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대량생산 체제에서 21세기 디지털 체제로 문명사가 바뀌었습니다. 이러한 시대에 인재를 길러내기 위해서는 어떤 능력을 키워줘야 할지를 고민하고 교육을 재설계 해야 하는데 그걸 하지 않고 있다는 게 가장 큰 문제입니다. 핵심은 ‘비판적 사고’입니다.”
‘한국판 미네르바대’로 불리는 태재디지털대 설립추진위원장으로 개교 작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염재호 전 고려대 총장은 최근 서울 종로구 태재대설립추진위원회 사무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교사는 칠판에 정답을 적어 밑줄 긋기 바쁘고 학생은 그것을 외우기만 하는 ‘주입식 교육’에서부터 벗어나야 창의적 인재를 양성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한 반에 100명의 학생이 있을 때 하던 교육을 아직도 하고 있다”며 “스마트폰만 있으면 찾을 수 있는 지식을 가르칠 게 아니라 끊임없이 호기심을 갖고 자신만의 상상력과 창의성을 키울 수 있도록 훈련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창의·융합 인재 양성을 위해 대학에서도 전공을 정하기에 앞서 ‘기초 체력’부터 기르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게 염 위원장의 생각이다. 그가 생각하는 기초 체력은 비판·창의적 사고와 커뮤니케이션 능력, 그리고 더불어 사는 상호 관계 능력이다. 염 위원장은 “전공은 창의적 사고와 같은 기초 능력을 확실히 쌓은 뒤에 덧씌우는 것”이라며 “우리는 진정 필요한 능력은 키우지 않고 전공만 강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염 위원장은 이를 위해 교수 역시 ‘학생에게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가 아닌 ‘학생이 교수한테 뭘 배울 수 있는가’에 초점을 맞춰 지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내 대학은 학생들을 많이 뽑은 뒤 방목하는 형태”라며 “지도교수임에도 학생들에 대해서 모르거나 애들도 찾아오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대학에서는 교수들이 학업계획서를 만들 때 강의 목표와 교수 목적을 쓸 게 아니라 학생이 각각의 수업에서 뭘 배울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년 3월 개교 예정인 태재대는 이러한 염 위원장의 철학이 고스란히 담길 예정이다. 조창걸 한샘 명예회장이 사재 3000억 원을 출연해 설립하는 태재대는 올 1월 교육부에서 설립계획 인가 승인을 받고 신입생 선발 등 개교 준비 작업에 한창이다. 미네르바대와 같이 캠퍼스 없이 100% 온라인 강의로만 진행된다. 초대 총장에 내정된 염 위원장은 “태재대는 토론 수업을 기반으로 하며 동북아 지역을 중심으로 여러 나라를 돌며 관련 연구를 수행하게 된다”며 “대학 패러다임에 변화를 주는 메기가 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