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계륵' 유선전화 20년만에 반토막…1200만회선 붕괴

6월기준 시내전화 1190만회선 기록

2002년 역대 최대치의 절반 수준

인터넷전화 가입자도 지속 감소

유선망 '계륵'된 KT, 신사업 고심





국내 시내전화 가입자가 처음으로 1200만 회선 이하로 감소했다. 20년 전 2400만에 육박하던 가입자 수가 절반 수준이 된 것이다. 인터넷전화 가입자 역시 감소 추세로 돌아서 이동통신 의존도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시내전화 시장 점유율 80%를 차지하고 있는 KT에게는 유선망이 ‘계륵’이 되고 있다는 평가다.

3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 6월말 기준 국내 시내전화는 1190만3414회선을 기록했다. 4월 말 1200만9920회선에서 10만 이상이 줄어든 것이다. 국내 시내전화 회선은 지난 1988년 1000만, 1990년 1300만 돌파하며 급속 성장해 2002년 2349만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당시 국민 100인 당 유선전화 보급률은 49.4대에 달했다.



그러나 이동통신 보급으로 시내전화 가입자는 이후 꾸준히 감소했다. 10년 전인 2012년 말에는 1826만을 기록했고 급기야 이번에 1200만마저 무너졌다. 현 시점 국민 100인당 유선전화 보급률은 23.1대에 불과해 20년 전의 절반 이하가 됐다. 반면 이동통신 보급률은 100인 당 140대를 넘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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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업계는 초고속인터넷과 결합한 인터넷전화로 감소하는 시내전화 회선을 보전해왔지만 역부족이다. 2018년 12월 1151만이던 인터넷전화 회선은 올 6월 1107만으로 3.8% 줄었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홈인터넷과 인터넷TV(IPTV) 결합, 기존 시내전화의 인터넷전화 전환 등으로 이탈을 최소화하려 노력 중이지만 유선 전화 자체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가입자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스마트폰 데이터요금제가 2013년부터 음성 전화를 무료 제공하고 있는 점도 유선전화 입지를 좁힌 요인이다. ‘저렴한 통화’라는 장점이 사라진 것이다. 기업·소상공인 회선 감소도 영향을 끼쳤다. 업계 한 관계자는 “소상공인들이 시내전화 대신 인터넷전화를 사용하거나 인터넷·모바일 예약 플랫폼으로 전환하는 경우가 많다”며 “인터넷전화가 스팸전화에 주로 사용되며 070 국번에 부정적인 인식이 쌓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시내전화 회선 감소에 가장 부담이 큰 기업은 KT다. KT의 올 1분기 기준 시내전화 시장 점유율은 80.6%에 달한다. KT의 올 1분기 유선전화 매출은 2248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8% 줄었다. 10년 전인 2012년 1분기 8842억 원에서는 4분의 1토막이 났다. 매출과 이용자는 감소하고 있지만 유선망 특성상 인프라 유지비는 크게 줄어들지 않고 있다. KT는 공중전화 유지에 대한 부담도 안고 있다. 공중전화 사업을 담당하는 KT링커스의 지난해 매출은 799억 원, 영업손실은 18억 원이었다.

업계는 ‘디지코’ 체질개선에 나서고 있는 KT에게 유선망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KT는 디지코 선언 이후 비주력 사업을 매각·청산하고 있지만 유선전화는 포기할 수 없는 사업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KT는 공기업 태생인만큼 유선 기간망 유지라는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어 고심이 깊을 것"이라고 했다. KT도 유선망을 활용한 신사업을 지속 고민중이다. KT는 최근 배달앱 관리 솔루션과 유선전화를 한데 묶은 '사장님배달POS전화' 서비스를 출시하기도 했다. KT는 “유선전화 트래픽 감소로 매출과 이용자가 지속 감소하고 있지만 다양한 결합상품과 정액형 요금제로 경쟁력을 확보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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