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 욕하는 플랫폼’ 제안을 놓고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유력 당권 주자인 이재명 의원의 이런 제안에 대해 경쟁 주자인 박용진 의원이 “의원의 소신을 숫자로 겁박하는 방식”이라며 강하게 비판하면서다. 당 대표 후보로 나선 강훈식 의원도 “온라인 인민재판의 우려가 있다”고 지적하자 이 의원 측은 “발언의 일부만을 가지고 취지를 왜곡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논란의 발단은 이 의원이 지난달 30일 경북 안동에서 열린 토크콘서트에서 “온라인 플랫폼을 만들어 욕하고 싶은 의원을 비난할 수 있게 하고 가장 많은 비난을 받은 의원과 항의 문자를 많이 받은 의원을 공개하자”고 한 발언이었다. 이 의원은 “당원들이 의사를 표현할 통로가 없으니 국회의원 개인 전화번호로 문자를 보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성 지지층으로부터 문자 폭탄 등을 경험한 박 의원과 조응천 의원 등이 곧바로 반박했다.
박 의원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자신과 반대 의견을 내놓는 소신을 숫자로 겁박하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정치적 자유는 민주당다운 민주당의 근본 정신”이라며 “의원들을 겁박하고 악성 팬덤으로 의원들을 향해 내부 총질로 낙인찍는 당 대표가 나오면 민주당은 ‘이재명의 민주당’으로 달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진정한 명의라면 환자한테 ‘하시던 대로 하세요’ 이렇게 얘기하는 게 아니라 ‘식이요법, 약 처방도 하고 운동도 하라’고 잔소리해야 한다”고 직격했다. 조 의원 역시 지난달 31일 페이스북에서 “강성 당원의 생각과 다른 발언을 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후보군에 속하는 저로서는 영업 사원 실적 막대그래프를 쳐다보는 것 같아 쫄리지 않을 수 없다”며 “진정 이게 ‘새로운’ 민주당, ‘이기는’ 민주당을 만드는 길이라 생각하느냐”고 반문했다.
박 의원에 비해 이 의원의 비판에 신중한 모습을 보였던 강 의원도 비판에 나섰다. 그는 “온라인 인민재판과 같이 흐를 우려가 있다”면서 “이 후보가 국회의원과 당원, 지지자 간의 차이를 좁히는 방법으로 민주주의 강화를 주장했지만 비난과 항의 숫자를 줄 세우는 것은 민주주의 강화가 아닌 퇴행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 측은 즉각 해명에 나섰다. 이 의원 측 관계자는 “‘당원과 국민의 자유로운 의사 표현과 의사 결정 직접 참여를 위한 온라인 소통 플랫폼’을 제안한 것”이라며 “‘의원 욕할 플랫폼’이라고 하는 것은 발언의 일부만을 가지고 취지를 왜곡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민주당은 한편 이날 홈페이지에 ‘당원 청원 시스템’을 개설했다. 민주당은 청원 글 게시 후 30일간 권리당원 5만 명 이상의 동의를 받은 청원에 대해 답변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