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밥상에 김치 사라지나…경험 못한 고물가에 가계 비명

7월 물가 6.3% 급등…외환위기 이후 최고치

전기·가스 등 공공서비스 요금·채소류 가격 치솟아

정부, 국제유가 하락 등 물가 상승세 완화 기대하지만

10월 전기·가스요금 인상, 유럽 폭염 등 유가 불안 여전

지난달 20일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지난달 20일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7월 소비자물가가 전년 동월 대비 6.3% 급등했다. 전기·가스 등 공공요금이 16%나 뛰었고 무더위와 잦은 강우로 농산물 가격도 물가를 밀어 올렸다. 정부는 국제 유가와 곡물가가 안정되고 있다며 9~10월 물가 정점을 예상하지만 전문가들은 여전히 불확실성이 커 예단하기 이르다고 지적한다.



2일 통계청이 발표한 7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7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6.3% 올랐다. 외환위기였던 1998년 11월(6.8%) 이후 최고치이자 지난달(6.0%)에 이어 두 달 연속 6%대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4.5%를 기록해 2009년 3월(4.5%) 이후 최대치를 찍었다. 외식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8.4% 뛰며 1992년 10월(8.8%) 이후 최고치로 치솟았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6월과 비교해) 전기·가스·수도 요금과 채소류 등 농축수산물 가격 오름세가 확대됐다”고 말했다. 실제 7월 전기·가스·수도 요금은 전년 동월 대비 15.7% 올랐다. 2010년 1월 관련 통계 집계가 시작된 이래 최대 상승 폭이다.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코로나19 유행에 따른 가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한시 감면했던 상수도 요금이 다시 오른 영향까지 더해졌다.




채소류 오름세는 예사롭지 않다. 채소류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25.9% 뛰었다. 유류비와 비료비 등 생산비가 계속 올랐는데 지난달에는 비가 자주 내린 날씨 요인까지 덮쳤다. 특히 올해 정부가 수급 상황을 집중 관리하는 13개 추석 성수품에 포함되는 채소류 가격이 크게 올랐다. 배추 가격은 72.7%, 무와 감자는 각각 53.0%, 41.4% 상승했다. 축산물 가격 상승 폭은 다소 둔화했지만 돼지고기(9.9%), 소고기(24.7%, 수입 기준), 닭고기(19%) 오름세는 여전히 가파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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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정부는 물가를 밀어 올렸던 대외 여건이 다소 나아져 물가 상승세가 차츰 잦아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국제 유가가 하락했고 여기에 유류세 인하 효과까지 더해져 석유류 물가 상승 압력이 둔화하는 모습”이라며 “최근 원자재와 곡물 가격도 전반적으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올 들어 0.6~0.7%를 오갔던 전월 대비 물가 상승률은 7월 0.5%로 소폭 내려왔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도 전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기재부 업무 보고에서 “(물가 상승률이) 9~10월이 정점이 되지 않을까 예측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물가 여건이 연말까지도 녹록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먼저 전기 및 가스 요금이 공히 10월 오른다. 천소라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전기와 가스 요금은 그동안 오르지 않았던 터라 한 번 오를 때마다 충격이 더 크다”며 “다른 공공 서비스 요금까지 자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100달러 아래로 내려온 국제 유가도 추세적인 흐름인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유럽을 덮친 폭염과 러시아의 에너지 무기화 등 유가를 자극할 요인은 여전히 많다”고 밝혔다.

농산물 물가 변동도 확대되고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보통 농산물 가격은 무더위와 잦은 강우로 여름철 변동이 크지만 일시적인 요인으로 분류됐다. 하지만 최근 이상기후로 우리나라의 기상 여건이 바뀌며 농산물 작황 불안이 구조적으로 자리 잡을 조짐이 보인다는 것이다. 천 연구위원은 “이상기후로 작황 여건이 변하며 생긴 가격 불안이라 정부가 통제하고 관리하기도 쉽지 않다”고 꼬집었다.

한국은행도 이날 이환석 부총재보 주재로 ‘물가상황점검회의’를 열고 “소비자물가는 당분간 6%를 상회하는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며 “향후 물가 경로상에는 우크라이나 사태 전개 양상, 유가 등 국제 원자재 가격 추이, 태풍·폭염 등 여름철 기상 여건 등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기재부는 이달 추석 민생 안정 대책 등 생활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한 추가 대책을 내놓는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날 농산물 수급 불안에 대비하기 위해 배추와 무·감자 비축 물량을 적기에 방출하고 추석 성수기에 농축산물 할인 쿠폰 집행을 대폭 확대해 가계 부담을 덜겠다고 발표했다.


세종=곽윤아 기자·조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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