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투자의 창] 경기침체가 명확해지면 투자의 길이 드러난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





2022년 상반기에는 글로벌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이 패닉에 빠진 침체 환경을 통과했지만 실물경제를 평가하는 거시 지표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확장 신호를 그대로 보내오고 있었다. 위험자산의 가격 하락은 글로벌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기조 전환에서 비롯된 측면이 컸다. 자산시장에서는 유동성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며 자산시장의 가격 조정이 일어났다. 이와 동시에 위험자산을 기피하는 과정에서 가격 하락이 또 다른 매도의 신호로 확대 해석되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여전히 인플레이션 위험은 제거되지 않았고 당분간 긴축적 통화정책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상반기와 비교해 정책 당국자들이나 시장 참여자들이 경기 침체를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됐다는 것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왜냐하면 경기 침체의 구체적 모습이 드러나야 해당되는 문제를 수습하기 위한 방식과 경제주체의 행동에 변화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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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 리스크를 단기간에 제거할 수는 없을 것이다. 지난달 9%를 넘어선 미국 소비자물가지수는 하반기에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물가 상승 속도가 더뎌지는 것일 뿐 여전히 높은 물가 수준은 유지될 것이고 이는 경제주체의 수요 활동에 분명한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다. 다행히 미국 고용 시장이 안정돼 있어 소비에 대한 제약이 크지 않을 것처럼 보이지만 가계 소득 증가가 물가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은 실질 소비를 감소시켜 경기 침체 우려를 크게 만들 것이다. 특히 연말 소비 특수가 지나고 2023년 상반기의 소비절벽 구간에 진입하게 되면 거시 모멘텀 악화가 더 크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 각국 정부는 일자리를 보호해야만 한다. 팬데믹을 극복하기 위해 투입된 재정을 회수하기 위해서는 납세자의 소득을 보호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일자리를 보호하게 되면 물가를 안정시키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된다. 우리는 여기에서 투자 힌트를 얻어야 한다.

결국 글로벌 인플레이션 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공급을 확대하는 것이 가장 확실하다. 그렇다면 공급 확대를 막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팬데믹 상황을 포함해 다양한 생산·유통 활동의 제약 요인들의 제거가 시급하다. 코로나19 감염 재확산의 공포가 다시 커지고 있지만 질병에 대한 통제 능력을 방역 당국이 확보하고 있다면 더 이상 전염병 문제가 경제활동을 막아서는 안된다.

기업이 경기 침체로 생산 활동 강화를 위한 투자를 경계하고 있다면 투자에 대한 혜택을 부여함으로써 위험 자본에 대한 적절한 보상을 주는 것을 정책 당국에서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팬데믹 기간 동안 시장경제에 공급된 유동성이 경제 시스템 안의 숨겨진 가치를 찾아왔다면 지금부터는 성장을 방해하는 규제를 찾고 이를 제거하는 노력을 해야만 모험 자본의 성과를 이끌어 낼 수 있다. 경기 침체라는 불편한 투자 환경은 리스크가 곳곳에 숨어 있다는 것이고 숨겨진 리스크 옆에는 또 다른 투자 기회가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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