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팍스테크니카 인재에 달렸다] 영업맨도 AI 전문가 '환골탈태'…전공 상관없이 개발자 '자급자족'

<3> 인재풀 확장 위한 교육개혁-IT인재 직접 키우는 기업들

디지털 인력난 심화…올 1.4만명 부족

컴공 전공자도 겉핥기식 지식 습득에

재직자·취준생 자체교육 대안 떠올라

네이버, SW·AI인재 1300명 배출

최근 수료생 30%가 본사·계열사 취업

KT, 재교육 통해 AI인재 1000명 육성

SKT, 全직원에 200개 전문강의 제공





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한 최완식(28) 씨는 지난해 12월 네이버에 모바일(iOS) 개발자로 입사했다. 네이버의 개발자 양성 프로그램 ‘부스트캠프’에서 개발을 처음 접한 지 불과 6개월 만의 일이었다. 최 씨는 부스트캠프에 대해 “iOS 개발, 페어 프로그래밍, 애플리케이션 배포 등 현업에서 꼭 필요한 실무 지식을 훑을 수 있었다”며 “무엇을 공부해야 할지조차 모르는 비전공자 입장에서는 공부 범위를 설정할 수 있었던 것 자체가 큰 기회였다”고 말했다.



2013년 KT(030200)에 영업 직군으로 입사한 김동현(47) 씨는 현재 ‘인공지능(AI) 통화비서’ 백엔드(Back-End) 개발팀에 있다. 건축학을 전공한 김 씨는 지난해 KT의 사내 인재 교육 프로그램인 ‘미래인재 육성 프로젝트’ 3기를 1등으로 수료했다. 그는 “회사에서 네트워크·데이터베이스(DB)·프로그래밍 기초부터 실전 프로젝트까지 이론·실무를 꼼꼼히 가르쳐 줘 개발자로 직무 전환까지 하게 됐다”고 말했다.

3일 한국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SPRI)에 따르면 인공지능(AI)·빅데이터 등 주요 정보기술(IT) 분야의 지난해 인력 부족 규모는 9453명이다. 올해는 1만 4514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삼성전자·네이버·KT·SK텔레콤(017670) 등 국내 유수 IT 기업들이 자체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개발자를 양성하고 있다. 직원을 재교육하거나 취업준비생들을 선발해 실무 지식을 집중 교육하는 방식을 통해서다. 연봉·복지 경쟁에도 개발자 부족 사태가 계속되자 필요한 인재를 직접 길러서 쓰는 ‘자구책’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네이버는 2016년부터 자사 비영리 교육재단인 ‘커넥트재단’을 통해 개발 인력 양성 프로그램인 ‘부스트캠프’를 운영하고 있다. 대학 전공과 상관없이 개발자를 꿈꾸는 이들을 선발해 실무에 바로 투입하기 위해서다. 교육은 5개월간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진행되며 비용은 전액 무료다. 일반적인 소프트웨어(SW) 개발 영역에 속하는 웹·모바일 개발 단일 부문만 운영하다가 지난해부터는 인공지능(AI) 부문도 신설했다. 웹·모바일 트랙을 마친 인력은 현재까지 605명에 달하고 AI는 671명의 수료생을 배출했다.



부스트캠프는 네이버 채용과 연계되는 프로그램은 아니지만 실제 수료생 중 네이버에 입사하는 사례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커넥트재단에 따르면 지난해 선발된 웹·모바일 6기 취업자 중 30%가량이 네이버·라인 및 그 계열사에 입사했다. 특히 지난해 신설된 AI 부문의 경우 국내에서 보기 드문 AI 교육과정으로 각광받고 있다. 현재 국내 대학에는 AI 실무를 경험한 교수가 흔치 않아 컴퓨터공학 전공생조차 전문적인 교육을 받기 어려운 실정인 것으로 전해진다. 네이버 측도 “실제 3기 수료생의 30%가량이 전공생이지만 부스트캠프에서 처음 AI를 접한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3기 수료생이자 컴퓨터공학 전공자인 이도훈·차경민 씨도 “부스트캠프 수강 전까지 AI 관련 지식이 전무했지만 수강 후 재미를 붙여 AI 개발자의 길을 택하기로 마음을 굳혔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라인도 올해 초부터 사내 개발자 대상 인공지능(AI) 교육과정인 ‘AI 부스트캠프’를 운영하고 있다. 2월 진행된 1기 교육에는 총 200명, 5월 진행된 2기에는 162명이 참가했다. 3기 교육은 딥러닝 과정을 추가해 10월 진행할 예정이다. 2기 참가자 기준 AI 외 타 부서 개발자 비율이 89%에 달한다.

삼성전자는 2018년부터 시작한 ‘삼성청년SW아카데미(SSAFY)’를 통해 누적 수료자 2785명을 배출했다. 처음 500명으로 시작한 교육생은 현재 매 기수당 1150명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SSAFY 교육생은 1년간 총 1600시간의 집중 교육을 통해 우수 개발자로 성장한다. 교육은 무료로 매달 100만 원의 ‘용돈’도 지급한다. 졸업생은 삼성전자를 비롯해 네이버·카카오 등 주요 IT 기업에 취업하고 있다. 현재 취업할 때 SSAFY 수료생을 우대하는 기업은 110곳에 달한다.

LG는 청년 대상 인공지능(AI) 전문가 교육 프로그램인 ‘LG Aimers(에이머스)’를 올해부터 시작했다. LG에이머스를 통해 연간 4000명 이상의 청년 AI 인재를 키운다는 계획이다. 학력이나 전공에 상관없이 AI 기초 지식과 코딩 역량만 갖추고 있는 19~29세라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다.

국내 통신사들도 내부 인력의 IT개발 능력 향상에 적극 나서고 있다. SK텔레콤은 올해 ‘SKT 2.0 업스킬링(UP-skilling)’ 프로그램을 시작하고 전 구성원에게 AI·클라우드·유무선 통신 등 10개 영역의 200여 개 강의를 제공하고 있다. ‘스터디 메이트’ 제도를 통해서는 공통 관심사를 가진 구성원들에게 활동비를 지급해 꾸준한 학습을 유도하고 있다. 이러한 역량 교육 프로그램의 성과로 지지난해부터 현재까지 588명이 아마존웹서비스(AWS) 클라우드 공인 자격증을 취득했다.

KT는 2020년부터 ABC(AI·빅데이터·클라우드) 신사업 분야의 인재 배출을 위해 ‘미래인재 육성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다. AI·클라우드 등으로 직무 전환을 희망하는 직원들을 교육하는 프로그램이다. 이를 통해 현재까지 1000여 명의 실무형 인재를 배출했다. 지난해에는 고객서비스(CS) 운영을 담당하던 차장이 이 프로젝트를 거쳐 AI 운영추진팀 개발자로 자리를 옮겨 화제가 되기도 했다. 정찬호 KT IT전략기획담당 상무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디지코’의 성공을 위해서는 IT 직무 인력 강화가 필요했다”며 “앞으로도 직원들의 지속적 성장을 위해 회사가 적극 나서겠다”고 말했다.

정다은 기자·강도림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