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가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이 무사히 대만에 도착했지만 지정학적 긴장 우려가 지속하고 연방준비은행 인사들의 매파적 발언이 이어지면서 하락했습니다. 나스닥이 0.16% 내린 것을 비롯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각각 0.67%, 1.23% 떨어졌는데요.
지역 연은 총재들은 큰 틀에서 인플레이션을 잡을 때까지 기준금리는 계속 오를 것이며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밝혔습니다. 미 경제 방송 CNBC는 “금리인상을 중단하거나 내릴 것이라는 생각에 찬물을 끼얹었다”고 봤는데요. 다만, 일부는 인상속도는 줄어들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결국 이 모든 키는 인플레이션이 쥐고 있는데요.
종목별로는 우버가 대규모의 순손실에도 매출이 시장 예상을 웃돌면서 18.90% 폭등했고 실망스러운 실적을 내놓은 캐터필러가 5.82% 빠졌습니다. 오늘은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 관련 내용과 연은 총재들의 발언, 시장 전망을 전해드리겠습니다.
“中, 대만 포위 군사훈련. 긴장 몇 주 갈 수도”…“경제적 핵심고리는 TSMC. 갈등 장기화 시 인플레·공급망 문제”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선임고문은 이날 미 경제 방송 CNBC에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이 생각보다 시장의 불안을 덜 일으켰다”고 평가했는데요.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을 앞두고 이날 오전 한때 연 2.52% 선까지 급락했던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는 다시 상승해 2.76%대까지 뛰었습니다.
펠로시 의장은 별다른 방해 없이 대만에 도착했고 중국 정부는 그가 대만을 떠난 이후인 4일 12시부터 7일 12시까지 대만을 포위하는 형태로 중요 군사훈련과 실탄사격을 실시하겠다고 밝혔죠. 대만을 둘러싸는 형태가 위협적이긴 하지만 미국과의 직접 충돌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줄어드는 건데요. 앤드류 메르타 존스홉킨스대의 중국 글로벌 리서치 센터의 디렉터는 “(이런 무력시위는) 그저 중국이 해야만 하는 어떤 것”이라고 봤습니다.
문제는 중국의 행동이 이 정도에서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인데요. 이날 블룸버그는 △中 대형 군용기의 지속적 위협비행 △중국 전투기 대만영공 침범 △대만 인근에 미사일 발사 △대만에 대중 수출제한·여행금지 △외교적 항의 △가능성 낮지만 일부 도서 점령 등 6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습니다. GAMA 자산운용의 라지브 데 멜로 글로벌 거시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중국은 보복조치를 함으로써 불쾌감을 드러내겠지만 중국의 경제가 약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통제불능 상태까지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는데요.
하지만 사태가 은근히 오래 지속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미중 갈등 확산이 글로벌 공급망과 수요, 인플레이션에도 영향을 줄 수 있지요. 중국 정부가 일부 수출과 수입을 제한한다면 더 그런데요. 크리스틴 비털리 씨티 글로벌 웰스 매니지먼트 북미 투자 헤드는 “지금 증시는 어닝이 핵심이다. 겁에 질렸던 것보다 낫기 때문”이라면서도 “대만 문제가 가져올 지정학적 리스크에 인플레 압력이 커지고 공급망 문제가 생길지를 봐야 한다”고 전했습니다.
월가에서는 “지정학 리스크는 오래가지 않으며 이번에도 그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하는데요. 모나 모나한 에드워드 존스의 선임 투자전략가는 “나는 펠로시의 방문이 어떠한 실질적 경제붕괴도 일으키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며 “물론 중국 측 수사가 강해지고 있고 앞으로의 진행상황을 보긴 해야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불장난 하다가 다 타죽는다고 강하게 얘기했고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이 1997년 이후 가장 최고위급의 방문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그동안의 대만 관련 대응보다는 어느 정도 수위가 높아야 함은 명확합니다.
하다 더 볼 것은 TSMC입니다. 자유민주주의 수호와 대만의 지정학적 중요성 외에도 대만은 TSMC라는 글로벌 경제에 핵심적인 기업을 갖고 있지요. TSMC는 애플과 퀄컴에 최첨단 반도체를 납품하고 있습니다. 전세계 파운드리(위탁제조) 시장 점유율이 50%가 넘는데요. ‘칩4 동맹’에 대만이 끼는 이유죠.
