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로 여는 수요일]진정한 멋


- 박노해


사람은 자신만의

어떤 사치의 감각이 있어야 한다

자신이 정말로 좋아하는 것을 위해

나머지를 기꺼이 포기하는 것

제대로 된 사치는 최고의 절약이고

최고의 자기 절제니까

사람은 자신만의



어떤 멋을 간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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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할 데 없는 고유한 그 무엇을 위해

나머지를 과감히 비워내는 것

진정한 멋은 궁극의 자기 비움이고

인간 그 자신이 빛나는 것이니까





지탄받던 단어가 이렇게 멋스런 대접을 받을 수도 있구나. 분수를 모르는 사람의 씀씀이를 가리키던 말 아닌가? ‘사치의 감각’이라, 약육강식의 정글에서 카드 한 장 없이 살면서도 새들은 저마다 빛나는 깃털을 두르고 있지 않던가. 평소 장바구니에 넣어두고 망설이던 물건을 찾아 결제하기 버튼을 누르려니 놀란 검지가 말을 듣지 않는다. 한자어 사치(奢侈). 사(奢)는 물건을 많이(大) 모은다(者)는 뜻이고, 치(侈) 역시 물건을 많이(多) 모은 사람(人)을 뜻한다. 침 넘어가게 탐나지만 꼭 필요한 건 아니지 않은가. 시를 끝까지 읽어본다. 결국 진정한 사치는 자기가 빛나는 것이라는군. 털 빠진 장끼 주제에 쓸쓸히 장바구니를 비운다. 빛이 나는가? 빚을 내야 하는가?

-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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