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학연령 하향’을 골자로 한 학제개편안에 대해 학부모와 교육계 반발이 급속도로 확산하자 박순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일 직접 학부모 단체와 간담회를 열어 의견 수렴에 나섰다. 간담회에서 교육부를 향한 학부모 단체들의 질타가 쏟아지자 박 부총리는 "국민들이 정말 원하는 정책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폐기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며 한 발 물러섰다. 향후 다양한 의견 수렴을 이어가겠다고는 밝혔지만 정부가 만 5세 입학 정책을 사실상 철회하는 수순으로 들어간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교육부는 이날 오후 4시30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취학연령 하향 관련 학부모 단체 간담회를 개최했다. 박 부총리가 전날 언론 인터뷰와 일정에 없던 약식 문답(도어 스테핑)을 진행한 데 이어 곧바로 의견수렴에 들어가는 등 반발 여론 진화에 나선 것이다.
이날 간담회에는 사교육없는세상,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참교육학부모회), 전국학부모단체연합, 학교를사랑하는학부모모임, 평등교육실현을위한전국학부모회 등 학부모 단체들이 참석했다.
학부모 단체들은 간담회 내내 학제개편안을 비판하며 박 부총리를 질타했다. 정지현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공동대표는 “작년에 출산을하고 올해도 출산을 앞두고 있는 학부모로 이 정책이 실행된다면 두 아이를 모두 조기입학 시켜야 한다”며 “영유아 발달 단계에 맞지 않는 이 정책을 강행한다고 했을 때 내가 왜 이 시대에 아이를 낳고자 했을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고 눈물로 호소했다. 이어 “어떠한 보완대책을 내놔도 피해는 고스란히 아이들이 받게 될 것이며 어떤 방식으로도 학부모 부담을 덜어줄 수 없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송성남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서울지부장은 “배변 훈련도 제대로 되지 않는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되는 것"이라며 “왜 갑자기 만 5세를 조기 입학시키는 것을 생각했는지 모든 학부모들이 의아해하고 찬성하는 사람도 없다”고 비판했다.
질타에 이어 정책을 원점으로 돌려놓을 수 있느냐는 질문이 거듭되자 박 부총리는 “국민이 원하지 않는 정책이라면 폐기될 수 있다”며 결국 한 걸음 물러섰다. 박 부총리는 “학제 개편은 (하나의) 수단”이라며 “어떻게 하면 우리 아이들이 공교육 속에서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할까 하는 논의를 하다가 그 대안 중 하나로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안은 바뀔 수 있다"며 “허심탄회하게 무슨 말씀이든 주신다면 반영할 준비가 돼 있다. 마음의 문을 너무 닫지 마시고 열어달라”고 말했다. 아울러 "오늘 주신 말씀을 바탕으로 정책 추진 과정에서 조금 더 사려깊게 학부모와 학생, 전문가 의견을 수렴하고 정책 시행주체인 시·도교육청하고도 긴밀하게 협의하겠다"고 덧붙였다.
박 부총리는 이날 모두 발언에서 “학부모님들의 우려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미 선진국 수준의 시설과 기자재를 가지고 있는 초등학교를 활용하여, 우리 아이들에게 교육과 돌봄을 통합하는 방식으로 아이들의 안전한 성장을 도모하고 부모 부담을 경감시키자는 것도 하나의 목표였다"며 “(초등 입학 연령 하향은)어디까지나 이러한 목표 달성을 위한 하나의 수단에 불과한 것으로 사회적 논의의 시작 단계였으며, 앞으로 지속적인 사회적 논의와 공론화를 거쳐 구체적 추진방향을 결정해 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