대만 해협의 긴장 고조가 반도체를 비롯해 모든 산업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마크 류 TSMC 회장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면 글로벌 공급망에 의존하는 TSMC가 가동될 수 없다. 모두가 패자가 될 것”이라고 했는데요. 반대로 중국 입장에서는 TSMC만 손에 넣으면 미국과의 기술 대결, 반도체 전쟁에서 단숨에 동등한 위치에 설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대만 문제는 중국의 대응을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을 듯한데요. 이날은 시장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향후 전개과정이 중요합니다. 어제 ‘3분 월스트리트’에서 전해드렸듯 미중 갈등이 우크라이나 전쟁 같은 다른 요소로 불똥이 튈 수 있기도 하지요. 중장기 영향도 따져봐야 하죠. BMO 캐피털 마켓은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은 미중 관계 악화를 가속화할 것이며 몇 주나 그 이상의 기간에 걸쳐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델리 “인플레 해결 근처에도 못 와”…에반스 “경기둔화 고려 9월 0.5%p 합리적이나 0.75%p도 오케이”→해석: 7월 FOMC에 대한 시장해석 과한 측면 있다
이날은 주요 연은 인사들의 발언들이 있었습니다. 우선 메리 델리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는 인플레에 관해 “모든 것을 되돌리고 우리의 일이 끝났다고 말하는 것은 정말로 시기상조(premature)”라며 “연준은 데이터로 물가 문제가 실제로 해결됐는지를 봐야만 한다”고 했는데요. 그러면서 “많은 이들이 6개월 전에 쉽게 지불했던 것을 이번 주에는 감당하기가 어렵다”며 “이는 우리의 일이 끝나려면 멀었다는 것을 뜻한다. 근처에도 못 왔다(nowhere near)”고 덧붙였습니다.
델리 총재는 구체적인 수치나 향후 금리전망을 제시하지는 않았는데요. 그럼에도 인플레이션 때문에 금리인상을 계속해야 하며 정책전환을 얘기하는 건 섣부르다는 생각을 뚜렷이 밝혔습니다. 특히 시장이 9월에 0.5%포인트, 연말까지 추가로 0.5%p를 올린 뒤 내년 여름쯤에는 금리를 낮출 것이라고 보고 있다는 말에는 “의아하다. 어디서 그런 데이터를 얻었는지 모르겠다”며 “금리를 빨리 올렸다가 내리는 것은 극히 어렵다”고 했는데요.
찰스 에반스 시카고 연은 총재는 추가 금리인상을 주장했지만 그 폭은 낮아지기를 원했는데요. 좀더 구체적이었습니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진정될 때까지 브레이크를 밟을 것”이라며 “9월에 0.5%p가 합리적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있다고 보지만 0.75%p도 좋을 것”이라고 했는데요. 인플레 수치에 따라 0.75%p를 지지할 수 있다는 거죠.
다만, 에반스 총재는 경기침체 부분을 주시하고 있다고 했지요. 그는 9월에 0.5%p 또는 0.75%p 이후에 11월과 12월에는 0.25%p 인상을 원했습니다. 인상 속도 조절인데요.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에반스 총재는 경기둔화를 고려한 금리인상 설정이 필요하다고 봤다”며 “올해 남은 기간 동안 인상규모를 축소할 수 있다”고 해석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다가 아닙니다. 에반스 총재는 내년에도 0.25%p씩 2~3차례 금리를 더 올리는 것을 선호한다고 했지요. 인플레가 지속하면 더 오랜기간 동안 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고도 했습니다.
그의 말대로 연말까지 1%p의 기준금리 인상이 되면 기준금리는 3.25~3.5%가 됩니다. 여기에서 내년 초에 0.25%p씩 두번 하면 0.5%p, 세번이면 0.75%p니까, 내년에 3.75~4.00%, 4.00~4.25% 수준으로 금리가 오를 수 있습니다. 마켓워치는 “많은 이코노미스트들은 연준이 금리를 4% 이상으로 올려야 한다면 경기침체가 발생할 것 같다고 본다”고 전했습니다.
염두에 둘 것은 델리 총재와 에반스 모두 비둘기파라는 점입니다. 어제 강한 모습을 보인 닐 카쉬카리도 비둘기로 분류되는 인물인데요. 이를 고려하면 7월 FOMC는 월가 해석보다는 다소 매파적이었으며 ‘3분 월스트리트’에서 전해드렸던 대로 시장이 듣고 싶은 것만 들었다고 볼 부분이 있는데요.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도 “인플레이션 수치가 낮아지는 것을 보지 못했기 때문에 할 일이 더 많다. 인플레가 빨리 내려오지 않고 있다”며 “물가가 떨어지고 있다는 몇 개월(several months)의 증거가 나타나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즉, 연준 인사들은 △현시점에서 정책전환은 시기상조 △인플레가 확실히 낮아진다는 수치가 나올 때까지 금리인상 지속 △인상속도는 경기둔화 고려해 낮아질 수 있음. 단, 0.5%p나 0.25%p도 계속해서 상승하는 것 등을 생각하고 있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이날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가 보는 9월 0.75%p 인상확률은 39.5%로 하루 새 10%p 이상 높아졌습니다.
