents Plan 내용 중 일부.


이와 관련, 이광형 KAIST 총장은 “30여 년 전 난양공대가 KAIST를 벤치마킹했는데 지금은 역전됐다”며 “국내 산학연이 글로벌화와 다양성을 적극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난양공대는 4월 영국의 세계 대학 평가 기관인 QS의 ‘세계 대학 전공별 순위’ 공대 평가에서 세계 4위로 부상했지만 KAIST와 서울대는 각각 20위, 34위로 하락했다. 인공지능(AI), 바이오, 반도체, 양자, 우주항공 등의 국가 전략기술 인재 양성에 빨간불이 켜진 것이다. 수브라 수레시 난양공대 총장은 최근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교육 혁신에 나서며 글로벌 인재를 대거 유치해 치열하게 경쟁하는 시스템을 구축한다”며 “해외 박사후연구원(포닥) 유치, 국제 공동연구, 산학협력에 역점을 둔다”고 설명했다.

조 교수는 “한국이 많이 발전하고 해외에서 이미지도 좋지만 아직 글로벌화가 안돼 외국인이 일하기는 힘든 문화·생태계”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다양성을 인정하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며 “한국 정부가 포닥을 해외에 보내는 프로젝트를 하는데, 오히려 해외 포닥을 한국에 흡수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정호 KAIST·삼성전자 산학협력센터장은 “한국 대학은 철밥통 테뉴어(65세 정년 보장) 문화에서 벗어나 경쟁을 촉진하되 성과가 뛰어난 연구자는 70세까지도 연구할 수 있게 해야 한다”며 “기업은 수직적, 인맥 중심 연구 문화에서 벗어나야 하고 공공 연구원은 자율성을 갖고 움직여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고광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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