“고용시장 빠른 둔화에도 구인 여전히 1000만 건”…“3개월·10년물 국채금리 잠시 역전”
이쯤에서 7월 연방공개시장(FOMC) 이후 시장 상황과 짚어볼 부분을 정리하면 아래 5가지입니다.
① 핵심은 인플레가 얼마나 떨어지느냐, 경기침체가 온다면 얼마나 깊을 것이냐
② 에너지와 농산물 가격이 떨어져도 임금과 렌트비에 인플레 끈적끈적할 수 있어. 인플레 해결 전까지 경제가 버티느냐가 관건
③ 연준은 인상속도를 조절할 수 있으나 이는 인플레 수치에 달려. 지금이 중립금리 근처라는 데는 논쟁
④ 연준의 피봇은 경기둔화와 관련돼 있으며 금리인하가 반드시 좋은 의미 아닐 수 있음(침체 가능성)
⑤ 침체가 얕을 것이라는 예측과 깊고 오래갈 수 있다는 우려 공존
이들 내용을 염두에 두고 있으면 전체적인 거시 동향과 시장의 기저 흐름을 파악하는데 도움이 될 텐데요. 이날 나온 6월 구인구직 자료는 고용시장이 둔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견고한 측면이 있음을 보여줬습니다. 노동부에 따르면 6월 기업들의 구인 건수가 1070만 건으로 전월 대비 60만5000건(5.4%) 감소했습니다. 지난해 9월 이후 가장 낮은데요. 시장 전망치(1114만 건)도 하회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1000만 건이 넘는 데다 고용 건수(637만 건)를 400만 건 이상 웃돕니다. 여전히 일자리가 상당히 남는다는 말이죠. 숫자만 보면 추가적인 둔화가 필요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억만장자 투자자 빌 애크먼은 “경제는 아직까지 강하다. 완전고용 수준에 임금이 오르고 있다”며 “경제의 가장 큰 문제는 인플레이션이며 지난 6월에 연준이 0.75%p의 금리인상을 한 뒤에도 금융시장은 상당히 완화했다”고 우려했는데요. 그는 연준이 지금의 인플레를 죽이기 위해서는 금리를 4% 이상으로 올려야 한다고도 했습니다.
추가로 금리인상 둔화가 시장에 궁극적으로 좋을지는 미지수인데요. 연착륙이나 얕은 침체를 가정한다면 모르겠지만 상황이 그렇지 않을 경우가 문제입니다. 모건스탠리의 마이클 윌슨은 “연준이 피봇을 할 때는 시장에 안 좋은 일이 생기는 것”이라며 “그것이 우리의 핵심 뷰”라고 설명했는데요.
대표적 강세론자인 펀드스트랫의 톰 리는 이날도 “하반기에 랠리가 온다”고 강조했습니다. 전날 오펜하이머는 S&P500이 연말까지 12% 상승할 수 있다고 했죠.
그러나 리스크가 정말 많습니다. 키스 러너 트루이스트 어드바이저리 서비스 공동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지금은 공격적이 아니라 방어적으로 머물러 있어야 할 때”라고 조언했는데요.
트레이드 웹에 따르면 연준이 선호하는 3개월과 10년 물 국채금리 역전이 이날 오전에 잠깐이나마 발생했습니다.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에 따른 긴장고조 탓이지만 2020년 팬데믹 이후 처음이었죠. 크레디트 스위스의 졸탄 포자르는 “인플레를 낮추기 위해서는 L자형 침체가 필요하다”고 하기도 했습니다.
여전히 상황 판단은 어렵고 대만 문제를 포함해 변수가 늘어만 갑니다. 최소한 5일에 나올 고용보고서와 10일에 발표 예정인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봐야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미국 경제와 월가, 연준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을 제공하는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가 유튜브 채널을 통해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매주 화~토 오전6시55분 서울경제 ‘어썸머니’ 채널에서 생방송합니다. 방송 시간을 놓치신 분들은 생방송 뒤 기사에 첨부되는 동영상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3분 월스트리트’ 영상에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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